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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ra Kim Jan 17. 2024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아이는 해답을 가지고 있다.

“어머니, 라희 내려오라고 해 주세요.”

“오냐~”     


아이가 내려오기 전에 차 시동을 걸고 한기를 없앤다. 

2017년식이면 그렇게 오래된 차가 아닌데도 데워지기까지는 한참이 걸린다. 

아침 출근시간이라 맘이 더 조급해서 그런가 보다. 

시트가 따뜻하게 데워지면 아이를 내려오게 한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차로 3분 거리. 

가위, 바위, 보

짧은 시간이지만 개인적인 고민거리를 얘기하기도 한다.      

“라희야, 인간관계는 진짜 어려운 것 같아.”

“인간관계가 뭔데?”

“사람사이의 관계. 친구들 사이, 엄마와 딸, 너랑 주원이 사이, 엄마랑 아빠사이. 모든 사람들 사이에는 좋은 일도 있는데 어려운 일도 많아. 그걸 어떻게 해결하느냐. 이런 거.”

“아~~ 나도 알아. 나도 그런 적 있어.”

“언제 그런 적이 있었어?”

“나도 친구들 사이에서 갈등이 있었어.”

‘갈등’이라는 단어에 웃음이 났다.


“방과 후에서 친구들이랑 노는데, 다들 이 역할을 하고 싶어 해. 나도 그 역할을 하고 싶고. 그래서 갈등이 생겼었어. 그런데 내가 해결했잖아.”

“어떻게?”

“가위, 바위, 보를 하자고 했어. 엄마도 가위, 바위, 보를 하자고 해. 근데, 엄마가 질 수도 있어.”

“...........................(아, 내가 질 수도 있구나. 그 생각까지는 미처 하지 못했다.)"






얼마 전의 일이었다.

주원이가 숫자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한동안 재밌게 놀더니 한자리 수 덧셈(5+7 혹은 8+2)이나 조금 쉬운 두 자릿수 뎃셈(24+8 혹은 35+6)을 본인만의 방식으로 답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라희가 다니는 센터 선생님께서 해주신 조언을 듣게 되었다.


또래보다 조금 빨리 숫자나 글자를 알게 되는 경우 어른들이 그게 신기하고 대견해서 이 숫자는 뭐야? 혹은 이 글자는 뭐야?라고 질문을 하게 된다. 더욱이 주원이의 경우 덧셈을 하니 단순 연산 질문을 하루에도 여러 번 받는다. 아이가 답을 하면 잘했다는 칭찬이 쏟아지는 건 당연한 일. 아이 스스로도 본인이 잘한다는 걸 알게 된다. 주의사항이 이제부터 나온다. 

이런 칭찬에 익숙한 아이들은 '자연, 그림, 색, 다양한 형태의 모양, 도구'등에는 점점 관심을 잃어간다. 그림책을 보더라도 그림이 아니라 자신이 아는 글자나 숫자를 찾으려고 한다.


왜냐하면, 그게 쉽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답을 하면 칭찬까지 받지만 그림을 보고, 패턴을 확인하고, 이것을 같은 것으로 모아보고, 분류하는 것은 어렵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더욱이 숫자와 언어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습득이 되지만, 앞서 말한 일련의 행동들은 일부러 찾아서 하지 않으면 습득하기 어려우니 질문을 하더라도 2+3은 얼마인가를 묻는 게 아니라, 어린이집에서 같은 색 양말을 신은 친구가 모두 몇 명이야?라고 물어야 한다고 조언을 해 주셨다. 아이는 우선, 친구들이 신은 양말을 떠올리고 그 안에서 같은 색을 찾아낸 다음, 수를 확인하는 여러 단계의 작업과정을 거친다는 얘기였다.      


“내가 엄마 고민을 해결했잖아.”

“무슨 고민?”

“센터 선생님이 얘기하셨던 거 있잖아. 주원이한테 말했던 거. 내가 할머니랑 돌봄 선생님한테 얘기했어.”

“어떻게?”

“좌뇌는요. 덧셈이나 글자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배우고 발달이 된데요. 그러니까 앞으로는 우뇌를 발달시킬 수 있도록 해야 된데요.”

“.....................................(천재다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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