황금 54톤의 쉐다곤 파고다

황금, 다이아몬드도 대단했지만

by 안녕씨





만약, 쉐다곤 파고다를 먼저 봤더라면



쉐다곤 파고다 Shew Dagon를 마주한 순간, '우아'하고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놀랍다'는 세 글자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경건하면서도 신비로운 그야말로 대단한 아우라가 내 온몸을 휘감았다. (조심스럽지만) 지금껏 한국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꽤 많은 템플을 다녔지만 이런 압도적인 분위기는 처음이었다. 물 위의 템플에서도, 산꼭대기의 템플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것이었다. 더딘 속도 일지라도 차곡차곡 경험이 누적되면서 안목이라는 게 생긴 걸까, 그렇게 황금탑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걷기 시작했다. 쉐다곤 파고다를 보고, 아난다, 쉐지곤을 보지 않아서 다행이구나 하면서. 처음부터 쉐다곤 파고다로 눈이 호강을 했으면...... 다른 것들이 시시해지지는 않았을까.






이름값 하는 황금 언덕



쉐다곤 파고다는 그야말로 이름값을 했다. 그것도 제대로. 미얀마어로 쉐(Shew)는 황금을, 다곤(Dagon)은 언덕을 뜻한다. 좀 더 설명하면 무려 54톤에 달하는 황금탑이라고 한다. 시작은 한따와디(Hanthawady) 왕조의 신소부(Shin saw bu) 여왕이 자신의 몸무게인 40kg에 해당하는 황금을 보시한 것이라고 한다. 그 이후에도 보시는 이어져 탑 꼭대기에 76캐럿의 다이아몬드와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 보석들이 더해졌다. 한 마디로 엄청난 위용이었다. 참고로 쉐다곤 파고다엔 4개의 출입구가 있는데, 북쪽 출입문 근처에 다이아몬드를 볼 수 있는 망원경이 설치돼 있다고 한다. 오후 4시에 가면 육안으로도 볼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하자.







생전 꼭 한 번 방문하고 싶은 성지


걷다 보니, 가이드 청년들이 말을 걸어왔다. 30달러 안팎에 투어를 시켜준다는 것이었다. 그들을 뿌리쳤다. 저녁이 가까워지는 오후 시간이었다. 점점 검은색으로 물드는 하늘에 황금탑, 그리고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진 쉐다곤 파고다는 인레 호수에서의 그 벅찬 감동을 다시 재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을 나는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쉐다곤 파고다는 미얀마 사람에게 생전 꼭 한 번은 방문해야 하는 성지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입장료가 꽤 비쌌다. 8000짯. 누구에게나 그 가격이라면 억울한 마음이 안 들 텐데, 현지인은 입장료가 무료다. 그래서 그 사실을 상기할 때면 괜히 입을 삐죽 내밀게 된다. 그럴때면 미얀마에서 태어나서 입장료 안 날래? 한국에서 태어나서 입장료 낼래?라고 자문자답을 한다. 그럼 괜찮아진다. 다 생각하기 나름인 것이다.





불공 드리는 사람들



그 성스러운 곳을 한걸음 한걸음 내딜 때마다 누군가를 스쳐 지나갔는데, 연인, 가족, 친구 사이로 보이는 그들이 반짝반짝 빛났다. 특별한 장소를 특별한 사람과 함께 누리는 기쁨이랄까. 사견일 수도 있지만 나쁜 마음을 품은 사람은 오지 않을 것 같은 선한 장소랄까. 물론 스님도 있었고, 나 같은 관광객도 있었다.

그 인산인해를 피해 걷다 보면 불공을 드리는 사람을 자주 만났다. 그럼 나도 그들을 따라 절을 하고, 소원을 빌었다. 그리고 그들이 앉은 자세를 흉내 내 한참을 앉아 있기도 했다. 그러다 무료해지면 일어나서 걸었다. 걷다 보니 시선을 끄는 무리가 보였다. 암석 재질인데, 그곳에 8개의 동물이 새겨져 있었다. 태어난 요일을 상징하는 동물들이라고 했다. (월요일 호랑이, 화요일 사자, 수요일 오전 상아 있는 코끼리, 수요일 오후 상아 없는 코끼리, 목요일 쥐, 금요일 돼지와 두더지, 토요일 용과 뱀, 일요일 독수리) 그리고 그곳에 자신의 나이만큼 물을 뿌리면 무병장수를 누리고, 좋은 일이 생긴다고 했다. 태어난 요일을 모르는 나는 그곳은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그냥 지나가긴 아쉬운 마음에 물을 붓기도 한 것 같기도 하다만.^^





아픈 과거의 마하 간 다종


계속 걸었다. 그러다 마주친 건 24톤 무게의 마하 간 다종이었다. 1779년 꼰바웅 왕조의 신구 왕 Singu King이 보시한 종으로, 영국이 강탈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영국으로 향하는 배가 종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양곤강에 좌초됐다고 한다. 무게는 참으로 어마어마해서 강에서 쉽게 꺼내지 못했는데 신기하게도 신비롭게도 미얀마 사람들이 대나무를 이용해 다시 수면 위로 꺼냈다고 한다. 물론 그 당시엔 이런 내막을 몰라서 그저 엄청 큰 종이구나 했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도 맞지만 스마트한 시대, 알려고 하는 의지만 있다면 선사진 후조사도 여행의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세 바퀴 돌면서 생각한 건



1만 평 규모라는 그곳을 나는 그렇게 세 바퀴를 돌았다. 유일하게 석가모니 부처가 살아계실 때 그의 머리카락 8개를 얻어 신전에 안치했다는 쉐다곤 파고다, 그 엄청난 시간을 거치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보시를 하고 불공을 드린 곳, 그 곳의 분위기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특별함이 있어서 나 역시 그 분위기에 휩싸여 진짜 소중한 것, 그래서 내가 추구해야 하는 것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됐고, 그것들을 이루게 해달라고 빌게 됐다. 그런 분위기였다. 그러다 지나가는 스님이 나를 지긋하게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끄덕 하셨는데.

.... 어쩐지 그가 내 소망을 꿰뚫고 있다는 느낌이 든 건 내 착각일까.

자신의 몸무게만큼 황금을 보시한 여왕은 어떤 소망을 빌었을까. 중국의 진시황제처럼 불멸의 존재를 꿈꿨을까. 절대 권력이 이어지길 바랬을까. 태평성대를 기원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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