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나만의 공간

2. 꽤나 남을 위해 살아왔다

by JIHYE

다한증이 있다. 손에 땀이 나게 되면 나도 모르게 초조해진다. 초조하지 않았던 내 마음마저 휘몰아친다. 세상에는 내가 의도했던 것과는 다른 상황들이 펼쳐진다. 때로는 세상이 나를 두고 장난을 치는 것만 같다. 평온하고 싶은, 단단하고 싶은 내 마음이 마치 화약 끝 불을 붙인 폭탄처럼 빠르게 타들어갈 때, 그럴 때 나도 모르게 내 손 가득 땀이 흥건해져 있다. 그 땀이 나를 더 초조하게 하는지, 아니면 초조한 내 마음이 나의 손을 흠뻑 적시는지 알 수가 없는 일이다.


평온하고 싶다. 그리고 바위처럼 묵직한 사람이 되고 싶다.


삶은 의도치 않게 흘러간다고들 하지만,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상황들에 마주하자면 나의 마음은 이내 허약해지고 만다. 허약해진 마음을 다 잡고 의지를 다 해 그 상황을 마주했을 때마저도 세상은 너그러이 나를 바라봐주지 않는다. 또다시, 갈림길이 여러 갈래 나뉜 시작점에 나를 둔 채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길로 걸어가는지 그 어떠한 표정도 지니지도 않은 채 나를 지켜보고 있다.


예측할 수 없는 길을 걷다 너덜너덜해진 내 마음을 지닌 채 사무실에서 일을 한다. 그리고 친구를 만난다. 그리고 모임을 간다. 내 마음은 한편에 깊게 숨긴 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렇게 두다 보면 치유될까 생각한다. 그렇게 생활을 하다 보면 문득, 내가 나의 모습을 내가 원하는 대로 다른 누군가들에게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이 꽤나 흥미롭다. 마음의 무거움을 지닌 채 가벼워지는 나의 모습이 매번 새롭다.


그리고 집에, 나의 공간에 들어온 나는 이내 깊이 숨겨놓은 내 마음과 마주한다. 어떤 관계 안에서 반응하는 나의 모습이 아닌, 내가 아는 나의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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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만의 공간에서 향유한다. 그 누구도 나를 뒤흔들어 놓을 수 없는 나만의 공간에서. 마음속 허물어진 벽은 그 누구도 채워줄 수 없다. 나의 손으로 벽돌을 들고 허물어졌던 공간을 메우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면 소용돌이쳤던 내 마음은 어느새 잔잔한 파도처럼 평온해져 있다.


원치 않은 상황, 원치 않은 관계 속 묵묵히 걸어가는 그 길은, 내가 원하는 무언가를 성취하려는 마음으로만 걸어가게 되는 그 길은 불편하다. 한발 한 발이 너무나도 무겁게 느껴진다. 그리고 걸으며 그 마음을 회피한다. 그럴 때 나는 그 무거운 발걸음을 멈추고 나의 공간에 들어가 가만히 나의 마음의 움직임을 본다.


수많은 선택의 갈래에서 한 치 앞을 보지 못하는 길을 걷는다는 건, 때로는 세상이 던지는 작은 조약돌에 크게 아파한다는 건 사람이 살다 보면 수없이 마주하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성취하려는 무언가에 정처 없이 걷는다거나 관계 속에서의 책임을 묵인한 채 가벼워지는 나의 모습이 아무렇지 않아 보일 때도 있을 것이고. 다만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나의 마음을 가만히 지켜보고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보살필 수 있는 나의 공간에서 평온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이라면 되었다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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