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의 미학

1. 나라는 길 중심에서 무엇을 외치고 있는가

by JIHYE

오늘의 알람: 미세먼지 나쁨


먹을만한 미세먼지는 이제 뭐, 많이 먹은 듯 하니 오늘도 많이 먹어보자는 생각에서 창문을 이빠이(?) 열었다. 미세먼지를 탓하기엔 햇살이 너무 좋았던 거지. 생일선물로 받은 튤립도 창가에서 더 빛나는 듯 보였다. 분홍색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분홍색 튤립을 받은걸 보면 꽤나 분홍색도 흥미롭다.


봄 같았다. 방충망 사이로 본 바깥 풍경은 미세먼지를 옅게 가려 더 찬란해 보였다. 오늘, 난 바깥을 나가지 말아야겠다는 다짐. 사실 어젯밤 잠이 들까 말까 하는 밤에 침대에 누워 벽을 엑셀 삼아 세워놓은 계획은; 서울숲 근방 책방 가기. 카페 가서 글 쓰기. 등등. 다 무산시키고 오늘은 청소를 해야겠다는 생각.


창문 틈 청소. 미세먼지를 한껏 닦고 또 닦았다. (닦는 와중 또 쌓이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침대 밑. 히익, 난 이 먼지들을 먹으면서 뭐가 좋다고 침대에 누워 잠들었을까...

침대 청소한 김에 이불 빨래.

다음 미션은 귀걸이 정리. 나름의 소소한 소비 겸 취미로 귀걸이를 시즌 별로 사서 모은다. 분명 귀걸이 함도 사고 거는 장식함도 샀는데, 그 위에 산더미처럼 올려놓고 매번 손이 가는 귀걸이만 잡게 된다. 안 되겠다 싶어 정리.

책도 읽고 쌓고 읽고 쌓고 하다 보니... 책장도 정리.

분명 정리한 것 같은데 또 쌓여있는 화장품들. 화장품대 정리.

사두었던 그림들과 포스터 벽에 걸기.



청소를 끝내고 시계를 보니 눈 깜빡할 새에 3시간이 훌쩍 지났다. 어느새 햇살 대신 노을이 집 안을 주황빛으로 덮어주었다. 노을이 들어오니 집이 더 꽤 멋져 보이는 것 같다. 튤립 너도 더 예쁜 것 같다. 방이 보이는 곳에 우두커니 서서 청소한 나의 집을 멍-하니 보고 있자니 오늘의 청소는 꽤나 만족스럽다. (허리와 어깨가 좀 아파진 것 말고는.)


머릿속 잡다한 생각들이 엉켜있다. 생각이 생각을 키운다. 생각에는 다양한 감정들이 내포되어 있다. 우려, 걱정, 좌절 그리고 기대. 생각이 많은 나의 머리는 나의 감정 또한 어지럽힌다. 생각하는 것에 지쳐 가지치기하듯 잘라낸 그 어딘가에서 봄의 새싹처럼 하나둘씩 생각이라는 것이 또 자란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생각,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생각, 내 미래에 대한 생각,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생각, 내가 보내는 시간들에 대한 생각. 분명 나는 이 생각들을 행동으로 잘 이행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행 뒤에는 또 다른 고뇌들이 자리 잡는 법이니까.


이 잡다한 생각들이 머리를 떠나지 않고 생각이 생각을 부를 때, 가끔은 좋다 생각했던 노래가 흘러나오는 플레이리스트를 크게 틀고 구석구석 청소를 하다 보면 어느새 머릿속 생각들도 한 차례 평온해진다.


청소를 끝낸 나의 평온한 집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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