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당신.
서울엔 첫눈이 내렸다지만
이곳은 멀쩡하게 가을입네 하더니
밤이 되면서 비바람이 불고 있어요.
옆에서 우리 아가가 자고 있고요.
엄마가 아가를 데리고 주무신다는 걸
내가 바득바득 우겨서 옆에 끼고 자고 있어요.
우리 아가 보고 싶죠?
내가 그림처럼 묘사해 줄게 잘 짜맞춰서 떠올려봐요.
얼굴 생김새는 어머님을 닮은 것 같고,
이마랑 눈썹은 당신을,
두 눈은 나를,
턱이랑 입 주위는 작은 형님을,
손가락이랑 발은 도련님을 닮은 것 같아요.
이렇게 얘기하면 아버님이 섭섭해 하시려나?
그렇다면 머리는 아버님 몫으로 놔두죠 뭐.
식구들 모습이 모두 담겨있어 그런지
보면 볼수록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가끔씩은 아가를 보면서 눈물이 날 때가 있어요.
이렇게 소중한 사람을 내게 주신 하느님,
고맙습니다.
태어날 때 손가락만 하던 다리가
이제 제법 살이 올랐어요.
엄마는 아가가 젖을 잘 먹는 게 한편 걱정되시는지 가끔씩은 분유를 타서 주시곤 하시죠.
엄마 마음이 다 그런가 봐요.
그렇지만 나는 우겨서라도 젖을 물리려고 하고.
여보.
아가한테 젖을 물렸을 때
쌕쌕 소리를 내면서 빠는 그 모습을 볼 때의 짜릿함을 아직 당신은 모를걸?!
거기다 젖내가 솔솔 나는 녀석을
곁에 눕히고 자는 맛 또한.
그러니까 해외출장 잘 갔다 오면
내가 그런 행복을 당신께 선물하죠.
출장 갈 때 뭐 빠뜨리지 말고 잘 챙겨서 가고,
항상 머릿속을 비우지 말고,
몸조심하고,
밥도 잘 챙겨 먹고.
내 맘 알죠?
1996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