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로 치면, 경주쯤 되는 곳 베트남 후에 HUE에서 이틀간 같이 다녔던 가이드가 권했다. 호기심이 생겼다. 그를 따라나섰다. 그의 걸음이 멈춘 곳은 도로 한복판이었다. 한쪽엔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차도였고, 다른 한쪽은 인도였다. 인도는 다시 관상용 꽃을 심어 놓은 화단과 사람들이 지나가는 구역으로 나눠져 있었다. 카페라고 적힌 간판은 그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 않았지만 중년의 남성이 곧 모습을 드러냈다. 가이드는 그에게 주문을 넣었다. 웨이터 복장도 아니었고, 메뉴판도 들고 있지 않았기에 현지어를 못한다면 정말존재하는 지도 모를 카페였다. 가이드를 따라 이곳에 온 것처럼 그를 따라 도로변에 살포시 앉았다. 그리고 대화를 나눴다.
Work 일, Work 일, Work 일
돈을 벌기 위해 사랑도 결혼도 무기한 보류한 채 분주하게 일만 하고 있다는 가이드에게 궁금했던 것을 묻기로 했다.
- 원하는 만큼 돈을 다 모으면 뭐 하고 싶어?
한참 뜸을 들인 가이드는 대답을 했다. 나는 기대감을 갖고 귀를 기울였다.
- 근사한 카페에 가서 한가롭게 차를 마시고 싶어.
근사한 카페가 그가 떠올릴 수 있는 최상일까,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갈 즈음 커피가 나왔다. 하지만, 커피 맛은 기억나지 않는다. 아니, 기억해낼 수 없다. 무허가로 보이는 곳에서 어떤 재료로 제조했을지 모를 현지인을 대상으로 판매 중인 그 커피를 마실 용기가 나에겐 없었기 때문이다. 호의를 베풀어 준 사람에겐 무례로 비칠 수도 있겠지만, 리스크를 감당하면서까지 커피를 맛보고 싶진 않았다.
그는 익숙하게 커피를 마시며 더 익숙하게 호객행위를 시작했다. 지나가는 관광객마다 말을 걸었다. 슬프게도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목적지를 향해 걸어갔다. 물론 내가 그 관광객의 입장이었어도 그들과 같은 선택을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와 보낸 이틀의 시간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그의 입장을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건 그런 게 아닐까, 그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 때와 같은 수 없는 것. 그렇게 그가 말한 분주한 일상을 가감 없이 마주했다.
거의 100% 달하는 거절, 아니 무응답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한결같은 톤 앤 매너로 호객 행위를 이어갔다. 그리고 마치 지속함의 위대함을 증명하듯, 그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외국인이 나타났다. 그는 아주 성실하게 대답을 해줬고, 급기야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렇게 나는 그와 그는 나와 대화를 하게 됐다. 지저스라는 별명을 가진, 뉴질랜드에서 1년 간 일을 하면서 1년의 세계여행 경비를 스스로 마련한 프랑스 아이였다. 베트남, 일본, 러시아를 끝으로 그는 곧 서른의 버킷리스트를 이룰 예정이었다. 다시 오지 않을 그의 시간을 충실하게 보내기 위해 그 누구보다 바쁜 여행을 이어가고 있다고 소개하는 여행자이기도 했다.
그렇게 현지인만 아는 카페에서 각기 다른 이유로 바쁜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과 모처럼 바쁘지 않은 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