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을 또 샀다

3. 나를 찾는 여정

by JIHYE

20대부터 혼자 살았던 나는 꼭 집에 하나씩 선인장을 들여오곤 했다. 식물이 무성한, 생기 가득한 꽃집을 그저 지나칠 수가 없는 것이었다. 꽃집 앞에 서서 가만히 하나씩 지켜보고는 가장 오랫동안 '버텨줄 것 같은' 아이를 골라 몇천 원을 주인에게 주고는 그 무엇보다 소중히 집에 들고 들어오길 수차례. 그렇게 우리 집을 스쳐 지나간 선인장들만 몇 개가 있더랬다. 침대 옆 협탁에 두고 가만히 지켜보면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었다. 그 흐뭇한 순간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는 순간을 잊지 못해서 일 수도 있겠다.


그렇게 수도 없이 많은 선인장을 죽였다. 어느 선인장은 물을 너무 많이 준 탓이었는지 뿌리가 썩어 죽었고 어느 선인장은 사는 게 바쁜 탓이었는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죽어있었다. 말라비틀어져 있는 선인장을 볼 때마다 생각했다. '다시는 사지 말아야지.' 예쁘게 클 수 있는 선인장이 애먼 주인을 만나 죽어있는 걸 보자면 참을 수 없이 미안해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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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선인장들을 보고도 쉽사리 살 수 없는, 그리고 미련 없이 눈길을 거두고 말게 되었던 것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그렇게 똑같은 실수를 범하고도 또다시 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나 자신이 부끄러운 마음이 컸을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은 자연스레 잊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지워내기도 하기에, 망각을 핑계 삼아 어느샌가 또 나는 수많은 선인장들이 놓여있는 꽃집을 그저 지나치지 못하게 돼버리는 것이다.




양재 꽃시장을 가려는 친구가 함께 가자고 했다. 최근 길거리에서 사버리게 된 알록카시아가 의도치 않게 잘 크고 있어 나도 모르게 행복한 눈으로 보게 된다고 했던 내 말을 잊지 않았던 친구가 자신이 가는 길에 동행하자고 했다. 그렇게 덜컥 가게 된 꽃시장으로 향하는 그 길은 몽글몽글한 마음들이 잔잔히 일렁이는, 왜인지 알 수 없는 설레는 길이였다.


처음으로 가보게 된 꽃시장에는 꽤나 익숙한 식물들이 가득했다. 한동안 유행했었던 밍크 선인장들도 있었고 조그마한 바질 나무들도, 겨울이면 예쁘게 필 동백꽃나무들도 있었다. '바질 나무를 데려다 키우면서 파스타에 하나씩 넣어볼까?', '저런 꽃들은 집 안에 두면 예쁘겠다.' 한 걸음씩 걸을수록 새롭게 보이는 식물들을 보며 이런 상상 저런 상상을 하다 보니 꽤나 행복해지더라. 아무래도 최근 산 알록카시아가 무럭무럭 크면서 새 잎을 보여주는 덕분에 나도 모르게 이런저런 상상, 이런저런 욕심들이 생기는 것이리라. 그러다 선인장이 가득한 집에 발걸음이 멈추었다. 수많은 선인장들 중 한 선인장이 눈에 띄었다.


"선인장 하나 사시려고?"

"음.. 고민이에요. 또 죽일까 봐. 최근 산 알록카시아는 잘 크는데.. 제가 선인장은 정말 잘 못 키우거든요."

"괜찮아. 한 달에 한번 종이컵만 한 물만 주고 해를 잘 보여주면 잘 키울 수 있어요. 이번엔 잘 키우면 되지, 뭐."


왠지 모를 위로를 받은 듯했다. 이번엔 잘 키우면 되지, 뭐. 선인장을 사면서 미리 그 선인장의 죽음을, 그리고 있지 않을 수 있는 나의 실수를 예견하는 일이란 꽤 슬픈 듯했다. 끝을 미리 상상한다는 것은 그동안의 나의 행적들로 인해 불어나는 걱정과 과거의 실수 가득한 모습들이 엉켜있는 실 뭉탱이 같은 두려움일 테니까.


그리고 그 선인장을 샀다. 용신목을 샀다. 선인장이 두어진 곳은 책장 위가 되었다. 침대에 누워 멀찌감치에서 우두커니 서 있는 선인장을 보자면 왠지 모를 단단한 마음이 생기는 듯하다.


너의 끝을 미리 예견하기보다 무럭무럭 자랄 너의 모습이 더 기대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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