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지의 해고 이후 (2)

해고 노트 열다섯 번째 페이지

by 신보라

6월 29일 신고한 사건은 일주일 정도 뒤에 고용노동부 소속 특별사법경찰관의 전화로 다음 단계로 진행되었다. 중간에 신고 사실을 통보받은 사측에서 노동부의 요구로, 사측 진정서를 제출하고 사건을 수사하는 특별사법경찰관이 김민지 측과 사측의 진정서를 확인 후, 양측을 지정 날짜에 소환 통보하는 과정이 있었다.

김민지는 사측의 진정서가 궁금했다. 과연 무슨 개소릴 썼을 것인지. 혹시 특별사법경찰관이 사측의 손을 들어줄만한 건더기는 없었는지.


다시 방문한 서울 서부지청 고용노동센터에서 김민지는 특별사법경찰관과 대면했다.

중년의 남성인 특사경은 김민지에게 앞으로의 진행 과정과 함께, 노동위원회로 넘어 간 부당해고 사건에 대해서도 친절히 안내했다. 조금 지나자 대표의 대리인으로 신 부장이 도착했다. 김민지가 올 줄 몰랐는지, 신 부장의 멈칫한 발걸음에서 적잖은 당황스러움이 느껴졌다. 새끼, 당황 깨나 했겠지. 그래도 내 해고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냐 새끼야.


"수습 기간인데 왜 해고를 하셨어요. 말 그대로, 수습이잖아요. 조금 더 지켜보셨어야죠."

"일주일 일했는데도 자를 만큼 업무 능력이 별로였다고 판단하셨나요? 그것도 아니잖아요. 사측에서 쓴 진정서 보면 타당한 근거를 알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없어요."

"법은 지키라고 있는 겁니다. 계약서는 업무 시작 전에 쓰셔야 해요. 이 일을 계기로 회사에서도 이런 관행에 대한 변화는 있어야 할 겁니다."


호통을 치는 특사경 앞에서 신 부장은 쭈구리가 되었다. 갑자기 특사경이 가까운 삼촌 정도로 느껴지는 김민지였다. 밥을 먹지 않고 왔는데도 절로 든든했다. 특사경은 신 부장에게서 뒤늦게 작성된 근로계약서를 받고, 잠시 밖에서 대기하라며 신 부장을 내쫓았다.


"김민지 선생님, 잘 생각해보셔야 해요. 사대보험 미작성 건에 대해서 대표를 재판까지 넘길 것인지 아닌지가 중요해요. 여기서 진정 제기한 사건 취하 여부에 따라, 대표 성격에 따라서 노동위원회로 넘어간 부당해고 사건 진행이 달라질 수 있어요. 부당해고는 부당함이 인정되면 사측에서 선생님께 3개월치 급여를 줘야 합니다. 그런데 중간에 화해권고위원회가 열릴 가능성이 있어요. 그때 의견 조율하는 과정에서, 사측에선 어차피 사대보험 미작성 건 취하됐으니까 배 째라 식으로 나갈 수도 있는 것이죠. 아니라면, 취하해줬으니 우리도 3개월치 급여 주는 것으로 마무리하겠다.라고 할 수도 있어요. 제가 보기엔, 사측에서 배 째라 식으로 나올 것 같지는 않아요. 충분히 협의할 자세로 보입니다."


특사경의 권유에 따라 김민지는 취하여부는 화해권고위원회 이후 결정하기로 했다. 고소 취하에 대한 설득 위해 나온 신 부장은, 고용노동센터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맡은 바 소임을 다 했다.


"김대리님. 저도 마음이 아파요."


헛소리에 김민지는 헛웃음이 나왔다.


"저 김대리 아닌데요 이제."


"아, 네. 민지 씨. 민지 씨죠 이제. 저희도 벌금 내고 이런 것보다 차라리 민지 씨한테 돈으로 드리는 게 나아요. 원하는 게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원하는 것 없고요. 다음에 노동위원회에서 볼게요."


7월 30일 화해권고위원회가 열렸다. 신 부장과 함께 이사가 왔다. 김민지 옆에는 국선 노무사가 함께였다.

월 250만 원 이하의 진정 제기인에게는 국가에서 노무사나 변호사를 선임해 준다. 김민지는 노무사를 선택했다. 눈물 나는 좋은 세상이었다.

4주 후에 뵙겠습니다가 나올 것 같은 방. 마주 한 네 사람과 가운데 "4주 후에..."를 담당하시는 의장이 앉았다.


"좋은 인연이 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우리도 참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어요."


어쩌라고. 김민지는 그저 바라만 보았다. 대답 없음이 대답이었으므로.


"앞으로 이런 일 없게끔, 반면교사 삼으시면 되는 일입니다."


노무사가 야무딱지게 김민지의 입이 되어주었다.

이후 사측은 의장과 함께 자리를 옮겨 항변의 시간을 가졌다. 홀로 돌아온 의장은 김민지 측에서 요구한 3개월 치 급여에 대한 것을 협의할 필요가 있음을 밝혔다.

노무사는 김민지에게 일주일 정도 근무했기 때문에 저 쪽에서도 3개월 치에 대해서는 몇 차례 출두해서라도 낮출 가능성이 있으니 협의를 할 것을 제안했다. 그렇게 해서 결론지어진 합의금은 1개월 15일 치 세전 급여.

이미 김민지는 일주일치 급여를 프리랜서에 해당하는 처우인 원천징수 3.3%를 떼고 받아낸 뒤였기 때문에 완전한 손해도 아니라는 판단이 섰다.

눈빛은 매서웠지만 사람 좋은 입매를 가진 의장이 협의점을 찾은 김민지에게 웃어 보였다.


"아직 어려서 순진했어. 3개월만 기다렸다가 신고하지. 그러면 3개월치 다 받는 것은 빼도 박도 못하는 건데. 화가 나서 바로 신고했구나."


해고 후 3개월이 지나면 해당 3개월에 대한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김민지는 이 사실을 몰랐다.

이 법을 이용할 생각도 없을뿐더러.


"취업은 했어요? 만약 협의 안 하면 계속 여기 왔다 갔다 해야 되는데."


"다행히 다른 곳에 취업은 되었습니다."


"아, 다행이네 잘됐어요. 저쪽에다가는 취업됐다고는 하지 말고. 어쨌든 협의점을 찾았으니까, 저쪽에다가도 내가 말을 할게요 가서. 이후에 조서 쓰고 갑시다."


화해권고위원회는 그렇게 종결되었고, 노무사와 함께 1층으로 내려온 김민지는 작성된 조서를 받아 사인했다. 원본은 노무사가, 사본은 메신저를 통해 김민지에게 전달되었다.


"선생님, 이 조서는 민법 판결과도 같은 효력을 가집니다. 혹시 사측에서 합의된 금액을 입금하지 않는다면 바로 다시 저희에게 연락 주셔야 해요."


직원의 안내 후, 국선 노무사에 대한 평가지도 작성했다. 여러 가지 사인을 하고, 대면 만남은 한 번 뿐이었지만 오늘 대변인이 되어준 노무사에게 정중히 인사 후, 김민지는 드디어 노동위원회를 나왔다. 끝이었다 이렇게. 사측에선 일주일 뒤, 합의금을 입금했고, 김민지가 해당 건으로 다시 신고할 일은 없었다.


다만 그녀는 잡플래닛에 접속해서 해당 회사의 리뷰를 등록했다.

나와 같은 피해자가 다시없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 내용이 궁금하지 않은가?

참고로 이 이야기는 2020년도에 벌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글이다. 잡플래닛에 그녀의 족적은 아직 남아있다. 어떤 회사인지, 그 내용은 무엇인지 궁금하여 굳이 찾겠노라면 말리지는 않겠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잡플래닛에는 직원이 당한 부당한 리뷰를 갖고 있는 회사의 수가 해변의 모래알과도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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