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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ra Kim Jan 24. 2024

여기가 어디야?

몰랐어? 어.

어느 주말에 푸드코트에서 라희, 나, 주원이 셋이 점심을 먹은 적이 있었다.


ToysRus(토이저러스)에 가서 장난감을 하나씩 고르고, 점심을 먹고, 또 장난감을 하나씩 고르기로 한 날이었다. 둘은 그야말로 초흥분 상태였다. ToysRus가 크기나 유명세면에서 예전 같지 않았지만 우리 애들은 처음 가보는 곳이었기에 그야말로 눈이 휘둥그레졌다. 


라희가 제안을 했다. 

한 개를 먼저 고르고, 점심을 먹고, 나머지 한 개를 고르자. 

이유인즉, 이 신나는 기분을 오래도록 유지하고 싶다는 거였다.


먼저 1개씩 고르고, 푸드코트로 와서 점심을 먹던 중에 주원이가 진지하게 물었다.

주원 : "엄마, 여기가 어디야? 프랑스야?"

엄마 : "(순간 당황) 아니, 여기 평촌인데."

주원 : "평촌이 프랑스야?"

라희 : "주원아, 여긴 대한민국이야!!"

주원 : "여기가 대한민국이야?"

라희 : "너 여기가 대한민국인 줄 몰랐어?"

주원 : "어."

라희 : "헐. 말도 안 돼. 어떻게 프랑스라고 생각을 할 수가 있지?"

주원 : "나한테 대한민국이라고 말을 안 해줬잖아."

라희 : "그럼 여기가 프랑스라고 얘기를 해 준 사람도 없잖아!!"


그렇구나.

아무도 대한민국이라고 말해주지 않아서 아이는 여기가 어딘지 모를 수도 있겠구나.



어느 밤, 라희와 내가 먼저 침대에 누웠다. 

주원이는 침대 한쪽에서 장난감을 마저 조립하고 자겠다고 한다.

나는 옆에 누워있는 딸아이에게 "너무 이뻐. (쪽) 너무 이뻐. (쪽)"라며 뽀뽀 세례를 하는 중이었다.


엄마 : 우리 딸 너무 이뻐, 너무 좋아. 쪽쪽쪽쪽쪽쪽쪽쪽쪽쪽쪽

주원 : 엄마 나는? 

엄마 : 주원이도 이뻐.

주원 : 나는 딸 아니야?

라희 : 너는 남자잖아. 남자는 딸이 아니라, 아들이지.

주원 : 딸 일 수도 있지~~

라희 : 여자는 딸이고, 남자는 아들이야. 몰랐어?

주원 : 어.

엄마 : ................


사실, 나도 이런 적이 있다.

물론 어릴 때였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어린 나이는 아니었다.

누군가가 미국의 LA를 최근에 다녀왔다며 이런저런 여행의 에피소드를 얘기하고 있었다. 

그걸 듣던 누군가도 몇 년 전에 로스앤젤레스를 가봤는데 어느 식당이 맛있고, 어디가 좋고, 언젠가 자신이 메고 온 가방이 거기서 산 제품이라며 추임새를 넣는 것이었다.

그 순간, 나는 알게 되었다.

아, LA와 로스앤젤레스는 같은 곳이구나.


"진짜 몰랐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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