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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보라 Feb 12. 2022

노조위원장에서 상임이사까지

직원들로 하여금 성과를 내야 하는 사용자. 우리의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노조. 

사용자와 노조를 떠올리면, 가운데 선을 두고 양측으로 나뉜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그 그림을 두고, 어느 쪽이 더 옳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어렵다. 기업 이미지까지 타격을 줄 정도로 충격을 안긴 LG 트윈타워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쌍용자동차 집단해고 사건과 얼마 전부터 시작되어 장기화되어 가고 있는 택배 노조 파업을 봤을 때, 우리가 손을 들어주는 지점은 정확히 다르다. 

그러나, 어느 쪽을 응원합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쉽다. 우리는 이해관계를 따지는 존재이기 때문에, 내가 속한 집단, 나에게 이익을 주는 쪽을 금세 파악하고 계산할 수 있다. 여기 드라마 같은 궤도를 보여 준 사람이 있다. 노조위원장이라는 빨간 띠를 두른 사나이에서, 직원들을 진두지휘하는 냉철한 눈매의 상임이사 자리에 오른 36년 차 농협 상임이사 이충수 님이 그 주인공이다. 양쪽의 리더 자리에서 모두의 목소리를 대변했던 그에게 건강한 노사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1985년도에 입사하여, 2021년 기준 근속 36년 차가 된 농협 상임이사 이충수입니다. 

 

Q. 여러 분야에서 농협의 이름을 볼 수 있습니다. 농협은 어떤 일을 하는 기관인가요?

A. 농업협동조합은  의결권을 가진 조합원들로 이루어진 농업 진흥과 농민 지원을 위한 협동조합입니다. 운영하는 사업 분야는 대표적으로 금융 업무, 마트 사업 그리고 농업 관련 자재 공급 사업 등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장례문화원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Q. 일반 은행과 차이가 있군요. 분위기도 구별되는 특징이 있을 것 같습니다.

A. 농협은 신용사업 부분이 전체 사업 부분에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신용사업을 기반으로 둔 일반 은행과는 조금 다릅니다. 조합업무를 수행하는 부분이 있기도 하고요. 가장 큰 차이는, 지역 연고성입니다. 특히 지역농협의 경우, 직원들 대부분이 해당 지역에 연고를 갖고 있습니다. 같은 지역 출신들이 모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출신 학교도 연결이 되는 부분들이 있죠. 다른 조직이 전형적인 이익집단의 형태를 갖고 있다면, 저희는 이런 연고성 때문에 가족적인 분위기가 있습니다.  


Q. 89년도에 노동조합을 조직하셨다고 들었습니다.

A. 네, 농협 노동조합을 결성했습니다. 제가 노조위원장을 맡았고, 지역에 있는 직원들 대부분이 참여를 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의 상황과 달리 그때만 해도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분위기였어요. 설립허가를 위한 군청 접수도 관리자들에 의해 막히고, 조합장들이 노조원으로 가입한 사람들에게 탈퇴 압박을 가하기도 했죠. 그래서 사실은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무산이 됐어요. 말 그대로 3일 천하였죠. 혼자 노동조합에 대해 공부하고, 비밀리에 오가야 하는 서류 전달을 당시 임신한 아내가 대신하기도 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렇게 열심을 쏟았던 노조가 해체된 이후 공허함과 허망함이 컸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저는 그 답으로 이곳에서 승부를 봐서 관리자가 돼야겠다고 정한 거죠.  치열하게 공부하고 업무에 임했죠. 그 결과 91년도에 상무를 달았어요. 승부를 본 것이죠. 


Q. 36년간 근무하시면서 노동조합을 조직하시기도 했던 평사원에서 관리자가 되셨습니다. 노사 관계에 대한 이해가 남다르실 것 같아요.

A. 저도 노동조합 조직을 위해 공부했던 시절도 있었고, 지금은 책임을 맡고 있는 사람으로서, 노사 관계는 결국 동반자로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노동자 입장에서는 속한 조직의 성장 속에서 보호를 받고, 조직의 입장에서는 노동자들의 충성심과 열심이 바탕이 될 때 성장 가능한 것이죠. 결국 노동자와 회사는 공존해야 합니다. 파트너로서 받아들이고 인정할 때 조직과, 그에 속한 구성원들이 함께 성장합니다. 서로가 없이 어떻게 존재하고 성장하겠습니까. 

 

Q. 요즘 직원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

A. 저희 직원들은 어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다른 사기업 다니는 요즘 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전과 같지 않게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전에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승진하는 것이 나의 성장이나 성공이었는데 요즘 사람들은 그렇게 해서는 인생에 답이 없다는 생각이 큰 것 같아요. 회사는 나의 생계유지 수단 혹은 사회적 지위, 명함을 갖기 위한 곳 정도인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이 요즘 젊은 층의 색깔이라고 느껴져요. 무엇이 정답이 될 수는 없죠. 그것은 그것대로 인정을 해가야 되는 거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결국은 직원들의 헌신적인 부분이 없다면 조직은 성장하는 데 한계점에 도달할 수밖에 없겠죠. 그렇기 때문에 관리자들에게도 이런 부분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봅니다.

저는 소위  선택과 집중의 스타일이거든요. 어디 한쪽을 선택해서 승부를 거는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직장생활도 그런 방향으로 했습니다. 이 직장에서 전문성을 키우고, 헌신하고 성장하는 것이 살아남는 하나의 전략이라고 생각해요.


Q. 농협 직원들의 퇴사율이나 해고율은 어떻게 될까요?

A. 말씀드린 지역농협의 가족적인 분위기 같은 특수성 때문에 퇴사율도 상당히 낮은 수준입니다. 범법행위를 저질랐다던지, 징계에 해당하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는 거죠.


Q. 관리자로서 성과가 없는 직원에 대한 생각은?

A. 관리자 입장에서 솔직히 열불 나죠. 관리자는 직원을 통해서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직원의 근무태도나 다른 것들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이 사람을 통해서 성과를 만들어내는 책임이 관리자인 나에게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직원을 구슬려야 하고, 참아야 되는 상황들이 꽤 많아요. 범법행위를 하지 않는 이상, 쉽게 해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끌고 가야 하는 책임이 있는 관리자와, 성과를 내야 하는 직원 사이에서 마찰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렇다고, 이 직원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어디 가서 이야기하면 안 되잖아요. 어떻게 보면 외로운 자리가 관리자 자리입니다. 그런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해낼 수가 없어요.


Q 조금 외람된 질문일 수도 있는데, 이사님이 생각하는 최악의 직원 타입은?

A. 직장인들 유형을 똑게(똑똑하지만 게으름), 똑부(똑똑하고 부지런함), 멍게(멍청하고 게으름), 멍부(멍청하지만 부지런함)라고 하죠? 저는 멍게는 낫다고 봐요. 왜냐면 멍게들은 가만히 있거든요. 사고도 많이 안쳐요. 쳤다고 해도 '그래그래 거기서 멈춰.'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멍부는 돌아다니면서 사고를 쳐요. 힘들어요 그럼. 그렇지만 다양한 타입의 사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시키고 업무를 주는 것 또한 경영이기 때문에 그것 또한 관리자의 역할이자 과제죠.


Q. 마지막으로 건강한 노사관계를 위해서로 노력해야 할 점에 대해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우리가 공동체라는 의식을 함께 갖고 가야 된다. 사용자 입장에서 직원을 부하나 어떤 구속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파트너로서 인식해야 하는 것이고, 사용자와 직원 서로가 굉장히 존중해야 합니다. 어떤 직원이고 간에 정말 인간적으로 존중을 해주지 않으면 그 직원이 나와 조직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유도하기는 어려워요. 그리고 책임자의 솔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직원을 아낌없이 존중하고, 이익을  챙겨 줄 수 있는 관리자가 돼야 하겠죠.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바 최선을 다하고, 서로 존중한다면,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관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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