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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니 Jul 23. 2021

공모전에 많이 떨어져야 하는 이유

공모전 당선 비법 결과 대방출

"펑"

"펑펑"


2020년, 큰 총소리가 들렸다. 두 번이나 축하포가 퍼엉! 하고 터진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작년에 공모전에 두 번이나 당선이 됐다. 신기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내 글이 뭐라고 당선이 되는 거지? 운이 좋았을 거야. 지원자가 많이 없었던 것 같아. 아마 주제가 조금 제한적이라 많이 쓰지 않은 것 같아. 그래서 내가 된 것뿐이야. 그냥 그런 것뿐이야.라고 스스로를 다그쳤다. 조금이라도 당선 뽕이 부풀어올라 어깨가 올라가려 하면 매섭게 채찍질을 하면서, 들뜨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몇 달 동안 끈질긴 생각 끝에 나는 작은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나는 왜 공모전에 당선이 되었을까

1. 주제와 잘 맞는가?


첫 번째 공모전은 브런치와 한식문화진흥원이 주관한 '우리家한식' 공모전이었다. 공모전의 주제는 아래와 같았다.

- 밥에 담긴 가족 이야기
- 가족이 해준 음식에 대한 기억 이야기
- 위안을 주는 나만의 가족 음식

주제를 보자마자 나는 바로 그날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운동회 때마다 도시락을 싸주었던 엄마, 그리고 모래바람이 뒤엉키는 곳에서 먹었던 소불고기. 엄마가 해준 소불고기에 대한 기억이 내게 있었으니, 이건 마치 나를 위한 공모전 같았다. 원고는 스타벅스 드라이브 스루에 다녀오는 차 안에서 핸드폰으로 적었다. (당선 글)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발행 버튼을 눌렀다. 기대 없이 했던 공모전이었지만, 당연히 장려상이라도 받겠거니 했는데 이게 웬걸. 정말 장려상을 받았다.


한식을 충분히 담아냈는지, 따뜻한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지, 독창적이고 완성도가 높은지 등이 심사기준인 것을 고려하면, 해당 공모전에서 내가 당선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주제에 적합한 이야기를 실었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유려하고 매끈한 문장이라도, 주제와 조금 동떨어진 이야기를 한다면 탈락. 또, 주제와 잘 맞는 이야기라 하더라도 본인의 이야기에서만 그치고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탈락일 테니.



2. 내가 (남들보다) 잘 쓸 수 있는 것

두 번째 공모전은 경기콘텐츠진흥원에서 실시한 '히든 작가 공모전'이었다. 공고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는 공고문을 보자마자 이건 무조건 해야 한다는 생각, 어쩌면 당선이 될 수도 있겠다는 욕심이 들었다. 우선 이 공모전에는 응모자격이 제한적이었다.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아닌, 경기도민. 경기도민 중에서도 기성작가는 제외. 거기다 주제는 "경기도 동네책방".


생각해봤다. 내 지인들이 100명이라 치면, 동네책방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10%도 되지 않았다. 10% 중에서도 글쓰기를 좋아하는 친구는 또 5% 미만, 거기에 경기도 외 지역을 빼면.. 어라? 나밖에 안 남잖아?!!


무엇보다 나는 그곳이라면, a4용지 15매는 물론, 30페이지까지 쓸 자신이 있었다. 책을 주문하고, 온라인 글쓰기, 그림 모임과 같은 활동을 하면서 많은 에너지와 도움을 받았던 독립서점, 오키로북스가 그곳이었다. 글을 완성하는 데는 5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가뿐하게 제출 완료!


발표 전날에는 꿈도 꿨다. 공모전에 당선이 되어서 남편이 차를 사준다고 소리를 지르는 꿈, 면허도 없으니 이건 완전히 개꿈이라 생각하고 졸린 눈을 비비며 인스타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보게 된 내 이름 석자, 그리고 당선!!


넣는 족족 당선이 되는 행운이 깃든 것일까. 트루먼쇼가 아닐까 의심도 들었지만, 곧 그 생각을 접게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이후로도 열심히 글을 쓰며, 공모전에 꾸준히 도전했지만, 단 한 번도 당선되지 못하고 있다.


낙방한 공모전
-좋은 생각(청년 이야기 대상)
-좋은 생각(특집)
-예스 24(나도 에세이스트)
-브런치(브런치 북, 밀리의 서재 공모전 등등)
-그 외 글, 영상공모전 다수

공모전 당선에 쏟을 운을 모조리 다 써버린 탓일까? 좌절하며 도망치고 싶다가도 나는 이상하게 도전을 멈출 수 없었다. 또 한 번, 또, 그리고 또 떨어졌다. 조금만 넘어져도 되는데 자존감은 낭떠러지로 추락하듯 떨어졌다.

공모전은 취업과 닮았다. 일단 너무 간절하면 실망이 크다는 점에서 닮았고, 고 스펙이어도 회사가 추구하는 인재가 아니라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 좋은 글이라 하여도 해당 공모전이 추구하는 가치와 맞지 않다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도 닮았다.


스펙이 높지 않아도 회사가 추구하는 인재라면 붙을 수밖에 없고, 엄청난 명작이 아니더라도 해당 공모전이 추구하는 가치와 맞다면 당선될 수밖에 없는 것. 그뿐인 셈이다. 그러니까, 공모전에 떨어졌다고 좌절하지 않는 것이 어쩌면 당선된 것보다도 더 중요하다. 고작 몇 개의 공모전 실패로, 다시 도전할 동력을 잃으면 너무 억울한 일 아닐까?


공모전에 많이 떨어져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공모전에 많이 떨어져 봤다는 것은 많이 도전했다는 것이고, 여러 번의 공모전 낙방 경험은 나와  맞는 공모전을 찾는 시야에 도움을 준다. 추가로 친절한 공모전의 경우에는 당선 힌트도 던져주는데, 그것을 받아먹는 것이 낙방의 포인트! 공모전 당선작들을 모조리 읽고, 섬세한 심사평을 정독하면   말이 튀어나온다.


(도움 많이 받았던 심사평)

"역시, 내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다 있네? 다음에는 이런이런 부분을 보완해 봐야겠군! 우하하"


정해진 주제, 정해진 기간, 정해진 분량에 맞추어 제출을 해야 하는 공모전이라는 게임장으로 오늘도 로그인한다. 죽고 끝나버리는 게임이 아니라, 정해진 기간 내에 정해진 주제로 정해진 분량을 작성해내는 훈련을 받는다는 마음으로. 게임의 끝이 당선이 아닌 탈락일지라도.






공모전 사이트: https://www.wevity.com/

​사진출처: 멜로가 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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