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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해보겠습니다] 혼자'인생 네 컷' 찍어보기

by 브라보

가장 해보고 싶었던 일 중 하나는 스티커 사진 찍기였다. 한동안 인생 네 컷 스티커 사진이 유행했을 때 혼자 한번 찍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온전히. 나 혼자. 그 작은 공간에서 아무도 없이, 부끄러움 없이, 내 모습을 찍어보고 싶었다. 꾸미지 않고, 솔직한 내 모습을 사진에 담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진관에서 증명사진을 찍어도, 찍어주는 기사님이 계신다. 사진 기사님의 주문대로 멋쩍게 입술이 저려오도록 뻣뻣하게 입꼬리를 올려 웃어 보인다. 또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셀카를 찍을 때도 있다. 어떻게든 잘 나오는 포즈를 취해 살짝 내가 아닌 것처럼 보일 때 셔터를 누른다. 내가 아닌 거 같으면서도 맞는 사진이 잘 나온 사진이라며 인생 사진이라고 한다. 분명 그 핸드폰 속 얼굴은 보정의 힘이 상당한데 말이다.


<인생 네 컷>이라는 스티커 사진은 사실 그렇게 인생 사진으로 나오진 않는다고 했다. 정말 그랬다. 한참 유행일 때 친구와 지나가다 한번 찍어본 적이 있다. 인생에서 제일 못생긴 축에 끼도록 나왔다. 둘 다 못생긴 얼굴을 보면서 진짜 이렇게 못생겼나 진지해지다가도 웃겨서 킥킥거렸다. 한 번에 경험을 하고도 나는 혼자 스티커 사진 찍기를 해보고 싶었다. 북적거리는 거리에 덩그라지만 작은 공간에서 나만을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건 정말 나와, 나의 공간이 되는 순간! 일 것이다.


내가 자주 가던 아웃렛 4층에는 식당과 카페가 있다. 그리고 가장 재밌는 공간인 문구점이 있다. 그 사이사이를 돌아다니다가 인생 사진을 찍어주겠다는 스티커 사진 부스를 보게 되었다. 스티커 사진을 찍겠다고 마음먹고 간 건 아니지만 쉽게 지나쳐지지가 않았다. '오늘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지갑에 돈이 있는지 슬쩍 봤다. 어쩌면 그렇게 천 원짜리 4장이 딱 있는지. '정말 오늘이구나'생각했다. 스티커 부스 멀찌감치 에 서서 '어떻게 하면 더 자연스럽게 저 커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생각했다. 한참을 서성이면서 생각하다가 '에잇 누가 나를 신경 쓴다고' 하면서 부스에 눈을 고정하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 아주 부드럽게 커튼을 열었다. 그리고선 잽싸게 몸을 넣고 아주 빠르게 커튼을 닫았다.


'휴 들어오기 정말 부끄럽군' 스티커 사진 부스 안은 생각보다 정말 좁았다. 혼자서도 좁은데 두 명이 찍기에는 정말 비좁아 보였다. 나는 우선 의자에 걸터앉아 가방을 놓고 천 원짜리 네 장을 꺼내 현금 투입구에 넣었다. 치잉치잉치잉치잉- 네 장을 넣었더니 화면이 바뀌고 원하는 사진 프레임을 고르라고 나왔다. 나는 흑백에 검정 테두리를 선택했다. 뭔가 너무 검정인가... 했지만 나는 검정이 좋은 걸... 그리고 화면이 바뀌더니 내 모습이 나왔다. 그리고 '하나. 둘. 셋!'이라고 기계가 외쳤다. '응? 뭐야.' 하고 보니 이미 한 장이 찍혔다. '뭐야, 찍힌 거야?' 하는데 또 '하나, 둘, 셋!' '찰칵!'


"뭐야 뭐야, 아니 이게 뭐야" 혼잣말을 크게 했다. 밖에서 들렸을까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또다시 외치는 기계 앞에서만큼은 행동도 재빨라야 했다. '이번 하나 둘 셋에선 꼭 포즈를 취할 거야'라고 생각하고선 어느 쪽 얼굴이 잘 나오는지 재빨리 확인하고 싶었다. 나는 화면 끝 쪽에 내 반쪽 얼굴이 나오도록 했다. 한쪽을 확인하고 다른 쪽을 확인하고 있는데.. '하나, 둘, 셋!' '찰칵!!'... 반쪽 얼굴이 찍혔다. 성질이 엄청나게 급한 스티커 기계로군.. 다음은 무슨 포즈를 해볼까 0.5초 동안 생각했다. '그래 뭔가 빼꼼 나오는 상황을 찍어보자'하고선 살짝 몸을 밑으로 내려 얼굴을 빼꼼- 했다. 역시 그때 '하나, 둘, 셋!', '찰칵!!' 너무 긴박한 상황이라 찍힌 사진을 볼 순 없었지만 얼핏 보니 내 의도대로 찍힌 듯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 한 장이 남았다. '마지막은 진짜 제대로 찍고 싶어...'


의자에 똑바로 앉아 화면을 보고 지금 감정을 그대로 드러나도록 표정을 지었다. 빵 터지게 웃어지진 않았으나, 얼굴에 모든 보조개가 들어가도록 미소가 지어졌다. '하나, 둘, 셋!', '찰칵!!' 마지막 사진이 찍히고 여러 장의 사진 중에서 4장을 고를 수 있었다. 나는 선택하고 싶은 사진이 없어 고민을 했다. 이 사진을 골라도 도긴개긴, 저 사진을 골라도 사면초가였다. 어렵게 4장의 사진을 고르고, 사진이 인쇄되기를 기다렸다. 오늘 정말 인생 사진 나오는 거 아닐까'라는 상상을 하며 두근두근 몇십 초가 지났을까 '지잉----' 하면 사진 두 장이 툭툭 나왔다.


두근두근하며 스티커 사진을 집어 들고 설레는 마음으로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하하' 인생에서 제일 못생긴 사진 4장 추가요~ 세 번째 빼꼼은 정말 최고 중에 최고였다. 처음부터 인생에서 제일 잘 나온 사진을 건지겠다고 온 게 아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랬다면 정말 울었을지도 모른다. 키키키 사진을 보면서 자꾸만 키키키 웃음이 나왔다. 못생겨서 더 매력이 있는 걸까. 또 키키키 거리면서 커튼을 젖히고 나오려는데, 나도 모르게 바깥 발소리에 집중을 했다. 혹시 '누가 지나가지 않나'하고 말이다. 아니 여긴 아웃렛이 고 식당, 카페 층에서 사람들이 안 지나갈 때를 기다리는 게 말이 되나 스스로 '정당히 좀 해'라고 말하며 커튼을 걷고 바깥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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