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오래된 책들을 꺼내어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다시 읽었다.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긋던 학창 시절의 버릇이 여전히 남아있을 때 읽었던 책인가 보다. 여기저기 밑줄이 그어져 있어 그 부분을 더 자세히 읽다, 나중에는 밑줄이 쳐져있는 부분만 골라 읽었다. 그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참 닮았다. 내 마음을 흔들었던 그 시절의 문장들이 여전히 내 마음을 울렸다.
그런데 문제는 밑줄이 없는 글은 당최 눈에 들어오지를 않았다는 것이다. 밑줄 쳐진 문장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조금씩 살펴볼 뿐이었고, 밑줄이 없는 페이지는 주저함 없이 스킵했다.
그러다 문득 이렇게 외면받고 버려진 문장들이 평범한 삶을 사는 우리들의 모습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음이 불편했다.
어그로 끄는 제목으로 자극적인 글을 쓴 적이 있다. 편집자는 그 글을 포털 메인에 올렸고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런데 사실 그 글은 심심해서 낙서하듯 끄적인 글이었다. 정작 정신의 정수를 쏟아부어 쓴 글은 외면받고 (편집자가 밑줄을 쳐준) 낙서 수준의 글은 큰 관심을 받으니 뭔가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밑줄이 그어져 있지 않아서 아무도 관심 주지 않는 우리들.
나.
나의 글.
다른 누군가.
누군가의 글.
그렇게 사라질 우리들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