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매트 안에서의 나

1. 나라는 길 중심에서 무엇을 외치고 있는가

by JIHYE

그래. 요가라도 가자. 그래야 마음도 몸처럼 유연해질 거야.


세상이 나에게 등을 져도 이렇게 질 수는 없다고 생각했던 하루. 퇴근 후 집에 가 와인 한 사발 하고 자면 좀 나아질까 싶어 집으로 가던 발걸음을 돌려 요가원으로 향한 날.


휴가 때 푹 쉬고 싶어 휴양지로 갔었어요. 선크림도 안 바른 채 휴양지에서 놀다 보니 없던 주근깨가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하는 거예요. 거울을 보면 그 주근깨가 그렇게나 신경 쓰이더랍니다. 가리기에 급급했던 어느 날, 갑자기 '주근깨'에 집착하며 저 스스로를 미워하기 시작한 것 같았어요. 거울에 보이는 저를 미워하고 싫어하고. 그동안 '있는 그대로의 나'를 부정했던 것 같아 제 스스로에게 미안했답니다. 그 작은 주근깨 몇 개 때문에. 살아가다 보면 외부적인 요인 때문에 본인 자신에게 실망하고 자책하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럴 때, 자신을 미워하지 마시고 더 굳건히 자신을 믿어주세요. 나 자신을 믿어주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세요. 어떤 상황에 흔들리는 '나'도 나니까요. 그 흔들림 속에 '나'라는 존재도 믿어주고 안아주세요.


눈을 감고 선생님이 수업 전 말씀하시는 내용에 그동안 참았던 눈물이 흘렀다. (어두워서 다행이지) 그리고 작은 매트 안에서의 수련을, 흔들리는 속에서 나라는 존재를 믿어주며 끝냈다.




못 하는 나, 흔들리는 나를 있는 그대로 마주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나는 어떤 일이 주어지면 꼭 성공해야 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에 따른 긍정의 결과가 따라야 하고. 나라는 존재를 벼랑 끝으로 몰면서 '못하는 나'를 마주하게 되는 그때, 나를 부정하게 되고 애써 보지 않으려 한다. 세상이 완벽한 사람을 원하기도 하고 나라는 사람이 나를 그렇게 정의하기도 하기 때문에. 그렇기에 '못하는 나'를 마주하지 못하고 채찍질하고 자신에게 실망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작은 존재처럼 여긴다. 또는, 나를 합리화하기 위한 다른 상황 탓을 한다. '다 너 때문이야. 다 이런 상황을 만든 저 사람 때문이야.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어.' 라며 나를 있는 그대로 마주하지 못한 채 자위한다. 그렇게 해서 나는 진정한 위로를 받은 것일까? 부정하고 합리화하며 상황을 모면해온 동안 '나'라는 사람은 그만큼 굳건해졌을까?


그런 의미에서의 요가라는 수련은 나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힘'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 작은 매트에서 다양한 상황을 마주하지만 그 안에서 나를 믿고 나 스스로를 지탱하며, 힘들 때는 남들의 속도를 신경 쓰지 않고 잠시 쉬기도 하면서. 마치 세상을 살아가며 마주할 다양한 상황과 문제들을 묵묵히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연습과도 같다.


요가원 갔다 집 오는 길 마주한 밤


요가원 저녁 7:30분 수업은 '와, 이렇게 다닥다닥 붙어서 요가가 된다고?'라고 생각할 정도로 방이 꽉 찬다. 매트와 매트 사이의 간격이 한 뼘 남짓 되게 앉아 수업을 시작한다. 처음엔 타인과 이렇게 가까이 운동을 해본 적이 없기에 어색하고 쭈뼛쭈뼛했다. 옆 사람의 호흡이 신경 쓰이고 뒷사람이 내 동작을 보고 있지는 않을까 (그 정도로 가깝다) 다양한 생각이 들어 요가에 집중을 못 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고 난 지금, 요가매트를 들고 수련원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각자의 세계를 들고 오는 것처럼 보인다. 각자의 공간을 들고 와 바닥에 깔고 수련을 하며 가끔은 옆 사람과 부딪히더라도 너그럽게 존중하면서 나의 공간, 나의 세계 안에서 최선을 다하며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과 수련을 하고 있자면 그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 있더라.




빠르게 변하는 세상, 복잡해진 상황과 내 마음 때문에 제대로 나를 마주하지 못하는 나, 그리고 좁혀진 나의 공간 속 요가는 위로이자 힘이자 생활이 됐다. 하루하루를 예전보다 더 나답게 살고 있는 것은 그 힘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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