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에 초점 맞추기
‘꼼꼼하다’라는 형용사는 좋다 싫다 혹은 좋고 나쁘다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성격을 묘사하는 형용사에 호 또는 불호의 감정을 담아 이야기하곤 한다.
‘A는 일처리가 꼼꼼해서 걱정 안 해도 돼’라고 할 때 ‘꼼꼼하다’는 긍정적으로 쓰인다. 반대로 ‘A는 성격이 꼼꼼해서 좀 피곤해’에서는 부정적으로 쓰인다. 이처럼 하나의 성격도 화자의 평가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만약 A의 성격을 긍정적으로 보는 구성원이 다수인 조직에 속해있다면 A는 일을 맡기기에 믿을 만한 사람으로 평가될 것이다. 그러나 A의 성격을 부정적으로 보는 구성원이 더 많은 조직에 속한다면 A는 함께 일하기에 까다롭고 불편한 사람으로 평가될 것이다.
이렇듯 같은 사람도 어떤 조직에 속하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개그우먼 장도연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살롱드립>에서 다비치가 출연하였을 때, 멤버인 강민경은 같은 음료수도 마트에선 500원이었던 것이 기내에선 1000원으로 바뀌는 것처럼 사람도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리 매겨진다며 본인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것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나의 값어치를 더 높게 매겨주는 곳에서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근무 업종에 따라 유리한 성격 특성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백화점 판매직의 경우, 해당 직종에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는 모르는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말을 걸 수 있는 성격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훨씬 이전부터 성격유형을 나누고 장단점을 설명하는 것은 혈액형, 별자리 등에서 출발해 최근 MBTI에 이르기까지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다. 성격유형검사는 A형은 소심하고 O형은 활발하다는 다소 납작한 분류에서부터, 최근 MBTI에 이르러서는 보다 다양한 개개인을 설명하고 각 성격마다의 장단점을 알려준다. 이것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여전히 넌 E(외향형)니까 혹은 넌 I(내향형)니까에 상대방(또는 본인)을 가두기도 하지만 말이다. 재미있는 일례로 MBTI가 한창 유행하면서 특성 성향이 두드러지는 브랜드가 화자가 되기도 했다. 미용 브랜드인 [LUSH]이다. 외향적인 특성을 갖고 있는 'E'형 직원이 거의 대다수 포진되어 있다는 해당 브랜드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적극적이고 친밀한 태도로 고객을 응대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E형 직원들에게 갇힌 I형 고객이 어쩔 줄 몰라했다. 또는 I형 고객이 LUSH 매장에서 도망쳐 나왔다는 글을 심심찮게 발견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얼마간 시간이 지나서 한 매장에서 'I형 직원도 있어요'라는 재치 있는 입간판을 내걸었다. 여기에서 더 발전해 '오늘 I형 직원 O명, E형 직원 O명'이라고 적어 근무하는 직원의 성격 유형에 따른 수를 표기하기도 했다.
위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같은 판매 업종이라고 할지라도 각기 다른 성격 유형의 직원은 저마다의 쓸모와 장단점을 갖기 마련이다. 세계 제일의 외향형들이 모인다는 LUSH 매장에서도 내향형 고객을 위해 같은 성향의 직원을 앞장세우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비추어보았을 때 각자 본인의 성격 특성을 직장에서 어떻게 적용하고 부각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하다. 나의 성격을 타인이 어떻게 평가하는 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본인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파악하여 직장에서 유리한 방향으로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내가 나의 장점을 단점화하는 순간 타인의 평가에 따라 끊임없이 흔들리게 될 테니 말이다. 실제로 백화점 근무를 하면서 나는 나의 장점이 단점화되어 끊임없이 타인의 입에 오르내렸던 경험이 있다. 타인의 평가를 너무나 쉽게 받아들여 나조차도 스스로를 박하게 평가하였다. 나와 같은 경험을 하는 이가 있다면 이것에서 빠르게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의 일화를 소개한다.
나는 꼼꼼하다는 평가를 받는 동시에 긁어 부스럼 만든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했다. 특히나 판매했던 상품 중에는 많은 설명이 필요한 품목 중 하나가 금고였다. 금고는 주문과 동시에 제작이 이뤄지는 상품이기에 제작에 들어가게 되면 판매자의 귀책사유가 아닌 이상 교환반품이 불가한 상품이었다. 구매자의 필요로 교환 또는 반품을 희망한다면 위약금을 물어야 했다. 때문에 어떤 경우 상품의 하자로 인정되는지, 상품 하자 시엔 언제까지 이의신청이 가능한지, 상품의 특징은 어떤지 등등 많은 설명이 요구되었다. 나의 꼼꼼한 성격은 여기에서 상당한 장점으로 발휘되었는데 상품을 요목조목 집어 설명했을 뿐 아니라, 고객의 의문 사항을 해소하였고. 만약 그 자리에서 명확하게 답을 할 수 없는 부분이라면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알아보고 다시 고객에게 정보를 전달했다.
고객에게 “저 친구 참 똑 부러지네”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런 장점이 단점으로 평가되기 시작했다. 시작은 아주 사소한 것이었다. 자세한 설명은 그에 따른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했는데, 따라서 고객이 다양한 측면에서 물음을 던지는 경우가 많았다. 브랜드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는 이는 매니저였기 때문에 매니저를 거쳐서 업체에 문의를 넣어야 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했다. 매니저는 이것을 다소 귀찮은 것으로 인지했다. “그건 굳이 이야기 안 해도 되는데”라는 식이었다.
그러던 중 상품을 받은 고객 중 컴플레인이 발생했다. 상품의 도색이 고르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해당 상품의 판매자였던 나는 판매 과정을 더듬어 하나씩 뜯어보기 시작했다. 혹시나 나의 잘못된 설명으로 컴플레인이 발생했는지 덜컥 겁이 났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생각해 보아도 잘못 설명한 것은 없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너무 많은 정보 전달이 부작용을 일으켰나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상품을 설명하던 중 제작특성상 페인트를 도포한 뒤 사람 손으로 일일이 색이 칠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부 고르지 않거나 기포자국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설명했던 것이 생각났다. 내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을 설명해서 혹시 고객이 그 부분을 눈여겨보다 보니, 대수롭지 않은 것도 부각되어 보였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것을 속으로만 생각하면 좋았을 텐데 동료들에게 나의 걱정을 털어놓은 것이 문제였다. 그 뒤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면 이는 나의 설명이 잘못되었다는 식으로 인식되었다. 컴플레인이 들어온 것 중 한두 건을 제외하고는 실제로 제작과정의 잘못으로 누가 보아도 객관적으로 하자제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렇듯 최초로 부정적으로 인식된 것은 후에 바로잡기가 너무나 힘들다. 한 사람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이다. 더군다나 스스로가 본인의 특정 한 부분을 꼬집어 나쁘게 바라보고 이를 주변 사람에게 드러내는 경우는 최악의 수를 둔 것이다. 누구나 장점과 단점 모두를 갖고 있다. 누구나 본인의 성격을 나노단위로 하나씩 뜯어본다면 좋은 점보다는 나쁜 점을 훨씬 많이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한 가지 특성을 두고도 장점으로 분류될 수도 단점으로 분류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때문에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내가 나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때 나를 대하는 타인도 나의 긍정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춰 포커스 인 할 것이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나의 성격이 업무에서 어떻게 장점으로 발휘되는가에 집중한다면 나의 가치는 더욱 높게 평가될 것이다.
물론 나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곳이라면 말은 달라진다. 그런 곳이라면 어서 그곳에서 나오라고 말하고 싶다. 이는 나를 갉아먹는 일일뿐더러, 그러한 잘못된 평가가 나에게 깊숙이 들어와 자리 잡는다면 어느 곳에 가서도 나의 장점을 발휘하기 힘들다. 또한 스스로의 가치를 평가 절하하기 때문에 형편없는 대우에도 무기력하게 수긍하고 마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사람들아 당신의 가치를 알아주는 곳으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