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보라 Feb 12. 2022

부당해고와 임금체불 담론을 위한 4자 대담

금요일 퇴근, 가장 생각나는 한 가지는? 수많은 답들 중 상당수는 맥주가 아닐까.

친구들과 모여 시원한 맥주 한 잔 들이켜면, 일주일간 쌓인 직장 스트레스, 상사 스트레스 잠시나마 떨쳐낼 수 있는 상쾌함이 든다. 거기에 치킨까지 더해지면, 목 넘김이 예술이라는 '한국인의 밥상' 완성이요~!

네 사람이 일주일의 과업을 마치고, 직장을 씹고, 뜯고 맛보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치맥 한 상' 앞에 뭉쳤다. 이들은 부당해고, 임금체불이라는 평범한 굴곡을 겪었다는 공통점으로 묶인 청년들이다. 벌써부터 이들에서 냄새를 맡지 않으셨는지? 모두에게 나는 짠-한 냄새.

소심이, 까칠이, 희망이, 기쁨이 네 사람의 대화를 통해 눈물 나는 공감대와 짠내 나는 웃음을 찾았다면, 다음 만남엔 당신을 초대하리라. 아마 당신들 모두가 초대장을 받을 것이다.


토커 소개

소심이 (37세, 콘텐츠기획팀 소속, 부당해고 경험)

까칠이 (34세, 행정실 계약직 직원 및 프리랜서 작가, 부당해고&임금체불 경험)

희망이 (36세, IT회사 대표, 부당해고&임금체불 경험)

기쁨이 (29세, 회계팀 소속, 임금체불 경험)



Q. 이번 주 직장생활 어땠어?

소심이: 고단했어. 할 일도 많았고, 욕도 먹고 많이 혼났던 한 주였어.

기쁨이: 나 혼자만 일하는 느낌이 다분했던 날들이었어. 굉장히 바빴거든. 칼퇴하는 사람 부럽더라.

희망이: 난 용역업체잖아. 나랑 같이 일해야 하는 외주사 직원이 정리 해고당했어. 그래서 계획한 일을 다 못 끝내 가지고 좀 찝찝하네. 그나저나 여기 되게 좋다. 힙스터 된 기분이야.

까칠이: 내가 알아봤잖아. 문래동 요즘 핫한 듯. 난 곧 계약 만료야. 애초에 육아휴직 쓰신 분 자리에 대체 근무자로 들어간 거니까. 2주 뒤에 퇴사라 레임덕이 와버렸어. 안 해도 티 안나는 일은 미루게 되네.


Q. 이번 주에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 몇 번이나 했니?

킹받은: 어제 한 번 했나 봐. 어제 많이 혼났거든. 슬프네.

희망이: 하루에 한 번씩은 하나 봐. 하하하하. 아, 쉽지 않아. 인간이라면 일은 누구나 싫지.

기쁨이: 난 그런 생각 할 시간조차 없었어. 너무 바빠가지고.

희망이: 미안..,

까칠이: 난 말년병장 된 기분이야. 군대는 가 본 적 없지만 이런 기분일 것 같아. 2주 남았다고 생각하니까 시간이 별로 안 가.


Q. 우리 다 임금체불이랑, 부당 해고당한 경험이 있잖아. 짧게 소개해볼까?

희망이:  중년 여성층 대상으로 한 재킷 파는 곳이었는데 영감님(대표) 오피스텔에서 팔았고. 나는 판매 웹사이트 관리를 했어. 월 120만 원씩 받는 걸로 계약했고 처음 두 달은 잘 받았는데. 그 뒤부터 밀렸어. 카드값 내야 되는데 쫄려서 머리가 확 돌아버리더라. 노동지청이 바로 회사 근처라 바로 신고했어. 그 뒤에 밀린 월급 다 받아서 해결은 됐지만, 안 좋은 기억이야.

소심이: 난 영상홍보팀에 PD로 입사했는데, 잡다한 일이 너무 많았어. 일러스트레이터 일까지 했다니까? 근데 제작한 영상이 조회수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급여를 깎겠대. 아니 월급이 거의 최저시급인데 깎을 게 있나? 아무튼 협박하더라고. 심지어 4대 보험도 안 들었어. 가입할지 안 할지 선택하래. 그렇게 6개월 일했어.

기쁨이: 소득세는 뗐어? 3.3%.

소심이: 아, 그건 했지. 그럼 불법은 아니구나.

기쁨이:  그럼 불법은 아니야.  화장품 제조업을 하는 회사였어. 근데 코로나 때문에 수출, 수입이 막혀버린 거야. 당연히 회사 재정도 어려워졌지. 정부에서 회사에 코로나 대응 지원을 해줬잖아.  지원금을 받으면서 우리한테 일을 시키더라고. 원래는  지원금 받으면 직원들은 일을 하지 않고 70% 급여를 받는 거란 말이야? 근데 일을 하래 글쎄. 원래대로 일하고 70% 급여를 받으라는거야. 그거 불법이잖아. 나중에 결국 노동지청에 신고했고  회사는 1 지원받았는데 3억을 토해내야 되는 상황이 됐어.

까칠이: , 진짜 대박이다.    있구나 진짜? 근데 나도 못지않음. 캬캬캬. 광고회사였는데 인수인계도  해주고.  그때 신입이었는데 말이야. 완전히 사회초년생이었어. 사수도 없으니 물어 물어 일했지 . 근데 광고주가  원고를 별로 마음에  들어했어. 그래서 잘렸어. 어이없지? 물론 부당해고로 신고했고, 내가 이겼어.  이후에 들어간 회사는 자금난 문제가 있었지. 공공기관 용역업체라서 안정적일  알았는데 대표가 하던 다른 사업에 돈이 물려있어서 우리한테  돈이 없었어. 끔찍했어 그때.

희망이: 아니, 진짜 기본적으로 돈은 줘야 되는 거 아냐? 줄 돈 없으면 사람도 쓰지 말아야지.

소심이: 돈 안 주는 놈들은 다 양아치야.


Q. 그때 어떻게 극복했어?

기쁨이: 엄마가 도와줬지 뭐. 진짜 너무 미안했어. 내가 4년제 대학 나와서도 내 일 하나를 제대로 해결 못하는구나 생각 들고, 자책하게 되더라고.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현금을 모아둬야겠다는 생각도 했어. 자격증도 따고, 자기 계발도 하고. 닥칠지 모르는 위기에 대응하게 되더라.

희망이: 나는 내가 유망주라고 생각했어 사회초년생 때.  할 줄 아는 게 많았거든. 코딩도 하지, 웹사이트 관리도 하지, 디자인도 하지, 기획도 하지. 그런데 잘렸잖아. 그 유망주라는 생각이 완전히 깨졌어. 물론 그 새끼들이 잘못한 거지만. 어느 회사에 가도 값어치 제대로 해서, 사장이 놓치고 싶지 않은 직원이 되자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야. 배울 수 있는 기회 생기면 안 놓치려고 해 지금도.

까칠이: 그렇게 말하면 회사 양아치라고 욕한 우리가 뭐가 돼.

희망이: 아유 그런 의미가 아니라~! 하하. 한 회사에 절박하고 싶지 않아. 잘리거나 임금 체불되면 막막하잖아. 이 회사 아니면 또 어딜 들어가나 싶고. 다시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아.

소심이: 맞아 절박해지지. 나도 잘렸을 때 자존감이 완전히 낮아졌어. 반전으로 백수가 돼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하하하하. 나를 위한 시간을 많이 보냈거든. 그래서 회사는 절대 들어가지 말아야지 했는데 지금도 회사 들어갔네 또? 하하하하. 인생 참. 어쨌든, 해고당하면서 이제 사람은 절대 믿지 말자는 생각하게 됐는데 회사 들어가서 친해지는 사람 생기면 그게 또 안돼.


Q. 이후 회사 보는 눈이 달라졌어?

희망이: 무슨 일을 하든 내가 만족할 수만 있다면 그게 내 업인 것 같아. 사회초년생 시절에는 대기업 사원들 보면 셀럽 보는 기분 들고 그랬거든.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지.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일을 하는 회사를 찾아야 돼.

소심이: 오, 멋진 대답인데? 난 회사에서 잘리고 더 큰 회사에 가야겠다 맘먹었어. 그래서 서울로 와서 집까지 구하고 좀 더 규모가 있는 회사에 입사했는데 똑같더라고. 사람 모이는 곳은 똑같나 봐. 회사에 내 인생까지 걸 필요는 없는 것 같아. 내가 고생하면 생색도 좀 내고 그래야지. 바보같이 해봤자 누가 알아줘. 희망이보다 멋진 말 하고 싶었는데 실패했네.

기쁨이: 그래도 공감해! 난 잡플래닛 맹신하기 시작했어. 면접 다닐 때 꼭 잡플래닛에서 알아보고 갔어. 그리고 면접 가면 회사의 재정적인 부분을 물어보게 됐지. 이거 꿀팁인데, 회계팀 직원 수가 회사의 재정 규모를 알 수 있어. 경영지원팀 몇 명이세요? 하고 물어봐야 돼. 경영지원팀의 규모가 클수록 회사 재정의 안정도를 알 수 있는 것 같아. 1명이면..., 재정 규모도 작다는 거겠지?


Q. 나를 부당해고했거나 임금 체불한 대표 이해돼?

희망이: 아니. 그 대표 근황 궁금해서 SNS 찾아봤어. 인터넷에 무료로 배포된 이미지를 따와서 합성해서 직원들이랑 행복한 일상 보내는 척하고 있더라고. 막 "행복한 티타임"해서 올리는데 합성사진이야. 꼴불견이더라.


Q. 잘려 마땅한데 잘만 다니는 사람들 보면 어때?

희망이: 가위로 잘라버리고 싶어 진짜.

소심이: 일 능력을 떠나서 키를 쥐고 있는 사람은 쉽게 안 잘리는 것 같아. 예전 회사에서 대표님이 저지르는 일들 뒷수습을 담당하는 팀장이 있었는데, 그 사람 진짜 못됐었거든. 직원들 불만도 있었고. 그런데 못 자르더라. 키를 쥐고 있으니까.


Q. 이 기준이면 잘릴만하다!

기쁨이: 회사에 금전적으로 피해를 끼치는 사람? 내가 회계팀이잖아 그래서 돈에 민감해. 예를 들면 발주를 천만 원 해야 되는데, 1억을 했다라던지 이런 거는 해고 사유로 이해가 되지.

까칠이: 출근 시간 너무 심하게 안 지키는 것? 수습기간이 지났는데도 옆에서 계속 도와줘야 되는 것. 이 두 가지.

희망이: 난 내가 지각을 좀 자주 했어. 하하 찔린다. 내 기준으로는, 자기 일 자기 혼자 못 해내는 사람! 회사에 왔으면 돈 받는 대가로 내 능력을 보여줘야지. 그러려고 온 거 아니야? 못 해내는 사람 너무 싫어. 민폐야.

소심이: 금전적인 손해 끼치는 사람은 나도 동의. 덧붙여서 부정직하고 부도덕적인 사람. 예를 들면 성추행을 했다거나. 그런 건 용서가 안 되지. (희망이를 보며) 나는 능력이 부족한 건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어.


Q. 상사나 사장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고 느낀 적 있어?

소심이: 지금 회사에서 많이 느껴. 그 사람도 그 사람만의 고충이 있겠지. 지금 회사는 사적인 얘기도 많이 하거든. 그래서 좀 더 인간적으로 공감되는 것도 많아.

까칠이: 우리 아빠가 사장이었잖아. 우리 아빠도 직원들 때문에 골머리 앓을 때가 있었지. 아무리 잘해주고 편의를 봐줘도 갑자기 하루아침에 그만둔다고 하면 아빠는 너무 힘들거든. 그래서 아빠 생각하면 고충이 많다고 생각해. 그리고 관리자들 보면, 혼자 대표실 들어가서 몇 시간이고 잔소리 듣고 올 때. 안됐다는 생각 들어. 혼자서 얼마나 힘들까.

희망이: 나는 회사 운영 중이잖아. 일의 효율성을 위해서 내가 직접 하는 것보다 용역 주는 게 더 전문성이나 효율성 높을 때가 있어. 그런데 그렇게 용역 주다 보면 남는 게 없을 때가 있어. 내가 셈이 빠르지가 않아. 이럴 때 고충이 이해돼.

소심이: (깊은 한숨) 난 지금 부장님 너무 안됐어. 내가 부장님이라면 그렇게 못 살아. 회사가 곧 자기 인생의 목표가 아니면 그렇게 살 수 없는 것 같아. 책임져야 할 가족들이 있어서 그런가. 너무 열심히 하시지. 나보다 100배 더 힘드시지 않을까. 생각할 거리도 너무 많고. 지위에 맞게 책임감도 더 클 거고. 그래서 돈 더 받는 게 마땅한 거 같아.


Q. 노사관계가 잘 융화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기쁨이: 감정적이지 않는 것. 아무리 친해도 회사잖아. 근로자는 근로자의 본분을 다 해야 하고, 회사도 근로자에게 월급을 주고, 그 외에 제공해줘야 하는 것들이 있고. 감정이 섞이면 그렇게 주고받는 것들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 같아.

희망이: 대표가 중간관리자 얘기만 들을 게 아니라 막내 얘기까지 다 들어야 되는 것 같아. 사장님이 막 사장이라고 으스대는 게 아니라, 소통을 잘해야 돼. 물론 사장님이니까 위엄은 있어야지. 우스워 보이면 안 되잖아.

까칠이: 난 가장 힘든 일을 위에서 해주면 아래에서 '와, 저분도 저렇게 해주시는데, 내가 이 정도는 해야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 나 계약직이잖아 그런데 실장님이 내가 붕 뜨지 않고 잘 어우러지게끔, 정직원들이랑 차별감 안 느끼게끔 너무 잘해주셨어. 생일 때 선물도 챙겨주시고, 설에 세뱃돈도 주셨거든. 챙겨주시니까 마음이 열리고, 피해 주기 싫고, 도움 되고 싶어서 일을 더 열심히 하게 돼

소심이: 난 기쁨이한테 동의. 감정적이면 안 된다고 생각해. 회사는 일하는 사람한테 일하는만큼 돈을 줘야 한한다고 봐. 그렇지 못한 회사가 너무 많아.


Q. 이상적인 회사란?

기쁨이: 회사의 자금을 직원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회사가 좋은 회사 같아.   말고는 표현할  없어.

까칠이: 정시 출근, 정시 퇴근 가능하고 돈 따박따박 나오는 회사! 그리고 월급이 적어도, 업무량이 비례하면 괜찮아. 그 외 다른 것들은 회사마다 달라서 뭐라 말하기가 애매해.

희망이: 회사에서 보통 부품처럼 일하잖아. 회사 시스템 자체가 직원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게 해 주면 정말 좋을 것 같아. 소모품, 부품이 아니라 회사에 정말 기여하는 직원이라는 생각이 들게끔 해주면 난 정말 충성을 다했을 것 같거든.

소심이: 내 일만 해도 되는 회사. 네 일, 내 일 구분 없는 것 싫어.


Q. 이상적인 근로자란?

기쁨이: 나는 회사에서, 내 능력의 100% 이상을 투자해서 일해야 한다고 생각해. 애사심을 조금이라도 만들어야 하고. 내가 회사의 입장을 이해해야 하는 회계 팀에 속해서 이렇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어. 그렇지만 나의 수고로 회사가 성장하면 결국 나한테도 도움이 되는 거잖아.

까칠이: 상사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원하는 바를 해내는 근로자? 그런 사람들 보면 대단하다고 느끼거든. 난 눈치채도 안 할 때가 많아. 기대치 높이고 싶지 않아서. 하하하하.


Q. 나는 근로자로서 몇 점?

기쁨이: 감히 90점? 하하하. 나는 근로자 편이 되려고 많이 노력하는 편인데. 내가 회사 오너도 아니고 같은 근로자니까. 그렇지만 내가 속한 회사를 위한 국가 정책이나 지원 같은 건 많이 알아보는 편이야.

까칠이:  63점? 난 무척 열심히 하는 근로자는 아니야. 그렇지만 사람들이랑 잘 지내는 편이지. 잔잔바리 실수가 많지만 더 커지기 전에 수습하고, 미운털 박히지 않으려고 노력 많이 해.

희망이:  60점. 사람들이랑 잘 지내기는 하는데, 조직문화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아.

소심이: 난 단체생활에 정말 안 맞아. 0점 같아. 회사는 멀티플레이어를 바라는데 내가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 같아서 속상해. 나는 혼자 살아야 되나 정말. 요즘 고민이 많아. 회사에서 사고 안 치고 눈에 띄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까칠이: 근데 눈에 띄어 (까칠이와 소심이는 6개월 정도 같은 회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소심이: 이런.


Q. 우리나라 기업문화에 대한 나의 생각

기쁨이: 가족기업이 많긴 하지. 그런데 내가 대표여도 가족을 세울 것 같아. 도움 주고 싶기도 하고, 믿음도 가니까. 다만, 가족이라면 더 냉정하게 평가해야겠지.

소심이: 우리나라 기업문화는 너무 가족을 잘 끌어들이는 것 같아. 전 회사 대표가 자기 와이프를 회사로 끌어들여서 월급 어마어마하게 줬거든. 일은 하나도 안 하면서 말이야. 이게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어. 가족 끌어들일 거면 더 냉정하게 평가해야 되는 게 필요하다는 퀵실버 생각에 완전히 동의해.

희망이: 맞아. 같은 잣대로나마 평가해야 되는데 가족한테는 그게 잘 안되나 봐.

까칠이: 난 200%의 성과를 보여주는 소수가, 80% 성과를 보이는 나머지를 이끌고 가는 구조라고 생각해. 보통 그런 경우가 많더라고.

희망이: 그렇지. 조별과제만 해도 그렇잖아.

소심이: 아 조별과제, 생각만으로도 킹받는다.


Q. 나의 상사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 거 같아?

기쁨이: 나 좀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내 착각인가?

까칠이: 그냥... 미워하시지는 않는 정도? 난 곧 떠나잖아. 그런데, 회사는 이런 이별에 익숙할 것 같아. 오히려 내가 가고, 복직하는 기존 직원이 있어서 더 반가워하지 않을까?

희망이: 난 나와 계약해주는 외주사 대표님들 생각해보면, 나를 저렴한 가격에 잘해주는 애로 생각할 것 같아. 내가 엄청난 성과를 보여주는 초능력자는 아니지만 누구보다 회사 사정을 잘 이해해주잖아. 그런 면에 있어서는 날 믿어주는 것 같아. 회사 입장을 잘 이해해주고, 말하지 않아도 처리해주는 면이 있는 것.

소심이: 날 굉장히 맘에 안 들어하실 것 같은데. 흐앙. 원하는 바를 충분히 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쓰러워하실 것 같아. 요즘 업무가 많고 내가 마음이 약하니까, 다 아실거야.


Q. 노동법에 대한 생각을 말해줘

기쁨이: 난 노무법을 좀 배워보고 싶어. 부당한 일을 당해 본 적이 없으니까 몰랐잖아. 일을 당해보니까 알아보게 되고, 이제는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 내 일이 지원담당이다 보니 더욱 그래.

까칠이: 법은 너무나 좋아지고 있는데, 일을 당하기 전까진 이런 법이 있는지 진짜 몰랐잖아 다들. 그래서 일 당하기 전에 내 것은 내가 먼저 챙겨야 되는 거 같아. 오히려 법의 혜택을 받을 일이 없는 게 더 좋지. 법은 그냥 법이야.

희망이: 난 법이 많이 어렵다고 생각했어. 일반인들이 보기에 쉽게 홍보물, 정책자료를 만드시겠지만, 난 이해하기가 어려웠어. 좀 더 쉬운 표현으로 홍보해주면 좋겠어.

소심이: 노동법은 좋아지고 있는데, 공무원 수가 적다는 느낌이 들어. 그들도 참 힘들겠다. 어디든 그렇겠지만.


Q. 지금 다니는 회사는 그래도 만족스러워?

소심이: 지금 네 번째 회사야. 별 5개 만점으로 했을 때 2개 이상 되는 회사가 없었어 전부. 지금 회사도 비슷해.

기쁨이: 난 그래도 별 5개 중에 3개? 나한테 감정적인 공감도 잘해주시고, 업무적인 부분에서 인정도 해줘서 좋아.

까칠이: 나도 별 5개 중에 3개. 학교라서 4시 30분이면 퇴근이야. 업무적인 참견도 크지 않고. 그리고 사실 계약직이라서 책임감 면에 있어서 정직원보다 크지 않은 거 같아. 그리고 서로 정중하게 대하는 게 있어. 야근도 별로 없고, 정시 출근, 정시 퇴근이 잘 지켜지지. 그런데 사립학교라 의전이 중요한 경우가 많아서, 나랑은 크게 맞지 않은 거 같아. 내가 꼼꼼한 성격도 아니라 실수도 잦은 편이고. 그래서 행정실 일 할 때보다 프리랜서 작가 일 할 때가 더 행복해.

희망이: 인턴까지 포함하면 지금 일곱 번째 회사야. 직접 운영하다보니 성취감도 높고 만족도도 제일 높아. 그런데 안정감이라는 면에 있어서는 회사를 못 따라가지. 그럼에도 인생의 마지막 목표 중 하나가 창업이었고, 전 회사를 다니면서 이제 회사는 그만 다녀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 회사 다니면서 능력치를 많이 키웠어. 필요한 경험은 다 했다고 생각했거든. 대신 지금은 부담감이 너무 커. 회사는 나를 막아줄 관리자들이 있잖아. 지금은 없어서 감정적 소모가 너무 커. 내가 회사 손실의 직격탄을 맞아야 되니까.


Q. 사장님에게 한마디

기쁨이: 사장님 큰 사업 하나 따 와 주세요!

까칠이: 안녕히 계십쇼. 저는 세상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자유를 찾아 떠납니다

소심이: 열심히 하겠숨돠.

희망이: 다음에도 계약 연장해주십쇼.


Q. 오늘 어땠어?

기쁨이: 재밌었어. 오늘 초대해줘서 고마워.

까칠이: 다음에는 더 맛있는 거 먹자. 어쨌든 금요일에 이렇게 스트레스 푸니까 너무 좋다.

소심이: 응. 나도 힙스터 된 기분이야.

희망이: 그러게. 나도 이젠 사장이라 직원 입장도, 사장 입장도 다 이해가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또 직원 입장의 친구들 만나서 이야기하니까 옛날 생각나고 그러네. 다음에 또 만나자고. 인천 어때?

까칠이: 희망이네 동네잖아.

희망이: 미안. 그런데 거기도 핫플 많아. 우리 책 또 쓰면 인천에서 만나자. 내가 쏠게.

까칠이: 좋아. 이제 집들 가서 쉬자. 주말 잘들 보내고. 현생 잘들 견디시오 다들.

이전 11화 나는 기레기였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