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략 9~13살까지 친오빠에게 성폭력을 당했습니다. 대략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때의 기억이 감당하기 어려웠던 건지 기억이 삭제되거나 뒤섞여있어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어디까지 당했는지 어떤 식으로 당했는지도 자세히는 기억이 나지 않아요. 기억이 뚝 끊긴 것처럼 중간에 없어져 버렸습니다.
다만 제가 그럴 때마다 무서워서 자는 체를 했다던가 내 몸을 만지는 몇 장면들이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그런 몇 장면의 기억만으로도 저는 충분히 괴로웠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그게 뭔지 모르지만 왠지 무섭고 싫었고 나이가 들어서는 친오빠가 설마 내게 그런 일을 했을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꿈을 꿨다고 생각하며 모르는 체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날 더이상 그렇게 할 수 없는 날이 왔습니다. 그날은 자고 있지도 않았고 정신 똑똑히 티비를 보고 있었습니다. 오빠가 갑자기 방으로 들어오더니 바지를 벗고 자신의 성기를 만져달라고 이상한 눈빛으로 말했습니다. 저는 소스라치게 놀라 일어나 신발을 신었는지 안 신었는지도 모르게 집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뒤로는 오빠가 나를 쫓아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너무나 무서웠으면서도 쭉 달려서 도망치면 오빠가 나를 금방 찾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골목길을 이리저리 다니며 도망쳤습니다. 오빠의 발소리는 점점 멀어졌는데 그 와중에도 "엄마에게 말하지마!"라는 소리는 들렸습니다.
저는 큰 충격속에 갈 데가 없어 제가 좋아하던 만화방에 가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만화가 눈에 들어올리가 없었지만 집에 갈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엄마가 들어올 시간이 되서 집에 왔습니다. 그뒤로는 오빠가 저를 만지는 일은 멈추었습니다. 아마 제가 도망간 일은 처음이라 부모님꼐 말할까봐 걱정이 되어서 그랬겠지요.
저의 지옥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것들은 꿈이 아니었습니다. 너무 끔찍하고 힘든 기억과 내내 싸워야했습니다. 엄마에게 말할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알콜중독인 아빠 때문에 돈도 벌고 집안일도 하느라 힘든 엄마에게 더한 무게를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어린 마음에 이런 일까지 알게 되면 엄마가 너무 불쌍한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살아가다보니 저는 오빠가 쫓아오는 악몽을 밤마다 똑같이 꾸게 되었고 매일 오빠와 마주치는 게 너무나 괴로웠습니다. 사실 살고 싶지가 았습니다. 너무 괴로워서 죽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13살의 저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 억울만 마음이 들었습니다.
'내가 괴로운 건 내 잘못이 아닌데 지금 죽으면 나만 너무 억울하잖아. 난 죽지 않아. 꼭 살아남아서 대학도 가고 취직도 해서 돈을 벌고 정신과에 가서 치료를 받고 행복하게 살 거야. 맹세한다!'
13살치고는 참 조숙했던 맹세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 맹세대로 했습니다. 시간은 좀더 많이 걸렸지만 저는 지금 평온해졌습니다. 앞으로 제가 어떻게 평온해졌는지 차례차례 소개해보겠습니다.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제가 글로 함꼐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