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작동되려면, 창모와 롤모델

꿈이 작동하는 장르, 힙합

by 주드


직원들과 이야기를 하다 의외의 사실에 놀라곤 한다. 몇몇 직원들은 교육담당자인 내게 교육을 해 달라고 말했다. 그들은 회사가 교육을 강제로 시켜 주기를 원하고 있었다. 여기서 놀라운 포인트는 두 가지다. ‘교육을 원한다는 점’과 ‘강제’다.


생각보다 많은 직원이 교육받기를 원한다. 그들 중 학창 시절 공부를 좋아하고 원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싫어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랬던 그들이 교육담당자인 내게 오며 가며 교육 좀 해 달라고 한다. 희한한 일이다. 이는 필요에 의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이 진짜 성장 자체를 원해서 그러는지, 성장하지 않으면 도태된다고 느껴서 그러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찌 됐건 성장할 필요성을 느끼는 것은 맞는 것 같다. 교육은 직원들이 성장한다고 느끼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많은 직원이 교육이 회사로부터 받을 수 있는 혜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원에게 자발적으로 공부할 의지는 부족하다. 그래서 회사가 자신을 강제로 성장 시켜 주기를 원한다. 자신을 움직일 동인이 부족한 탓일 테다. 자발성은 흥미나 목표로부터 출발한다. 흥미는 개인적 영역이라 고려하지 않기로 한다. 그렇다면 회사에서 가질 수 있는 목표는 뭐가 있을까. 목표의 가장 시각적인 형태는 롤모델일 것이다. 회사에서 롤모델을 찾으려 주변을 둘러봤다. 나는 누구처럼 되고 싶을까. 높은 사람인 임원이 되거나 팀장이 되는 것일까.


나는 임원도, 팀장도 되기 싫다. 그분들의 삶이 부러우면서도 부럽지 않다. 가진 역할, 누리는 권력이 행복해 보이기도 하지만 짊어지는 책임, 성과에 대한 압박, 어떨 땐 더 심해 보이는 제약과 속박에 불행해 보이기도 한다. 일하면서 보람이나 만족감을 느끼지도 않아 보인다. 만약 그들처럼 되고 싶다고 하더라도 모두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밀레니얼 중에는 임원이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렇다면 임원, 팀장 외 다른 롤모델을 찾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 다들 불행해 보인다. 결국 롤모델은 없다.


회사에서 나는 누구처럼 되고 싶은지 모르겠다. 그래서 무언가 하고 싶거나 궁금하지 않다. 그러나 도태되는 느낌은 싫다. 직원들이 강제로 공부를 떠먹여 주기 원하는 이유도 내 마음과 같을 것 같다. 배우는 것이 마냥 싫어서 그런 것만도 아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단군이래 자기계발에 가장 열심인 세대라고 한다. 나또한 배우는 것이 재밌어 월 평균 100만 원 학원에 쓰고 있다. 이런 나조차도 일을 위해 사비를 들여 배우는 데 망설여진다. 결제할 한방의 이유가 부족하다. 임원도 팀장도 아닌 롤모델이 절실하다.


래퍼들을 보면서 놀랍고 부럽다. 다들 목표하나 야망 하나 가슴 속에 품고 있다. 유명해지거나 돈을 많이 벌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런 목표들이 그들을 배우고 발전하고 노력하게 한다. 허쓸(Hustle)의 동력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래퍼 창모는 ‘쇼미더머니 시즌 3’에서 탈락해 좌절도 했지만 다짐도 하나 한다. '참가자 아닌 프로듀서로 출연하겠다.' 창모는 허쓸했고 #결국엔유명해진다 를 해시태그와 노래에 뒤덮었다. 결국 그는 유명해졌다. 그리고 그는 쇼미더머니에서 선배 더콰이엇과 프로듀서 팀을 이루어 냈다. 최연소였다.


창모의 성공 원인은 여러 가지일 것이다. 그중 내가 주목하는 것은 그에게 롤모델이 있었다는 점이다. 불구덩이로 떨어진 창모는 ‘프로듀서’가 되겠다는 역할 모델을 정했다. 그에게는 닮고 싶은 멋있는 형들이 있었다. 도끼와 더콰이엇 등 부자면서 성공한 래퍼, 프로듀서처럼 되고 싶었을 것이다. 사실 창모와 같이 성공을 꿈꾸는 래퍼는 한둘이 아니다. 많은 래퍼가 ‘돈과 멋을 지닌 어떤 래퍼’라는 롤모델, 청사진을 가지고 음악을 한다. 롤모델이 이룬 성공의 정도는 조금 다를 것이다. 그리고 각자의 멋도 취향껏 다양하다. 그리고 그들처럼 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누구나 열심히 하면 그들처럼 되거나 그들을 뛰어넘을 수 있다. 이런 에너지가 힙합에는 널려 있다. 힙합은 ‘꿈’이라는 시스템이 작동하는 장르다.


‘꿈’이라는 시스템이 작동하기에 앞서 성공한 멋있는 래퍼들이 있었다. 초창기 한국 힙합은 언더그라운드였고 가난했다. 유명하고 훌륭한 래퍼였던 '주석'도 힙합 계통에서만 유명했을 뿐 대중에게는 알려지지 않아 그다지 큰돈을 벌지 못했다. 이후 더콰이엇, 딥플로우, 팔로알토 등의 성공으로 창모와 같은 후배 세대 래퍼들에게 멋진 롤모델이 생겼다. 그들이 추구하는 음악적 색도 붐뱁, 트랩 등 다양했다. 그들의 작품, 가치관, 재력 모두 그들처럼 되고 싶다는 희망을 품기에 충분했다. 한국 힙합씬의 성장은 이들의 성공을 먹고 자랐다. 이들은 한국에서도 멋있게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람들이었고 이들을 보고 '살고 싶다'가 '살 수 있다'가 됐다고 창모는 말했다. 힙합에 ‘꿈’이라는 시스템이 작동한 시작점이다.


직장에서는 꿈이 작동되기 어렵다. 작동되려면 작동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거나 최소한 선배들이 멋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후배 입장에서 선배들은 힘들어 보인다. 선배의 선배에게 꼼짝 못 하고, 존버만이 살길처럼 보이는 그들의 모습은 내 미래처럼 보인다. 나도 그렇게 될 것 같다. 내 마음도 어둡다. 선배들의 탓만은 아니다. 선배의 선배들 때문이고, 선배의 선배의 선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캄캄한 미래에 나를 담보하기 싫다. 환경을 탓하는 것은 무책임해 보이지만 그런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는 것 또한 아직 선배들에게, 조금 높으신 선배들에게 있음을 직장인으로 감지할 뿐이다.


한 인터뷰에서 창모는 말했다. '무엇을 하고 싶든 꿈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꿈을 가지고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꿈을 보고 확실한 계획을 세워서 달려 나갔으면 좋겠어요.' 이 말이 직장인의 마음에 불을 지피기는 어렵다. 그러나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직장인에게도 ‘꿈’을 가지게 할 멋있는 선배가 있으면 가능할지 모른다. 임원, 팀장이 아니어도 누구처럼 되고 싶은 롤모델이 필요하다. 그런 롤모델을 닮아가며 직장인도 행복해지고 싶다. 꿈이라는 것을 이루고 싶다. 꿈이 작동될 수 있는 배경이 우리 직장인에게도 필요하다.



* 퇴사하고 카카오 이모티콘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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