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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ra Kim Jan 10. 2024

도시락 안에 밥을 넣어주세요.

feat, 락앤락 협찬 대환영

첫째가 처음 다녔던 어린이집은 상가 2층에 있던 ‘꼬마숲어린이집’이었다. 

(원생들이 없어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닫았다.) 

출근길에 아이를 시댁에 맡기고, 퇴근길에 찾기를 1년여 동안 반복하면서 어린이집 자리가 나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기에 열악한 환경을 따질 처지가 아니었다. 자리가 있는 게 어디냐며 연락을 받자마자 시어머님과 함께 한걸음에 달려갔다.     


"처음 적응기간이 있는데요. 이때는요. 데리고 왔다가 할머니랑 같이 있다가 돌아가고, 조금 익숙해지면 한 시간, 또 두 시간 이렇게 시간을 늘려요. 그런데, 이렇게 하면 어느 세월에.. 그쵸? 정 사정이 안되면 오늘부터 맡기셔도 돼요."

     

나처럼 이렇게 시댁이나 친정 혹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경우면 하늘이 도운 케이스다. 맞벌이 부부가 아무런 도움 없이, 더욱이 엄마가 회사에서 육아휴직도 마음대로 쓸 수 없는 형편이라면 아이는 3개월 1일째부터 낯선 어린이집에서 하루종일 엄마나 아빠를 기다려야 한다. 물론, 원하는 어린이집에 대기 없이 바로 보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운이긴 하다.      


집으로 돌아와 어린이집에서 적어준 준비물을 살펴보니, 다행히 모두 집에 있는 물품(?)들이었다. 다음날 도시락, 기저귀, 손수건, 여벌의 옷, 그리고 선물로 받아둔 낮잠이불까지 빠짐없이 챙겨서 보냈다. 그런데 어린이집에서 오후 2시가 조금 넘어 전화가 왔다. 

‘어? 무슨 일이지?’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오는 기분이 이런 기분이구나. 진짜 부모가 된 기분(?)이었다. 


“라희 어머니 되세요? 여기 꼬마숲 어린이 집이에요.”

“네, 선생님 안녕하세요.”

“아, 어머니. 도시락이요.”

“네.”

“아, 아이들이 쓰는 도시락이 있어요. 인터넷이 '어린이집 도시락'이라고 검색하시면 나와요.”

“(????????????) 어린이집 도시락이 따로 있어요?”

“네, 식판처럼 생긴 도시락인데 뚜껑이 있어요.”

“아, 저도 나름 푹푹 삶아도 되는 걸 보냈는데.  죄송합니다. 다시 보낼게요.”

“네, 감사합니다.”     


네이버 검색창이 '어린이집 도시락' 이라고 검색했다.

아........


어머니, 어린이집 도시락은 나에요.  (출처 : 네이버 이미지)



그러나, 내가 보낸 도시락은 락앤락반찬통. 

일반적인 도시락은 아이가 쓰기엔 너무 크니 락앤락 반찬통 중에 적당한 크기로 밥, 국, 반찬을 담을 수 있는 것으로 보냈다. 내열유리가 푹푹 삶을 수 있어서 위생적이라고 생각했다. 

락앤락 협찬 대환영 (출쳐 : 락앤락 홈페이지)


선생님의 짧은(?) 7년의 보육교사 기간 동안 반찬통을 도시락으로 보낸 분은 어머님이 처음이라며 웃으셨다. 그런데, 일일이 반찬통을 열고, 닫기엔 시간도 오래 걸리는데다 혹시 떨어트릴 경우, 아이들이 다칠 수 있어서 가벼운 식판이 훨씬 낫다고 하셨다.








두 번째로 다닌 어린이집은 "하나 어린이집"이었다. 

꼬마숲 어린이집을 더 이상 다닐 수 없게 되자 다시 부랴부랴 알아보게 되었고, 대기 2번으로 겨우겨우 입소를 할 수 있었다. 이곳은 어린이집 단독건물에 마당도 있고, 차량으로 아이들을 실어 나를 정도로 규모가 있는 곳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차량이 없는 곳은 꼬마숲 어린이집뿐이었다!!!!!)


어린이집에서 운영하는 차량이 있다는 것은 아이들이 현장학습이나 봄/가을에 외부로 소풍을 가기도 한다는 것. 알림장에 소풍을 가니 도시락, 마실물, 간식을 준비해 달라고 적혀있었다. 도시락, 뽀로로 보리차,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지퍼팩에 담아서 가방에 챙겨 넣었다. 


사실, 이전 어린이집에서는 소풍을 가본 적이 없다. 

현장 학습을 가면 횡단보도 건너, 우리은행 혹은 그 옆에 롯데마트 혹은 (지금은 사라진) 빵굼터가 전부였다. 그러니, 처음 가는 소풍에 아이도, 나도 덩달아 설레고 흥분이 됐다. 


오후에 전화가 왔다. 

어린이집이었다. 

"라희어머님이시죠? 어린이집이에요."

"아, 네~~ 선생님, 안녕하세요."

"어머님, 저기... 소풍을 가서 도시락을 먹는데, 라희는 도시락만 보냈더라고요."

"아니에요. 도시락, 마실물, 간식 이렇게 다 보냈는데."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빈도시락 만 보내셨더라구요."

".................. 아, 도시락. 도시락을 싸 보내야 하는 건데."

"다행히, 친구가 김밥을 많이 싸와서 나눠먹긴 했는데 라희가 속상했을 거예요. 알고 계시라고 전화드렸어요."

"......아, 네. 죄송합니다."






다음 현장학습에 준비물에 이렇게 적혀있었다.

도시락, 마실 물(음료수), 간식

(주의사항 : 도시락 안에 밥을 넣어주세요. 빈 도시락이 아닙니다.)


엄마들, 아셨죠? 

그동안 코로나로 현장학습 혹은 소풍을 한 번도 못 가본 어린 자녀들을 둔 엄마들.

준비물로 도시락이 있다면, 도시락 안에 밥을 넣어주세요. 빈 도시락이 아닙니다.


(다시 생각해도 정말. 제발 쥐구멍을 좀 알려주세요. 지금이라도 들어가겠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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