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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de Kim Nov 10. 2019

세렌디피티가 언젠가 당신에게도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캔디에서 내가 경험한 경이를 이리저리 묘사해보려 애썼지만, 글로는 도저히 되지 않는다. 당최 마음에 들지 않아서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다, 안 되겠다 싶어 집 앞 운동장을 뱅글뱅글 돌며 고민해봤지만 역부족이다. 포기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로 맞이하는 아침 풍경, 어두운 골목에서 우아하게 떠오르던 한 무리의 반딧불이,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리며 까만 하늘을 가르고 또 가르는 번개, 캔디 호수를 때에 따라 선홍빛, 다홍빛, 보랏빛으로 물들이는 노을, 식물의 생명력 넘치는 초록빛, 코로 나무를 나르는 코끼리 아저씨, 이 집에서 저 집으로 지붕을 타고 넘으며 어디론가 바삐 가는 원숭이 무리, 모기도 생명이라며 잡는 대신 차라리 피를 내어주는 캔디언들의 여유 넘치는 마음 씀씀이, 공원에 앉아 우산으로 얼굴만 살짝 가리고 사랑을 나누는 커플들이 뿜어내는 풋풋함, 이 묘사 가운데 그 무엇도 내 마음속 풍경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


식물의 생명력 넘치는 초록빛, 코로 나무를 나르는 코끼리 아저씨


 그날 내가 본 경이로운 풍경이 사진에 담긴다면 누가 굳이 여행을 가겠는가? 내가 들이마신 그날 아침 공기의 상쾌함을 글로 전할 수 있다면 누가 시간과 비용을 들여 그곳에 가려하겠는가? 다만, 그곳에서의 시간이 나에게 행복이었고, 그 시간이 나를 참 많이 변화시켰음을 고백한다. 세렌디피티, 우연히 발견한 행운이라 불리는 스리랑카라는 이름의 행운이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꼭 언젠가 찾아오기를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잡담 1

 홍차의 맛이 궁금한가요? 드래곤볼에 이런 장면이 있습니다. 더 큰 힘을 얻고 싶었던 손오공이 카린탑 꼭대기에 신님이 가지고 있는 초성수를 마시면 무적의 힘을 갖게 된다는 전설을 듣고 구름보다도 높이 솟아있는 카린탑을 기어오릅니다. 몇 날 며칠을 쉬지 않고 올라 초성수를 마셨는데 그 맛은 그냥 물이었고 특별한 효능도 없었죠. 초성수를 지키고 있던 신님이 말합니다. 너는 초성수를 얻기 위해 이 탑을 오르는 동안 충분히 강해졌다고 말이죠. 홍차는 향긋하고 품위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대단히 특별한 맛은 아닙니다. 하지만 홍차를 찾아가는 여정, 그곳에서 만난 사람, 도시 곳곳에서 만나는 각양각색의 동물들, 거기에 눈물 나게 아름다운 자연까지 더해지면 그것은 경이로운 초성수가 됩니다.


잡담 2

홍차의 최고 등급인 실버티는 무척 비쌉니다. 가격이 일반 차의 열 배 이상입니다. 종류별로 하나씩 골라 담아 사 와서 하나만 유독 비싼 것을 뒤늦게 깨닫고 사기당한 줄 아는 관광객이 있어 말씀드립니다. 실버티는 귀한 새순으로만 만들기 때문에 무척 비쌉니다. 반면 향이 첨가된(flavored) 차들은 매우 저렴합니다. 비교적 낮은 등급의 찻잎에 향을 첨가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 둘을 제외한 홍차를 사시면 합리적인 가격에 향긋한 실론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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