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는 어려워
엄마는 새로운 것에 관심 많다. 그런데, 영어에
약한지라 새로운 영어 단어가 신조어로 등장하면 호기심 있게 듣고 재밌게 발음하신다. 이럴 땐 아기가 말 배우는 과정 같아 엄마가 귀엽다.
한때 브로컬리가 처음 등장해 인기 있는 야채가 되었다.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맛나 반찬거리로 즐겨 샀다. 엄마는 어느날 이렇게 말씀하셨다.
“브루브루 사가자.”
처음엔 뭘 사가자는지 몰라 그게 뭐야 라고 물었다.
야채 있잖아. 데쳐서 찍어먹는. 브루브루가 브로컬리라는걸 알고 웃었다.
또 한번은 까르푸 백화점이 동네에 생겼다. 이것도 르카푸 백화점이라 부르는 통에 배꼽 잡았다.
지난주에 갑자기 인터넷에서 예쁜 그라탕 접시를 봤다. 원색 좋아하는 나인지라 얼른 주문했다. 집에서 해먹거나 조카나 손님 오면 대접하기 좋을거 같았다.
드디어 그라탕 접시 도착! 엄마에게 그라탕 요리에 대해 설명해 드렸다. 한참 듣더니
“그랑프리 접시 어디다 둘거냐?”
물으신다. ㅋㅋㅋㅋㅋ 그라탕이 그랑프리로 변신.
엄마, 그랑프리가 아니라 그라탕이야.
치즈, 비엔나 소세지 등 사다 집에 있는 야채로 고구마 그라탕 만들었다. 맛있게 먹고 있는데 외출했던 화섭이가 들어왔다.화섭이 새로 해줄까 하니 엄마가 당신거 반을 주면 된단다. 화섭이를 부른다.
“화섭아, 그랑탕 먹어라~”
동태탕 동생이 그랑탕인가? 한참 배꼽잡고 또 웃었다. 엄마는 경상도 분으로 성격이 급하신데, 새로운건 해보고 싶고 그래서 나온 단어들 같다. 나도 요새 신조어 잘 모르는데 엄마는 오죽 하시랴! 그래도 엄마덕에 웃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