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의 자격
어느 샐러리맨의 우울 #18.
"팀장님은 왜 팀장이 되셨나요?"
문득 그에게 이런 질문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어떤 대답이 나올지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11년의 회사생활 동안 총 7명이 팀장을 겪었다.
개발팀에서 영업팀으로, 그리고 영업팀에서 기획팀으로...
다양한 부서와 업무를 경험한 만큼 다양한 성향과 기질을 지닌 소위 '리더'라 불리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중에는 정말이지 수준 이하의 리더십을 보이는 팀장도 있었다.
그는 자신이 답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그는 팀원들의 생각보다 자신의 생각이 더 가치 있다고 여긴다.
그는 팀원들을 이해하기보다 지시를 우선한다.
그는 자기가 소유한 정보를 팀원들에게 차등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는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팀원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무시하여 스스로 무너지게 만든다.
그는 모두에게 강조하는 규정과 약속에 대해 자신에게만은 늘 예외로 적용하는 지위적 권위를 누린다.
그와는 총 4년을 함께 일했다.
파트장으로 근무한 2년 동안 총 3명의 팀원이 퇴사와 타 팀으로의 전보를 선택했다.
당시 나는 스트레스로 인한 극심한 두통으로 MRI 검사를 받아야 했다.
그 후 팀장으로 근무한 2년 동안 팀은 완전히 와해되었고, 구성원 간에 어떠한 소통도 조화도 신뢰도 없이 그냥 그렇게 팀으로서의 형태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팀을 이끄는 리더는 관리자이자 목표 설정자, 커뮤니케이터로서 팀 목표를 설정하고, 과정을 평가하며, 팀의 강점과 약점을 식별해 강점은 개발하고 약점은 개선하기 위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팀원을 코칭하고 팀 내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해야 하는 책임을 지닌다.
리더는 조직의 발전을 위한 촉매이자 든든한 후원자로서 다양성을 지닌 팀원들을 한데 어우르고 바르게 이끌어 그들의 역량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자기 사람들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리더는 팀원들에게는 최소한의 노력만 하고, 모두가 자기를 위해 봉사하기를 바라며,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그들을 조정한다.
개인 친분이나 선호에 의한 편 가르기 현상을 주도하고, 주요한 의사결정 때마다 방관자로 머물며 잘못과 책임을 팀원에게 전가시킨다.
조직의 한계는 그 조직이 지닌 기회가 아니라 리더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최악의 리더가 조직을 망친다.
'팀장'이라는 지위는 그가 팀의 책임자임을 말해주겠지만, 진정한 리더로서 인정받지 못한다면 팀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고립될 수밖에 없다.
결국 자신을 따르게 하기 위해 급여와 진급과 같은 외적인 요소들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팀장의 권위는 어디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상급자가 건네줄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것은 '스스로' 획득해야 하는 것으로 자신을 믿고 따르는 팀원들로부터 '직접' 얻어 내야 한다.
그들은 '사람'을 따르는 것이지, '지위'를 따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위에 따른 특권을 누리려 하지 말고, 주어진 직책에 대한 대가를 기꺼이 치러 스스로 리더로서의 가치를 입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누군가를 이끌 수 있는 '자격'이 생기는 게 아닐까?
하지만 '팀장의 자격'까지 운운하기에는 너무도 수준 미달인 그에게서 뭔가 그럴싸한 리더십을 기대한다는 것조차 대단한 사치로 느껴져
'적어도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동료로서 최소한의 매너는 좀 지켜주었으면...'
씁쓸히 바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