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겠습니다.

by 바보

나는 나로 살고 싶어요. 타인의 시선에 더 이상 얽매이기 싫습니다. 저는 소심쟁이라서 늘 사람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합니다. 주변 사람 누군가 내 글인지 알아보면 어쩌나 걱정돼서 프로필 사진도 안 올렸어요. 수준 미달의 글이라 비웃으면 어쩌나 싶어서요. 제가 교사인걸 알면 저의 모자란 모습, 예를 들어 탁월한 유치함 등에 대해 솔직하게 쓸 수 없을 것 같고, 오타나 비문에 대해서도 비난받을 것 같아서 프로필에서 회사원으로 소개를 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저를 옭아매는 것 같아요. 사실 제가 뭐라고 사람들이 신경 쓰겠어요? 교사가 뭐라고 숨기나요? 십 대 이십 대 때에는 그럴 수 있어요. 남들 시선에 한참 민감할 때니까요. 하지만 삼십 대를 넘어 마흔이 된 이상 우물쭈물 살면 안 될 것 같아요. 언제까지 주변 사람들 눈치 보며 살아요. 몇 명 읽지도 않는 이 브런치 공간에서도 나를 드러내지 못하면 평생 양지로 나아가지 못하고 무덤으로 직행할 것 같은 두려움에 오늘 아우팅 합니다.


소심쟁이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프사는 측면으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자기소개에 교사임을 추기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오해 없으시길 바라며 TMI일 가능성이 농후한 이야기를 덧붙입니다. 교사 생활을 잠시 pause 하고 결이 다른 일을 가능케하는 고용휴직이란 제도가 있습니다. 저는 그 제도를 통해 학생을 가르치는 일이 아닌 다른 일을 했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돈을 더 벌고 싶었고, 둘째, 평생 한 가지 일만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내가 사는 우물도 무척 만족스럽지만 다른 우물은 어떻게 생겼나 궁금해서 죽겠는 호기심 많은 개구리라 해두겠습니다. 여하튼 그래서 다른 일을 하는 동안 김 과장, 김 부장, 김전문가(김양식업은 아닙니다..^^;) 등 선생님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불리던 시절의 이야기를 주로 담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겠다 선언하는 마당이니 현업인 교사를 프로필에 추기하겠다는 길고 긴 TMI 였습니다.


안 궁금하셨죠? 신경도 안 썼죠? 그렇죠? 오타가 있든 비문이 있든 아무 관심 없죠? 그렇죠? 저도 알아요. 저도 남들에게 무관심하거든요. 그런데 막상 내가 드러나는 상황이 되면 불안하고 불편해져서 나를 숨기고 그래서 또 움츠러들어요. 점점 움츠러드는 삶에 스스로 만족한다면야 아무 문제없겠죠. 하지만 저는 이런 내가 너무 마음에 안 들어요. 인스타나 페북에 자신의 모든 것을 공개하는 외향인들은 프로필에 사진 하나 올리면서 무슨 말이 그렇게 많은지 어이가 없을 수도... 하... 또 남의 시선에 신경 쓰고 있네요... 벌써부터 쉽진 않겠단 생각이 듭니다만 시작이 반이라죠.


(이탈리아 작가 엘레나 페란테는 굳이 정체를 드러내지 않아도 작품으로 자신을 충분히 나타낼수 있다며 여태 비밀을 유지한다던데... 프로필 다시 지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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