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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보라 Feb 06. 2022

나의 월급은 안녕하지 못합니다

지난 1월, 스타벅스를 시작으로 커피 값이 올랐다. 커피 값이 오르자 식당들도 줄줄이 메뉴 가격을 인상했다. 직장인이 사 먹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커피와 밥 값이 올라가고 있는 이 시점, 작고 귀여운 우리들의 월급은 소나무처럼 그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는 어느 정도까지 더 치열해져야 하는 것일까. 작고 귀여운 월급으로 장도 보고, 각종 공과금과 보험료, 아이들 학비까지 내가며 분자 단위로 쪼개어 사는 이 생활이, 원자가 되어 이 세상의 가장 작은 단위가 되어야 세상은 만족할까? 그래야만 세상이 말하는 모든 인간도리를 다 해내는 평범하고 정상적인 사람의 범주 안에 겨우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나면, 원자는 더 쪼개지고 쪼개지다 소멸해버릴 것이다. '그래, 존재란 원래 소멸을 위한 것이니까.' 회의주의자가 되어 어떻게든 살아보려 하는데, 그 작고 귀여운 월급마저 주지 않는 사태가 생긴다. 그리고 이 최악은 생각보다 자주, 짐작보다 많은 곳에서 발생한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십니까. 개포동 살쾡이입니다. 얼마 전까지 학교 행정실에서 근무했고, 현재 이직을 알아보며 잠시 백수의 삶을 즐기고 있습니다.


Q. 인터뷰이로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살쾡이님. 어떤 회사에서, 얼마나 근무하셨나요?

A. 2년 전, 디자인 회사에서 3개월 근무했습니다. 단행본과 브로슈어 등 홍보물을 제작하는 회사였고 저는 외주업체와 외주 작가를 관리하며 작업물이 인쇄되어 배송되는 과정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기획팀 사원이었습니다.


Q. 업무량이 만만치 않기로 유명한 업계에 계셨네요. 체불된 기간과 금액은 어느 정도였나요?

A. 3개월, 660만 원입니다. 두 달만 더 했으면 천만 원 채울 뻔했네요.


Q. 어쩌다가 임금체불 사태가 생겼나요?

A. 저는 첫 월급부터 못 받았어요. 온전히 받은 적이 한 번이라도 있다면 '좋았던 때라도 있었구나' 생각할 텐데. 처음부터 끝까지 최악의 기억뿐입니다. 회사 자체가 규모가 작았어요. 대표가 회사 덩치를 좀 키워보려고, 이 사람, 저 사람 끌어들여서 문어발식 사업을 하다가 자금이 바닥나게 된 거죠. 하필 제가 최악의 시기가 시작될 때 입사하게 된 거예요.


Q. 대표가 망테크 탈 때 자동 승차하게 된 거네요. 밀린 임금에 대해 항의하셨나요?

A. 어떻게 항의하지 않고 참기만 하겠어요. 다 돈 벌려고 다니는 거지. 취미로 누가 그딴 거지 같은 회사 생활을 합니까. 죄송해요. 에디터 님께 화낸 건 아니에요. (아휴 민망해라 하하) 대표실에 들어가서 대체 언제 지급하실 거냐 날짜를 알려달라 말하기도 하고, 팀장한테 약속된 날까지 지급 안되면 밀린 업무 다 두고 그냥 탈주하겠다고 협박도 했었어요. 사실 팀장님이 돈 주는 사람은 아닌데, 대표와의 소통 창구라고 생각했거든요.


Q. 애먼 사람들만 피해 입고, 관계까지 힘들어졌겠어요. 임금 체불되는 동안 생계는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A. 제가 임금 체불당한 시기는 비교적 최근이잖아요. 예전과 달리, 근로자에 대한 국가의 복지가 많이 좋아졌어요. 근로복지공단에서 임금 체불된 사업장의 근로자에게, 체불된 금액 내에서 생활비 지원을 해줬거든요. 물론 대출이죠. 1%대의 저렴한 이자였어요. 사업주의 직인이 찍힌 임금체불 확인서와 그 외 신분증 등 필요서류만 있으면 비대면으로 하루 만에 대출이 됐어요. 제도는 정말 좋았지만,  집을 사게 되어서 대출을 받은 것도 아니고, 응당 받아야 할 돈을 대출로 받게 됐으니 화가 뻗치는 것은 어쩔 수 없었어요.

          

Q. 함께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동료들은 어땠나요?

A. 열 다섯 명 정도 직원들이 있었어요. 저는 정말 그분들이 아직도 신기해요. 옛날 분들이라 그런 걸까요? 애사심이랄까, 공동체 의식이랄까 일종의 '함께 이 고난을 극복해야 한다'는 정신이 있으셨던 건지, 저보다 체불된 기간도 길고, 금액도 2배 이상이었거든요. 물론 대표에게 화를 내기도 했지만, 회사를 이탈하는 막내들에게 요즘 젊은 애들, 업무에 대한 책임감이 없다고 혀를 차시곤 하셨어요. 물론, 먼저 나가는 사람이 생기면 남게 되는 사람들한테 업무가 과중되는 피해가 생기긴 했죠. 대표의 잘못으로 인해, 나가려는 사람들과 남는 사람들 간에 갈등이 생기는 게 큰 문제였어요.


Q. 체불되자마자 바로 신고하셨어요?

A.  저는 퇴사하는 젊은이들과 남는 어르신들 중간에 끼어있었어요. 젊은이들과 함께 퇴사 의사를 밝혔다가 어르신들께 설득돼서 몇 개월 더 참고 기다렸죠. 참다 참다, 저도 3개월 만에 퇴사하고 바로 다음 날 신고했습니다.


Q. 신고 후 어떻게 되셨나요?

A. 소액체당금 제도 덕분에 2개월 만에 임금을 다 받았어요. 대표 지갑에서 나온 돈이면 더 좋았겠지만, 국가가 선지급해줬죠. 노동지청도 모자라서 법률구조공단까지 가보고, 대단한 경험이었어요. 일생 첫 소송을 임금체불로 하게 됐네요. 세상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려줘서 고마운 사람이에요 장 대표.


Q. 대표는 처벌받았나요? 사과는 하던가요?

A. 저희 집까지 찾아와서 사과했어요. 처음 신고했을 , 진정 제기서에 처벌을 원하는지 여부를 체크해요. 저는  사건이 검찰로 실제 송치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어요. 돈이  중요했거든요. 그런데, 처벌을 원한다고 해야 대표에게 압박이 가해지고, 소송 전에 돈을 받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동료들한테 들었어요. 그래서 노동지청에  동료들과 함께 모두가 처벌을 원한다고 체크했죠. 이후 검찰로 사건이 송치됐고, 1 넘도록 법원에서 사건이 진행됐어요. 최종 선고 일주일 전에 대표가 소송 취하서를 가지고 찾아왔어요. 자기가 일을 해야 돈을 갚을  있을 텐데, 감옥에 들어가면 돈을   없지 않겠냐면서 소송 취하를 부탁하대요?   이상 받을 돈이 없어서 상관없었어요. 그렇지만, 내가 취하해 주지 않아서 누군가 감옥에 들어가게 된다면  찝찝할  같았죠. 그래서 동의 사인을 해줬어요 결국. 나중에 대표로부터 ‘감사해요'라고 메시지를 받았는데,  사람한테 들어본  없는 높임말이었어요. 웃기더라고요.


Q.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A.  3개월까지 절대  참죠. 그때는 ‘  일한  아까워서’, ‘소액체당금이 해결해줄 테니까’, 이런 이유들로 남았는데, 임금을 떠나서 에너지 소모, 감정 낭비가 너무 컸어요. 제가 나름 또래에 비해 어려 보이는 얼굴이었는데,  시기에 세월을 정통으로 맞은  있죠.   떠난 젊음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요.  절대 참지 않을 거예요. 어른들이 아무리 설득력 높은 말로 붙잡아도, 뒤도  돌아보고 떠날 겁니다.


Q. 이후 자신에게 생긴 변화가 있다면?

A. 회사 보는 눈이 생겼어요. 그때만 해도 나름 기준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거의 '콘보다 컵 아이스크림이 더 좋아' 수준이었죠. 얼마나 확실한 수익 구조를 갖고 있는지, 대표가 회사 운영에 확실한 비전과 목표가 있는지, 성장 가능성이 있는지 꼭 확인하고 알아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회사 사무실만 예쁘고 내실은 약한 회사라면 전 사절이에요. 거기가 딱 그랬거든요.


Q. 내가 사장이었다면?

A. 저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미움을 받는 일은 벌이지 못할 거예요. 그 정도 두꺼운 얼굴 두께를 갖고 태어나지 않았어요. 보통이 아니어야 가능하겠죠.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지 못할 정도의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는 사업이라면 손을 대지 않았을 겁니다.


Q. 이런 회사는 피해라! 이런 사장은 피해라!

A. 점점 영세해지고, 하락세를 타는 업종은 일단 피하세요. 회사 자체가 아니라, 회사의 업종이 전도유망한 사업이어야 회사도 나도 성장하기에 좋습니다. 말만 번지르르한 대표는 피하는 게 상책이죠.


Q. 최악의 회사란?

A. 직원들은 노무를 제공하고 회사는 임금을 그 대가로 지급합니다. 이 가장 기본적인 노사 관계를 유지하는 구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회사가 최악입니다.


Q. 좋은 회사란?

A. 자기가 다니는 회사 참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밖에서 보기에 괜찮아도 내 회사가 되는 순간, 불편한 관계가 되는 거죠. 다만, 참을 수 있을 정도의 불편함이라면 좋은 회사 축에 속하는 것 같아요.


Q. 개선되고 있는 노동법에 대한 나의 견해

A. 나이 드신 분들 이야기 들어보면 저는 정말 개선된 법에 혜택을 잘 받았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홍보가 잘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이 드신 분들은 특히, 자기가 피해 입은 부분에 대한 구제 방법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잖아요. 우리의 권리를 지켜주는 소중한 고용노동부, 근로복지공단이 이런 이런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Q. 사장에게 한 마디

A. 장 대표. 재산 가압류당하기 전에 가족들 명의로 옮겨놨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없는 이야기라고는 생각 안 해요. 당신의 재산만 소중한 게 아닙니다. 당신이 줘야 할 적은 임금은 4인 가족이 한 달 동안 먹고살 수 있는 생계 비용이자,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이의 병원비가 되기도 했어요. 많은 가정들이 당신 때문에 무너지는 것을 봤어요. 당신이 얼마나 큰 죄를 저질렀는지 아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평생 동안 그 죗값 갚으면서 살길 바래요.


Q. 임금체불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한 마디

A. 내가 못났다는 생각을 하지 않길 바랍니다. 저는 그 생각으로 속상해서 잠 못 이룬 날들이 많았어요. 당시엔 어쩔 수 없었지만, 더 잘 먹고, 더 잘 살면서 다음을 준비하는 에너지로 썼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해요. 긴 터널은 반드시 지나갑니다. 당신을 구제할 많은 제도들이 있거든요. 현명하게 잘 이겨내셔서, 터널에서 나와 더 나은 현실을 살기를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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