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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LAWRIKER Oct 28. 2020

비 오는 보통날의 출근

#어느 샐러리맨의 우울 #13.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잠에서 깼다.

아직 조금은 이른 시간, 문득 출근길이 걱정되기 시작한다.


만약 오늘이 주말이나 공휴일, 혹은 휴가를 내고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특별한' 날이었다면 창문을 두드리는 저 빗소리가 무척이나 경쾌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방 안을 채우고 있는 약간의 습함과 선선한 공기마저도 여유로운 아침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최고의 조합이라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오늘은 조금 더 잘 수 있었음에도 시끄러운 빗소리 때문에 깨어버린 상황이 억울한 그저 그런 '보통'날의 아침이었다.




종종 심한 빗줄기 때문에 신발은 물론 양말까지 흠뻑 젖은 상태로 출근을 했던 경험이 있다.

사무실에서 그럭저럭 수습을 하고 겨우 진정된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는데 왜 그리도 내 방 침대가 그리워지던지...


회사 따위는 모두 내팽개쳐버리고 당장 집으로 줄행랑치고 싶었다.

뒤도 안 돌아보고 내 방 침대로 기어들어가 냉큼 이불속으로 숨고 싶었다.

깨어났을 때의 걱정일랑 모두 뒤로 미뤄둔 채 다시 그렇게 깊은 잠에 빠지고 싶었다.


오늘도 괜찮은 척을 하며 지나간 다른 보통의 날들처럼 하루를 견뎌내고 있었지만, 사실 나는 하나도 괜찮지 않았다.

내리는 빗줄기가 세상을 훔치듯 닦아내는 것과 같이 오늘 아침에 내린 비는 내 안에 숨긴 듯 감춰놓은 일상의 상처들을 그렇게 한 꺼풀씩 벗겨내었다.




그러나 이내 다시 덮어두어야만 했다.

행여나 이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의 파고가 힘겹게 지켜온 일상이란 모래성을 무너뜨릴까 잠시 이탈한 보통날들의 대열로 서둘러 합류해야만 했다.


'참 대단한 참을성이로구나...'

나에게 허락될 앞으로의 그저 그런 보통의 날들을 잃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다시 인고의 늪으로 침전하듯 스스로를 침몰시켜야만 했다.




몸에 닿는 빗방울이 유독 아프게 느껴지고, 옷에 남아있는 물기가 불쾌하게 눌어붙는다.

대기를 가득 메우고 있는 습습한 기운은 이미 나를 지치게 만들었으며, 잔뜩 찌푸린 그레이 톤의 하늘에 물밀듯 센티함이 밀려온다.


또다시, 보통날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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