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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raw로먹는 여자 Mar 14. 2019

야 이 돼지야 너는 마트에 가면 사람들이 모여들겠다.

야 이 돼지야 너는 마트에 가면 사람들이 모여들겠다. 네 살먹으려고."

9살 일기장 속에서...


xx이는 내가 돼지로 보이나보다 난 사람인데, 너무 슬퍼서 울었다.  -9살 일기장 속에서-

‘고도비만’, ‘소아당뇨위험’ 늘 나와 함께하는 수식어였다. 나는 내 이름 보단 ‘돼지, 빅베어, 빅마마(단지 덩치가 또래들보다 커서)’ 라는 별명을 더 많이 들었다. 9살 때 쓴 일기장 속에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그때의 상처, 학창시절을 한 해씩 보낼수록 수많은 상처들이 내 자존감을 바닥 치게 만들었다. 고등학교 2학년, 처음 다이어트를 시작했고, 태어나 처음으로 내 몸이 변한다는 것에 즐거움을 느꼈다. 그러나 다이어트를 할수록 더욱 음식에 대한 집착과 폭식으로 10-12kg 폭 안에서 쪘다 뺐다를 지금까지 줄 곧 반복해오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위가 아플 정도로 음식을 꾸역꾸역 먹고(어쩌면 쑤셔 넣었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화장실로 달려가 토를 했다.


 그 때의 해방감과 개운함이란..‘아! 이거다.’ 싶어 그 때부터 1년 6개월 가량 미친 듯 먹고 토하기를 반복했다. 가만히 있어도 음식물이 올라왔고, 머리엔 구멍이 뚫린 듯 원형탈모가 생겼다. 다 게워냈는데도 체중감량은 커녕 오히려 상하체불균형은 더욱 심해져만 갔고 식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다.

죽도록 노력한 끝에 현재는 어느 정도 컨트롤 할 수 있지만, 가끔씩 찾아오는 토를 해야겠다는 강박관념은 여전히 남아있다. 남들은 그만 살 빼라고 너무 보기 좋다고 하지만 나는 여전히, 아직도, 매일 아침 체중계에 오르고 거울 속 내 허벅지 사이가 얼마나 떨어져있나 하루에도 수십번씩 거울을 보며 깎아내리곤 한다. 몇주 전, 가족들과 야식을 먹고 몰래 화장실로 달려가 토를 했고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냐며 스스로를 채찍질할 때, 정말 우연히 다이어트식단을 검색하다 비건빵을 접하게 되었다. ‘비건’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나는 뭔가에 홀린 듯 미친 듯이 정보들을 찾기 시작하였고, 채식을 전체 포함하는 로푸드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로푸드팜’을 알게 되었다.

솔직히 나는 로푸드를 단순히 ‘다이어트 식단’으로 생각하여 시작하였다. 하지만 첫 수업날, 그 틀을 와장창 깨트려주었다. 맛의 유무를 떠나 전혀 상상 못할 재료로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맛을 내는 로푸드에 더욱 더 매료 될 수 밖에 없었다. ‘로푸드팜’이라는 공간은 매 주 나를 전혀 다른 세계로 안내해주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고기를 좋아한다.


나는 고기를 좋아한다.

그것도 굉장히. 비건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이렇게 맛있는걸? 이렇게 몸에 좋은 걸?’ 하지만 5주라는 시간 동안 로푸드를 배우고 에세이를 준비하고 책을 읽어나간 이 시간은 20여년 내가 믿고 있던 틀을 뒤집어 놓았다. 너무 신기하게도 얼마전만해도 아무렇지 않게 먹었던 닭가슴살, 삶은계란, 고기 등 내 식단이 잔인하게만 느껴지고 입으로 넘기기가 너무 힘들어 얼마 못먹고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외식을 나가도 치킨, 삼겹살만 외친 나인데 왠지 모르게 그 것들을 보는 순간 식탁에 놓여 지기 전까지 일련의 과정들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몇 주 사이 전혀 다른 내가 된 것만 같아 당황스럽기도 하다. 



앞으로 나는 새로운 가치관을 정립해 나아가야할 것 같다. ‘로푸드’ 단순히 SNS상에 ‘나 이거 만들었어요’하며 업로드 하는 것이 아닌 더 알아가고 싶다. 더 널리 알리고 싶고, 곧 가정을 꾸리는데 미래의 아이에게도 음식의 다양성을 접해주고 싶다. 로푸드를 사랑하는 가정, 그런 엄마, 그런 여성이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스스로를 사람이 아닌 비계 덩어리로 바라보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있는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의 나를 안아주며 말하고 싶다.



괜찮다고. 내면 속 진짜 너는 굉장히 멋지고 예쁘고 소중한 사람이라고...



솔직하고 담담하게 말해주신 에세이게 많은 공감을 했어요!

항상 너무 아름답고 당당한 모습에 저희가  오히려 많이 부러워했던 선생님...

선생님의 속마음을 이렇게 들으니 갑자기 너무 친근한 기분! ~~

타인을 겉으로 보고 절대 판단하고 알 수 없는데 요즘 같은  보여주시 식 sns 들을 보면 나만 빼고 모두 행복해보이고 다들 아무문제 없이 잘살고 있는거 같은데 나는 왜 이렇지 이런 기분에 종종 휩싸이고 살고 있는거 같아요

(저는 특히 유리 멘탈이라 .... 그래서 그런지 tv, 광고, 인스타 도 거의 안해요 ㅜㅜ)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이 훅 들어오면 아... 모두들 같은 고민, 같은 마음, 같은 이유로 힘들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이렇게 연대하는 시간이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모르구요!!^^


매번 2시간 동안이라 운전해서 달려오신 쌤님~

하지만 이 시간이 너무 힐링되는 시간이라 달려오는 내내 기분이 좋다고 말하는 선생님!

그걸 더 일찍 알았더라면 더 잘해드릴껄 ㅜㅜ 이라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유익한 시간이 만들어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위 에세이는 채식요리를 같이 공부하는 공방에서 함께 에세이한 글을 공유합니다

개인 로푸드 블로그에도 함께 기록됩니다.

https://blog.naver.com/mongsil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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