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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제 Oct 10. 2024

연극, 최면, 미술, 무용 치료를 접해보기

집단치료를 끝내고 조금은 나아졌지만 역시 아직도 내 상태는 불안정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지금은 그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알지만 너무도 괴로웠던 나는 ‘어서 빨리, 단숨에!’ 낫는 방법을 열심히 찾았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치료방법들을 경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것들은 연극치료, 최면치료, 미술치료, 무용치료입니다. 다양하지만 내가 경험한 것들을 한 회기거나 몇 회기밖에 안 되는 경험들이므로 깊이 있는 경험들은 안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 치료들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한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쓰려고 합니다.


1) 연극치료


연극치료는 어떤 연극치료 연구소에서 하루 무료로 참여해볼 수 있는 날에 가서 경험해보았습니다. 티비에서 나오는 연극치료들은 어릴 적 트라우마를 금방 눈물과 함께 없애고 말끔하게 만들어준다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큰 기대가 있었지요.     


연극치료는 각자 자기 마음 속의 이야기를 모인 사람들 앞에서 연극의 배우가 된 것처럼 드러내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때론 소리 지르며 때론 울면서 펼쳐보였습니다. 그런데 내 차례가 되어서 마침내 엄마역을 맡은 사람에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나는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잘 하지도 못하고 내 차례가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때 느끼기에 연극 치료는 에너지가 많이 드는 치료 방법이라 마음이 너무 힘들 때는 어려울 수가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뒤에 조금 상태가 나아지고 1:1 상담을 받으면서 엄마한테 해보고 싶은 말을 연극처럼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는 굉장히 시원하고 눈물이 나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내가 그런 말을 할 기운을 가지고 있었나봅니다.           


2) 최면치료


이곳도 티비에서 나오는 걸 보고 단번에 나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어리석은 생각에 돈이 별로 없는데도 10만원이나 하는 비용을 들이고 갔습니다. 최면치료사는 나의 가장 큰 트라우마인 친족성폭력 이야기를 듣고서 나를 최면에 들게 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근데 나는 최면에 들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최면에 들 수가 없었습니다.     


계속 치료사 앞에서 가만히 있기가 그래서 나는 할 수없이 최면에 든 척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치료사가 어릴 때 그 일을 얘기하면서 “지금 당신은 오빠를 용서합니다. 지금 당신은 오빠를 용서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이것 만큼은 가만둘 수 없었던 나는 “절대 그럴 수는 없어요!” 하면서 치료사 앞에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만 하겠다고 말하고 뛰쳐나오고 말았습니다. 그 뒤 다시는 최면치료를 받을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3) 미술치료


미술치료는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진행한 프로그램 중 하루 해 볼 수 있었는데 내게 잘 맞는 치료방법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은 자기 자신의 이미지를 그리는 시간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나는 솔직히 그때까지 나에 대해 생각하는 것조차 힘들었기 때문에 자신을 그린다는 게 별로 좋지 않았고,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그리는 걸 보니까 마음이 동해서 숨을 가다듬고 가만히 앉아서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나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그리고 크레파스를 들어 그려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조금 놀랍게도 자신을 지금까지 느껴왔던 것처럼 패배자에 바보로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미술치료에서 그린 빛나는 나


거의 무의식적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완성된 그림에 ‘나’는 비록 몸과 가슴이 둘로 쪼개지도록 아픈 일을 겪었지만, 바다에 홀로 우뚝 서서 광채를 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쪽 얼굴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지만, 한쪽은 부드럽게 웃고 있었습니다. 여태까지 나는 아픈 부분만을 생각하고 살았는데, 그림에서의 나에겐 아프지 않은 부분도 살아있었습니다. 그것을 나에 대한 그림을 그려보면서 처음으로 깨달았을 수 있었습니다.   


말로 하는 치료는 아무래도 이성적이기 쉬운데, 그림으로 하는 치료는 무의식이 그림으로 눈앞에 나타나기 때문에 자신에 대해서나 감정에 관해서 탐구하기 좋은 것 같습니다. 이 경험이 굉장히 좋았기 때문에 미술치료를 계속 경험해보고 싶었지만, 가격을 알아보니 그때 상황에선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마음만 가지고 물러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4) 무용 치료


무용 치료도 좋은 기회에 경험하게 되었는데 안타깝게도 이때 내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았습니다.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들어서 눈물이 날 것 같은 상태였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좀 더 움직이는 치료를 받으면 호전이 될까 싶어 신청했는데 그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무용 치료에 가서 움직이는 것도 너무 힘들었습니다. 무용 치료는 그날그날 주제에 맞춰 몸을 움직이고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하는 형식이었는데 내겐 그냥 정말 너무 힘든 일이기만 했습니다.     


연극치료와 마찬가지로 무용 치료도 치료를 받을 힘이 있어야 괜찮을 듯 합니다. 아니면 내가 너무 상태가 안 좋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 뒤에 서로 눈을 감고 손을 잡고 움직이는 무용 치료 비슷한 걸 해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도 조금 기운이 없을 때였지만 굉장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는 몸을 별로 쓰지 않는 스타일인데 그렇게 하니 몸에서 벗어나는 느낌이 들면서 기분이 아주 좋아졌습니다. 비슷한 치료라고 해도 그 내용에 따라 그리고 받는 사람의 상태에 따라 이렇게 느끼는 게 달라지는 듯 합니다.


여태까지 소개한 것처럼 세상에는 다양한 치료들이 있고 자신의 상태에 맞춰 그것들을 선택해서 받아보는 것도 좋은 경험일 것입니다. 몸을 쓰지 않는 스타일이었다면 연극치료나 무용 치료를 받아보는 게 좋을 수 있고, 자신의 마음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면 미술치료를 받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입니다.         



p.s : 채팅상담에 대하여


최근에 마음이 조금 힘들어서 검색해서 알게 된 심리상담앱에서 채팅 상담을 해보았습니다. 심리상담 전문가들이 상담가로 등록이 되어 있고, 실제 이용자들의 상담후기를 보고 상담가를 선택하면 되어서 좋았습니다. 가격도 대면상담보다 싸서 2만원~5만원대로 부담이 덜 되었습니다. 실제로 몇 번 상담을 해보니 원래 채팅을 좋아해서 그런지 괜찮았습니다. 말할 걸 상담 시간 전에 미리 타이핑해 두었다가 할 수 있어 더 편리했습니다. 요즘 같은 때에 채팅 상담을 한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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