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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해보겠습니다]실탄사격 해보고 싶어(2018)

by 브라보 Feb 04. 2025


우연히 티브이를 보다가 실탄 사격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너무 재밌어 보여 곧장 인터넷을 켜고 가까운 사격장을 찾아봤다. 집 근처에는 없었고, 40분 정도의 거리인 목동종합운동장이 나왔다.



‘실탄이라니....’ 일반인이 실제 총을 쏠 수 있다는 건, 정말 긴장되고 멋진 일이 아닐 수가 없다.


그렇게 실탄사격장을 알아본 게 3-4년 전, 그때 만나던 사람과 시간 맞춰서 꼭 가봐야지! 했던 기억이 난다. 결국 시간이 안 맞아 가지 못했고, 그 사이 이별을 했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혼자 가게 되었다.



오픈 시간과 마감시간을 확인한 후 오후 3시쯤 버스를 탔다. 버스 안에서 이것저것 알아보는데 인터넷에 할인쿠폰이 있었다. 원래 10발에 2만 원인데 같은 가격에 5발을 더 서비스해 주는 쿠폰이었다. 조건은 구매 후 1시간 뒤에 사용 가능하다고 적혀 있었다. 살짝 아깝다는 생각을 했지만 혹시나 '너무 긴장돼서 10발도 못 쏘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쿠폰은 사지 않았다. 그렇게 3-40분이 걸려 목동 운동장에 도착했다. 그날, 날씨는 영하 15도, 체감온도 20도.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다. 매서운 바람을 정통으로 맞으며 10분 정도 걷다 보니, 아이스 링크장을 지나 목동 실내 사격장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극심한 추위에 귀가 떨어져 나갈 것 같았는데, 정말 열심히 뒤뚱뒤뚱(롱패딩 때문. 정말로…) 문을 향해 걸어갔다.



드디어 들어온 사격장. 문을 열고 들어서니 매표소가 있었다. 실탄사격을 하러 왔다고 하니, 대기실로 안내해 주셨다. 그리고 주의사항이니 천천히 읽어보라며 파일 하나를 건네셨다. 읽다 보니 가장 무섭다고 느낀 부분이 있었는데,



[탄피가 튈 수 있다. 얼굴, 목, 신체 부위에 튈 수 있고 이 주의사항을 인지하고 실탄사격을 하겠다]



라는 문장을 읽고 동의서에 사인을 해야 했다. 이때부터 긴장을 하기 시작했고 두려움을 느꼈다. 동의서에 사인을 하니 이젠 어떤 총으로 쏠 건지 종류를 선택하는 메뉴판(?)을 주셨다.


반자동 권총으로 한 번에 30발을 연속으로 쏠 수 있는 권총, 한쪽은 리볼버로 동그란 구멍에 총알을 6발 넣어 쏘는 권총이었는데, 형사들이 많이 사용한다 했다. 나는 단번에 리볼버를 선택했다. 직원분은 리볼버 중에 마음에 드는 권총을 선택하라고 했다. 실제로 보고 선택하고 싶었지만 안전을 위해 그림으로 선택해야 했다.



찬찬히 살펴보던 중 제일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발견했다. 전체적으로 은색에 손잡이 부분만 갈색 무늬가 들어간 총이었다. 뭔가 서부극에 나오는 명사수들이 쓸 법한 모양이었고, 강해 보였다. 총을 고르고 나니 다른 직원분은 사격장으로 들어가 총을 준비해 주셨고, 처음부터 내 옆에서 안내를 해주시던 직원분은 고글과 헤드셋, 방탄조끼를 가지고 나와 착용을 도와주셨다.



'방탄조끼…우와…티브이에서만 보던 걸 실제로 보고, 만지고, 입어본다니 떨리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다. 그러다 금세 덜컥 겁이 나 긴장되기 시작했다. 실탄이라니…'



모든 장비를 장착하고 나니, 약간 멋져 보일 것 같아 확인하고 싶었지만 어디에도 거울은 없었다.(내가 못 본 걸 수도…) 드디어 사격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천근같은 총을 손에 쥐어본 순간, 나는 다시 쭈구리가 되었다.


사격을 하기에 앞서 주의사항과 총 사용방법, 사격 방법을 알려주셨다.



첫 번째로는 총을 잡는 방법.


한 손으로는 손잡이와 방아쇠를 쥐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손잡이를 쥔 손을 받쳐주는 역할이었다. 총은 1kg이 넘었고 생각보다 정말 무거웠다.



두 번째로는 조준하는 방법.


총 끝에 보이는 두 개의 점과 중간쯤 튀어나온 가운데 하나의 점이 수평으로 맞아야 한다는 것. 나는 이 부분에서 질문을 했다


“어느 쪽 눈을 감아야 하나요?”


“편하신 쪽으로 감으시면 돼요’


아아. 한쪽 한쪽 감아보니 오른쪽으로 감는 게 편해, 오른쪽 눈을 감고 조준을 했다.



세 번째로는 장전하는 방법.


총 뒤쪽에는 상어 등지느러미같이 생긴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을 딸각 소리가 나게 뒤로 젖혀주면 장전이 된다. 그렇게 장전을 하고 조준을 해서 방아쇠를 당기기만 하면 끝. 이때, 직원분이 한마디 하셨다.


“총 소리가 생각보다 엄청 클 수 있으니까 놀라지 마세요"


“네?”



갑자기 긴장감이 배가 되었다. 너무 무서웠다. 분명 내가 생각한 것보다 클 거다…클 거야…라며 침착하려 했지만 가늠한 소리보다 훨씬 더 컸을 때 느껴질 공포감이 너무 무서웠다. 실제로 총소리를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으니까……



나는 극도의 긴장감으로 첫 발을 포기하고 직원분에게 한 발을 쏴 달라고 부탁드렸다. 한 번 들어보고 쏘면 좀 낫지 않을까 해서. 직원분은 당황하신듯,


"정말 제가 쏴도 돼요?"


라고 재차 물으셨고,


나는 단호하게 ‘네네네”고개를 끄덕였다.



직원분은 이내 자세를 잡으시고 한 발을 쏘셨다. 소리는 생각보다 정말 컸고 웅장(?) 했다. 그리고 심장을 때렸다. 생각 없이 쐈다면, 진짜 옆집에 소금 받으러 갈 뻔했다. 그렇게 다시 내가 쏠 차례가 왔다. 나는 쏘기에 앞서 아주 조심스레 사진을 부탁드리려고


"혹시...."라는 말만 했는데,


"아 사진 찍어 드릴까요?"라고 말씀하셨다.


으레 있는 일이구나 생각했고 핸드폰을 넘겨드렸다.



이제 자세를 다시 잡고, 장전을 하고, 조준을 한 후 드디어 방아쇠를 당겼다!



"파 - 앙!"



아이고 우우 내 심장… 약간 어깨와 팔이 떨렸다. 계속 마음을 진정시키고 긴장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렇게 5발 정도를 쏘고 나서부터는 조금씩 안정이 되는 느낌이었다. 나머지 4발 정도는 조준도 신경 쓰고 재미도 느꼈다. 그렇게 9발을 금방 다 쐈다.



헤드셋과 고글을 벗고 대기실 쪽으로 가려는데, 두 다리가 후들거리고 있었다. 너무 긴장한 탓인지 나도 모르게 힘이 풀렸던 것이다. 계속 안내해 주시던 직원분이 어떠셨냐고 물어보시는데 어…어색하게나마 입꼬리를 올려 "재밌었어요"라고 말했다. 근데 왜인지 방탄조끼 벗을 때 엄청 서운하더라(?) 착용한 장비를 반납하고 계산을 하러 나왔다. 나의 후들거림을 보신 건지 아니면 원래 주는 건지 모르겠지만 따듯한 캔커피를 받았다.


'엉엉 사실 진짜 무섭고 떨리고 지금도 심장이 제멋대로 날뛰어요…'


라고 하고 싶었지만, 어색한 웃음으로 "가..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며 나와, 칼바람에 맞서며 버스를 탔다.



아…실탄을 쏴보다니, 소리가 이렇게나 크다니. 영화를 보면 막 싸우다가 총소리에 일동 정지하는 게 왜 그런지 알겠다고 생각했다. 사격장에선 긴장도 많이 하고, 공포감도 들었지만 지나고 나니 영락없이 재밌기만 하다. 혼자 버스에서 실실 웃음이 났다. 다음엔 스트레스 풀러 가야지.




쫄보라면★★★★☆/쫄보아니면 ★☆☆☆☆


강심장과 강철 멘탈을 가진 사람이라면 다리가 후들거리진 않을 거예요..


방탄조끼를 입고 있는 멋진 모습을 꼭 찍으세요. 저는 그게 제일 후회돼요


셀카라도 찍어놓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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