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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대표 Dec 02. 2024

1-2. 치유의 글쓰기가 필요한 이유

내면의 소리와 마주하기

삶을 살아가며 우리는 수많은 감정을 느낍니다. 기쁨, 슬픔, 불안, 분노 같은 감정들이 하루에도 여러 차례 우리의 마음을 스쳐 갑니다. 이 감정들은 마음 깊은 곳에 쌓이고, 때론 무겁게 우리를 누르기도 합니다. 감정을 무시하거나 억누르면 그것들은 결국 더 큰 무게로 다가옵니다.

이때 글쓰기는 내면의 소리를 듣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글을 쓰는 순간, 우리는 얽히고설킨 감정의 실타래를 풀어내기 시작합니다. 글로 적으면서 복잡했던 감정의 결들이 조금씩 정리되고, 마침내 왜 이런 감정을 느꼈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은 곧 치유의 첫걸음이 됩니다.


글쓰기가 우리를 치유하는 이유

왜 글쓰기가 이렇게 치유적일까요? 심리학적 연구들은 글쓰기가 억눌린 감정을 해소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며,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주는 데 효과적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증명해 왔습니다. 다음은 글쓰기가 감정 치유에 주는 대표적인 긍정적 효과들입니다


     감정 정화: 마음속에 억눌린 감정을 글로 풀어내면, 우리는 그것을 더 이상 붙잡고 있을 필요가 없어집니다. 감정을 글로 옮기는 순간, 우리는 그 감정을 한 발짝 물러나 관찰할 수 있는 여유를 얻게 됩니다.   

     문제의 재구성: 글을 쓰며 혼란스러웠던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글쓰기를 통해 감정을 다시 구성하면, 우리는 상황을 더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삶의 맥락을 더 깊이 파악하게 됩니다.   

     자기 인식의 확장: 글쓰기는 우리가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합니다. 왜 어떤 상황에서 특정한 반응을 보였는지, 무엇이 우리를 불안하게 했는지 등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런 발견은 스스로에 대한 인식을 확장시킵니다.   

     희망을 발견하다: 글쓰기를 통해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의 나를 이해하게 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미래에 대한 희망과 가능성을 찾게 됩니다. 글 속에서 발견하는 자신은 새로운 목표와 방향성을 설정하는데 힘을 줄 수 있습니다.   


감정을 적는 것만으로도 변화가 시작됩니다

글쓰기는 특별한 기술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솔직함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적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시작해 보세요.


1. 오늘 느꼈던 감정을 적어보세요  

     예시 1: "오늘 하루 종일 이유 없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업무를 하는 내내 마음 한구석이 답답하고 조급했어요.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기분이 계속 들었어요."      연결된 경험: "생각해 보니 고등학교 때 큰 시험을 앞두고도 이런 불안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준비는 충분했지만, 항상 '혹시 부족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저를 휘감았죠."   


     예시 2: "오전부터 계속 무기력하게 느껴졌어요. 해야 할 일은 쌓여있었지만 도무지 손을 댈 수가 없었죠. 무기력감 때문에 하루가 헛되이 지나간 것 같아 자책도 들었습니다."      연결된 경험: "이런 기분은 어릴 적 여름 방학 숙제를 미루던 때와 비슷한 것 같아요. 해야 하는 걸 알지만 시작조차 할 수 없는 그 무거운 느낌, 그리고 결국 방학 마지막 날에 느꼈던 후회 말이에요."   


     예시 3: "오늘 회사에서 작은 칭찬을 받았지만, 그 순간에도 불안감이 엄습해 왔어요. 정말 잘하고 있는 걸까, 다른 사람들이 나를 잘못 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죠."      연결된 경험: "아마도 어린 시절 부모님께 칭찬받고도 '이제 다음에는 더 잘해야 해'라는 부담을 느꼈던 기억 때문인 것 같아요. 칭찬이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오던 그 느낌이 다시 떠오릅니다."   


     예시 4: "오늘은 친구와의 대화 도중 이상하게 화가 많이 났어요. 사실 친구가 한 말은 그리 심각한 것도 아니었는데, 갑자기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 내 자신이 당황스러웠어요."      연결된 경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중학교 시절 친구들에게 이해받지 못했던 경험이 떠올라요. 그때의 외로움과 답답함이 아직도 저 안에 남아 있어서 비슷한 상황이 되면 방어적으로 나오는 것 같아요."   


     예시 5: "오늘 갑작스럽게 큰 슬픔이 몰려왔어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마음이 텅 비어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무언가 중요한 것이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연결된 경험: "이 감정은 어쩌면 어린 시절 소중한 반려동물을 잃었을 때의 그 슬픔과 닮아 있는 것 같아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잃어버린 그 감정의 흔적은 여전히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2. 오늘의 감정을 단어로 표현하고, 그와 관련된 경험 찾아보기  

     예시 1:             단어: 초조함, 긴장감, 기대, 걱정, 혼란        연결된 경험: "생각해 보니 초조함과 긴장감은 중학교 때 첫 발표를 앞두고 느꼈던 감정과 닮아있어요. 그때도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무척이나 두려웠지만, 마음 한편에는 잘하고 싶다는 기대도 있었어요."        


     예시 2:             단어: 외로움, 고독, 애틋함, 희망, 두려움        연결된 경험: "외로움과 고독감은 유학 시절 처음으로 가족과 떨어졌을 때 느낀 감정이에요. 그때는 애틋한 그리움과 함께 잘 해내고 싶다는 희망이 섞여 있었습니다."        


     예시 3:             단어: 기쁨, 자신감, 우쭐함, 불안, 안정        연결된 경험: "오늘의 자신감과 동시에 느껴진 불안감은 첫 직장에서 성과를 인정받았을 때의 감정과 비슷해요. 잘 해냈다는 기쁨이 있었지만, 그만큼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도 함께 느껴졌습니다."        


     예시 4:             단어: 지침, 의무감, 죄책감, 필요성, 소망        연결된 경험: "오늘 느꼈던 지침과 죄책감은 예전에 부모님을 도와드리면서도 내 시간을 갖지 못해 느꼈던 감정과 비슷했어요. 가족을 돌보는 건 소중한 일이지만, 나 자신을 돌보는 것 또한 필요하다는 걸 다시 깨닫게 됩니다."        


     예시 5:             단어: 실망, 허탈함, 연민, 이해, 다짐        연결된 경험: "오늘 느낀 실망감과 허탈함은 과거의 실패 경험과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실패 이후에 스스로에게 느꼈던 연민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서려는 다짐이 그때와 지금을 연결해 줍니다."        


이렇게 글을 적다 보면, 지금의 감정이 단순히 그 순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과거의 경험과 긴밀히 연결된 것임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그 감정과의 관계를 새롭게 구성할 수 있게 됩니다.


작은 글쓰기 실습

1. 하루 10분 동안 감정을 적어보기
하루 동안 느꼈던 감정을 간단하게 적어보는 연습입니다. 글로 쓰는 것은 반드시 완벽할 필요가 없고, 솔직함이 가장 중요합니다.


     예시 1: "오늘 아침, 출근 준비를 하는 도중에 막연한 두려움이 느껴졌어요.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게 된 것이 설레기도 하지만, 책임감이 무거워서인지 가끔 이 두려움이 찾아옵니다. 제 자신에게 과도한 기대를 걸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두려움을 극복하고 나아가고 싶어요."   


     예시 2: "오늘 오후, 친구와 오랜만에 만났는데 왠지 마음이 편하지 않았어요. 서로의 대화가 어색하게 느껴졌고, 그걸 느끼는 나 자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예전에는 편안했던 사이가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마음이 복잡해요."   


     예시 3: "퇴근 후 집에 돌아오자마자 깊은 피로감이 몰려왔습니다. 체력적인 피로뿐만 아니라 마음도 지쳐 있었어요. 요즘 모든 게 너무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에요. 쉬고 싶지만 쉴 수 없다는 압박이 저를 더 지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예시 4: "저녁 식사를 하며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갑자기 큰 공허함이 느껴졌어요. 분명 웃고 있었지만, 속마음은 무언가 허전했어요. 가족과 함께하는 것이 즐겁지만, 나만의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예시 5: "밤이 되어 혼자 있을 때, 갑작스럽게 슬픔이 몰려왔어요. 특정한 이유는 없었지만,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떠오르며 지금의 나와 비교하게 되었어요. 그때는 모든 것이 단순하고 밝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왜 이렇게 복잡할까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2. '왜 그런 감정을 느꼈을까?' 질문하기
하루 동안 느꼈던 감정 중 하나를 골라 그 감정의 이유를 찾아보는 연습입니다.  

     예시 1:             감정: 초조함        왜 그런 감정을 느꼈을까?: "오늘 상사와의 미팅을 앞두고 초조함을 느꼈어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릴 때 부모님께서 높은 기대를 걸며 나를 압박하셨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그때의 초조함이 아직도 남아있어 비슷한 상황에서 계속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예시 2:             감정: 외로움        왜 그런 감정을 느꼈을까?: "오늘 친구와 연락이 잘 되지 않아서 외로움을 느꼈어요. 어릴 때 친구들이 다른 그룹으로 가버렸을 때의 그 외로운 기억이 떠올랐던 것 같아요. 그때 느꼈던 상실감이 지금도 가끔씩 되살아나는 것 같아요."        


     예시 3:             감정: 기쁨        왜 그런 감정을 느꼈을까?: "오늘 오랜만에 산책을 하면서 기쁨을 느꼈어요. 생각해 보니, 어릴 적에 할머니와 함께 산책하던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그때의 따뜻한 바람과 손잡고 걷던 기분이 지금까지도 저에게 행복감을 주는 것 같아요."        


     예시 4:             감정: 분노        왜 그런 감정을 느꼈을까?: "오늘 누군가의 말을 듣고 갑자기 화가 났어요. 그 말을 들었을 때 내가 무시당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생각해 보니, 학교 다닐 때 자주 무시당했던 경험들이 쌓여서 지금까지도 비슷한 상황에서 분노가 튀어나오는 것 같아요."        


     예시 5:             감정: 슬픔        왜 그런 감정을 느꼈을까?: "오늘 갑자기 슬픔이 밀려왔어요. 이유 없이 느껴지는 이 슬픔은 아마도 과거에 소중한 사람과 헤어졌던 기억과 연결된 것 같아요. 그때의 상실감이 아직도 나를 아프게 하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3. 글쓰기 후 감정 비교하기
글을 쓰기 전과 후, 감정의 변화를 적어보는 연습입니다.  

     예시 1: "글을 쓰기 전에는 초조함이 너무 커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글로 적으면서 이 감정의 근원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어요. 지금은 그 초조함이 약간 가벼워진 느낌이에요. 이제 그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조금 알 것 같아요."   


     예시 2: "처음엔 외로움이 너무 크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글로 적다 보니, 내 외로움이 단순히 지금의 상황 때문이 아니라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되었어요. 지금은 그 감정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하고, 나 스스로를 위로해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시 3: "기쁨이라는 감정은 글로 적으면서 더 명확해졌어요. 왜 내가 행복한지를 적어나가다 보니, 그 행복의 뿌리가 무엇인지도 깨닫게 되었어요. 지금은 그 기쁨이 더 깊어지고,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예시 4: "처음에는 분노 때문에 머리가 아팠고, 그 감정이 나를 압도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글로 적으면서 그 감정의 이유를 찾게 되었고, 과거의 경험들이 지금의 나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글쓰기 후에는 그 분노가 어느 정도 사라지고 차분함이 찾아왔습니다."   


     예시 5: "처음엔 슬픔이 너무 컸고, 이유조차 알 수 없었어요. 하지만 글을 쓰면서 그 슬픔의 원인을 파헤쳐 나가다 보니, 그동안 억눌려있던 감정들이 드러났어요. 글을 쓰고 난 후에는 그 슬픔이 조금은 가라앉고,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이 바로 시작할 때입니다

우리는 종종 "나중에 하자", "지금은 시간이 없어"라는 핑계로 자기 자신과 마주할 기회를 미루곤 합니다. 그러나 지금이 바로 가장 좋은 시작점입니다. 치유의 글쓰기는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단 한 문장이라도, 단 한 단어라도 적어내는 순간, 당신은 이미 자신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입니다.

이 책은 당신이 이 여정을 혼자 걷지 않도록 함께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글쓰기는 단지 혼자의 작업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사랑하는 과정입니다. 이제 펜을 들어 첫 문장을 적어보세요.
"나는 오늘 무슨 감정을 느꼈지?"
이 한 문장은 당신의 내면을 향한 첫 발걸음이 될 것이며, 그 글은 곧 당신의 치유가 될 것입니다.


#치유의글쓰기 #글쓰기 #나다움 #자기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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