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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곰살곰 Oct 30. 2022

안방과 서재, 날 위한 남편의 선물

내 방, 나만의 공간을 가져본 적이 없다. 어린 시절 방 한 칸에서 두 칸으로 이사했을 때도 자연스레 오빠의 방이 생겼을 뿐이다. 결혼 후에도 자라나는 아이들 방이 우선이었지 나만을 위한 공간을 욕심낼 수는 없었다. 꼭 물리적인 공간일 필요는 없다는 자기 최면 끝에 나만의 시간과 공간을 위해 안 방 작은 구석에 좌식 책상을 두고 나를 위한 공간을 만들기도 했다. 

이 작은 책상에서 엄마와 아내로서의 '나'가 아닌 온전한 '나'가 되었다. 이런 나를 보며 남편은 서재를 만들어주겠다는 고마운 이야기를 건네곤 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현실이 되었다.


상하방으로 쓰이고 있던 1층 방은 다락과 화장실이 따로 있었고 외부로 향하는 문이 있었다. 

서재로 만들기로 한 남편은 외부로 나 있는 문을 막았고

 다락을 철거하고 화장실로 쓰이고 있던 공간과 하나로 합쳐 크게 쓰기 위해 H빔 보강 작업을 했다. 

벽을 철거 한 후 다락과 화장실에 나있던 두 개의 창문은 철거 후 하나의 창으로 만들기로 했다. 

힘겨운 시간을 지나 두 개의 창문은 하나가 되었다. 

철거, 보강, 창문 시공, 페인트 등의 과정을 거쳐 드디어 서재가 완성되었다. 기존에 사용되었던 문짝을 뜯어내 책상 상판으로 이용하고 버려질 기존 컴퓨터 책상의 하단 부분으로 하단 수납장을 만들며 서재 책상으로 사용하고 있다. 높아진 층고에 맞게 책장을 새로 만들기로 했지만 그보다 우선인 작업이 남았기에 이전 집에서 거실에 놔두었던 책장으로 서재의 한 쪽면을 채웠다.

이 공간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온라인 독서모임을 한다. 나를 위한 공간, 내가 좋아하는 시간이 가득한 남편의 선물이다. 


서재에 이어 작업이 마무리된 공간은 안방이다. 

다른 공간에 비해 가벽 설치 작업을 계획하고 있어 마무리가 늦게 된 공간이다. 가벽을 설치해 침실과 드레스룸을 구분할 것이라던 남편의 이야기가 처음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가 작업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가벽을 세우기 위해 각재를 자르고 연결하는 것을 시작으로 

T자형 가벽이 안방에 세워졌다. 

가로 프레임도 만들고 위쪽에 처마까지 만들면서 단단함이 추가되었다. 

석고보드와 도배까지 마무리하며 가벽이 완성되었다. 가벽 설치 후 남편의 정확한 계산 끝에 침대까지 놓이면서 쉼을 위한 공간, 내게는 어떤 호텔보다 멋진 침실이 되었다. 

가벽 뒤쪽 드레스룸 부분에 현재는 임시로 옷걸이를 만들어 옷 등을 수납 중이다. 

드레스룸 부분에 벽에 세워진 긴 문짝은 부엌장을 만들 때처럼 옷장을 만들기 위해 어느 아파트 리모델링 현장에서 철거해 온 문이다. 하지만 언제나 드레스룸이 완성될지는 모른다.


남편의 머릿속에 그려진 모습이 되려면 아직 더 많은 기다림이 필요한 듯 하지만 하나씩 완성되어가는 우리 집은 충분히 아름답다. 가벽이 있는 안방과 드레스룸, 서재 모두 내 삶에서 모두 처음이다. 이 집은 내게 단순한 집이 아니다. 남편이 내게 주는 '처음'이라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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