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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태리 Sep 08. 2020

서로를 돕는 기쁨

있는데 없다고 할 수 없다

어느날 날아온 국민건강보험 우편물


어느날 우편함에 국민건강보험 우편물이 들어있었다. 봉투를 열어보니 화섭씨의 직장가입자 자격변동안내. 화섭씨의 직장보험에 변동이 생겨  아래의 피부양자로 등록한다는 내용이었다. 화섭씨 회사에 전화를 걸어보니 회사에  변화가 있었다. 원래 회사는 지방으로 이전하고 직원들은 다행히 자매회사로 새로 들어간다고.  과정에서 원래 회사 퇴사신고를  상태이고,  직장은 정리할게 있어 그게 끝나면 다시 입사신고를  예정이라고.  잠시동안 화섭씨가  피부양자가 된것이다. 2018년부터 남매간 피부양자 등록은 안된다 했는데, 아마도 동생이 장애인이라 등록 된듯 하다.


이 일을 겪고 나니 약 십년전 일이 떠올랐다. 9년동안 다니던 어린이집을 무작정 퇴사했다. 당분간 쉬며 하고픈 일을 하려 했는데, 지역보험자로 변경되어 엄청 오른 보험비 청구서를 받게 되었다. 아....싱글이면 백수도 하기 힘들다. 다행히 당시 막내가 직장 4대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동생 피부양자로 나를 올려 보험비를 감면 받았다.


화섭씨와 살며 나도 모르게 화섭씨를 약자나 도움을 줘야하는 사람으로 인식할때가 많았다. 하지만, 그 백수시절에는 난 분명히 화섭씨 도움을 받고 있었다. 나는 동생이 셋인데, 둘째와 셋째는 시집장가가고 화섭씨와 나만 싱글이다. 이 상태에서 부모님까지 화섭씨의 건강보험 피부양자가 되었다. 엄마는 가끔 아버지에게 큰소리 쳤다.


"당신이 화섭이 때문에 병원에 보험혜택 받으며 다니고 있는거에요."


그때는 화섭씨가 가장 같았다. 월급의 액수와 상관없이 우리는 화섭씨라는 존재로, 건강보험비를 내주는 직장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의지하고 있었다. 화섭씨 스스로도 가끔 그 책임감을 인식하는듯 했다.


20대때 자동차를 샀는데, 화섭씨와 공동명의로 해서 자동차세를 면받았다. 그게 고마와 차에 태우고 한강으로 가곤 했다. 자전거 대여소에 들렸을때 일이다. 마침 겨울이었고, 자전거 주인 아줌마는 석유난로를 때고 있었다. 마침 기름이 떨어져서 무거은 기름통을 들어 난로에 부으려고 하셨다. 화섭씨는 갑자기 "제가   알아요." 그러더니 무거운 통을 번쩍 들어 난로에 부어주었다. 아주머니는 연신 고맙다고 하시고, 나는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라고 물어봤다. ", 직장에서 매일 ." 직장에서 난로에 기름붓는 신공을 연마했다니 그것도 이제는 자발적으로 한다니 기특하기 그지 없었다.


화섭씨는 퀴즈응모 매니아이다. 그중 ㅎ모 잡지의 퀴즈를 엄청 좋아한다. 20년 넘게 해오고 있는데, 어느날 이 잡지에서 화섭씨를 인터뷰 하겠다고 기자가 찾아 온다고 한다. 엄마는 나에게 해당기자에게 전화해보라 했다. 기자 왈,


"임화섭 선생님께서 소정의 후원금을 내셨어요. 액수와 상관없이 후원하겠다는 마음이 고운 분들을 찾아 뵙고 있습니다. "


후원금? 참 엉뚱하다 이녀석. 화섭에게 다시 물어보니 월급받고 ATM기에서 이체로 후원금을 보냈다고 한다. 이 잡지를 엄청 열심히 읽어서 잡지 호수며 기사며 줄줄 외는 터라 기자가 그 질문을 하러 온다니 신나서 청소기를 들고 집안을 휘젓고 다녔다. 누나 보고 기자 오는 시간에 같이 있을 수 있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아쉽지만 그때 누나는 출근해야해서, 인터뷰 잘해.


기자가 다녀가고 인터뷰를 읽어보니 또다른 양파껍질의 화섭씨다.


한겨레 21 후원자 기사



 기사에서 놀라운건 "어깨동무를 하고 싶었어요." 혹은 "누나와 함께 도서관에 가서 잡지를 읽으면 공기가 맑아지는듯했다."라는 대답이었다. 이런 표현이 절묘하다 싶었다. 거기다 놀라운건 사회적 약자와 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이었다. 매일 경품응모에만 관심있는줄 알았더니 언제 남들에 그것도 약자에 관심 있었대? 내가 모르는 화섭씨의 이면이었다.  기사를 읽고 화섭씨에게 달려가 물어봤다.


"화섭아, 네가 사회적 약자 아니었어? "


난 화섭씨가 스스로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궁금했다. 화섭씨는 손을 자기 가슴에 얹고 또박또박 말했다.


"아니야, 나는 약자를 보호하는 사람이야."


"네가 장애인이잖아."


"응 자폐장애 3급"


그런데, 그게 뭐가 어때서라는 느낌이었다. 조금 쑥쓰러워했지만, 그게 뭐가 어때서 나도 남을 돕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갑자기 난로에 기름붓기 신공 장면이 떠올랐다. 화섭씨는 남을 돕는 기회가 있으면 그걸 하고 싶었던것이다. 단지, 그 기회가 잘 안오고 잘 안 주어졌을뿐.


우리는 다 큰 성인 장애인을 만나면 특히 지적 장애인을 만나면 그들을 어리게 본다. 그들의 말투와 행동만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사회 곳곳에선 아직도 발달장애인을 천시하는 만행이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 사회복지시설에서도. 그들이 표현하지 못한다고 일반사람들이 생각하는 성인다운 행동과 말을 못한다고, 그들을 그렇게 대할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 그들도 성인으로 남을 돕고 싶으며, 남을 돕는 기쁨과 행복을 알수도 있다. 우리가 서로를 도울때 기쁨을 느끼는것처럼.


화섭씨의 후원금 소동은 나에게 큰 편견을 깨게 해준 일이었다. 사실 나도 동생에게 도움 받은적도 있으면서 동생 잘 돌보는 누나인척 윗사람인척 하지 않았는지,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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