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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니 Sep 14. 2021

저를 뽑지 않겠다면 말입니다.

나는 앞으로 거절당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거절당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거절당하고 10억 받기 vs 거절 안 당하고 10만 원 받기라는 조건이 주어진다면 모를까, 많은 사람들이 거절당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생각지도 못한 이유로 거절을 당하게 된다면, 뒷걸음질 치다 똥을 밟은 사람처럼 기분이 영 구려지는 것이다.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이건 진짜 내가 정말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의 공고를 발견했다. 해당 일은 방송 프로그램을 컷 편집하여 유튜브에 올리는 것이었는데, 쉽게 말해 유튜브 편집자를 구하는 것이었다. 편집 경력이 많지는 않지만, 편집은 기술보다는 흐름을 잘 파악해내는 센스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센스만점! 아니 천 점! 인 나를 뽑지 않을 수 없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이력서를 제출했다. 두근두근 떨리는 맘으로 핸드폰을 들고 침대에 누웠다. 전화는 오지 않았다.


다음날이 되었다. 일어나 보니,  10 30분에 부재중 전화가 찍혀있었다. 뭐지?  전화야.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 안간힘을 쏟고 있는데 손끝에서 진동이 울렸다. 벌떡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글자에 나는 그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담당 PD였다. 나는 오뚝이가  것처럼 몸을 앞뒤로 흔들다가, 자세를 고쳐 앉아 무릎을 꿇고 전화를 받기 시작했다. 잘할  있겠냐는 말에 가능하다고, 준비되어 있다고 당차게 말하고 있는데 대뜸 그가 물었다.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네네, 저 서른셋입니다!"

"아. 나이가 많네?"

"아, 나이가 많은 건가요?"


, . 탄식과 탄식을 주고받던 통화에는  정적이 흘렀다. 그가 다시 물었다. "혹시 사는 곳은?" ", 사는 곳은 경기도 쪽인데요." ", 집도 멀어~~~~~~" 이번에는 장음의 탄식에  또한, 아아~~~~~~~~~~소리를 절로 내뱉었다. 보통 나이라면, 방송가에서는 메인 PD급이라며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 그런데 제가 지원한 분야는 방송 연출이 아니라 (재택) 유튜브 편집자인데요.라고 해도 그는 끄덕 없었다. 결국에는 좋은 방안을  생각해보라는 말을 끝으로 전화는 끊어졌다.


전화를 끊고 온몸이 뜨거웠다. 어찌 된 게 심장은 전화를 받을 때보다 더 쿵쿵 뛰기 시작했다. 나이 때문에 합격하지 못한 게 분해서? 돈 벌 기회를 달려서?

놉!



아이 없는 기혼이라는 이유로 면접에서 낙방을 하고 패배감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작년. (지난 ) 1 반이 지난 지금, 나는    낙방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부정적인 감정은 들지 않았다. 아아, 이것만으로도 얼마나 대단한 성과인가.


여러 이유로 같이 일 할 수 없다면, 그렇다면, 그렇다면! 직접 나만의 일을 해보자는 결심이 든 것이다. PD님이 말해주셨듯, 이제는 좋은 방안을 선택해야 할, 스스로 움직여야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먼저 든 탓이었다.


때문에, 앞으로도 거절당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거절당할 확률이 90%라도 이력서를 제출할 것이다. 시원하게 탈락을 하게 되면, 업계에서 원하는 능력에 대비하여 나의 부족한 점을 객관적으로   있고,  점을 열심히 키워나갈  있는 힘을 얻게 된다. 그러니까 거절을 당한 , 중요한 것은 쿨해지는 . "어떻게 나를  뽑을  있어. 엉엉." 울어봤자 콧물 손해, 눈물 손해.


방송국에서 아무도 불러주지 않아 직접 회사를 차려 저변을 넓힌 송은이와 김숙처럼, 나도 곧장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다. 앞으로 어떤 영상을 올릴지는 정확히 모른다. 하지만, 조회수가 1이라 할지라도, 구독자가 1명일지라도 나의 포트폴리오를 쌓는다는 마음으로 꾸준히 꾸준히 올려볼 참이다. (만약 유튜브에서 저를 만난다면, 손을 흔들어주세요)


그러다가 나태해져서 또다시 가마니가 되는 날이 오면, 다시 한번 기꺼이 거절의 맛을 보리라. 그것이 ~~~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오는 한탄과 한숨의 낙방일지라도! 가보자고. 일단 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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