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 다시 가는 꿈을 꿨다. 이제는 늙어서 예비군에서도 불러주지 않는다며 한탄을 했던 나인데, 막상 재입대를 하니 숨쉬기 힘들 만큼 가슴이 답답했다. 이불이 칭칭 감기며 포박되어서 그런 답답한 꿈을 꾼 걸까?
오늘 조카가 수능을 친다. 그 시절 인생 최대의 난관이었던 수능. 지나고 나면 별거 아니라 느껴지기도 하지만, 막상 다시 수험생이 된다면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할지. 멈춰버린 시간 위에 뒤척이는 장병들의 겨울밤은 또 얼마나 길고, 깜깜하고, 춥고, 답답할지.
누나가 아기를 낳았을 때 그 고통이 얼마나 큰지 물어봤었다. 누나는 마취 없이 생살을 잘라도 그 고통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의 고통이라 설명했다. 그 설명으로 내가 이해한 건 고통의 크기가 아니라 경험하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각자의 고통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지금'을 덧붙여야 할 것 같다. 지금 내가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고통의 크기가 있다.
개구리가 된 나는 올챙이 시절에 겪은 고통을 알고 있다 생각하지만, 착각이다. 그때 그 아기가 수능을 치는 오늘, 누나는 그 날의 고통을 여전히 기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