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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니 Oct 20. 2021

급구 고수익 꿀알바 때려치운 리얼 후기

이제는 쉬운 일만 찾으려 애쓰지 않는다.

시대는 빠르게 변한다. 이제는 AI가 나의 소중한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나의 작은 소망은 AI가 넘볼 수 없는 나만의 유일무이한 일을 하고 싶은 것인데, 어쩌다가 그 일을 시작하게 됐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그냥 쉽게 돈 벌고 싶었으니까. 따뜻한 침대에 누워 편하게 돈을 벌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작년 여름의 나는 '쉬운 일'에 쉽게 현혹당했다. 


사람인, 잡코리아, 알바몬에 들어가 "재택알바" "재택" 키워드를 검색했다. 한반도 어딘가에 꽁꽁 숨겨놓은 꿀알바가 있으리라는 기대감으로 구직사이트를 쥐 잡듯이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공고문에 꿀이 줄줄 흐르다 못해 덩어리채로 뚝뚝 떨어지고 있는 매력적인 공고를 발견했으니!! 나는 서둘러 온라인 지원 버튼을 눌렀다. 이 잔뜩 발라놓은 꿀(일)을 다른 사람에게 뺏길 수 없는 노릇.


그러자 30분도 지나지 않아 관리자에게 카톡이 왔고,  3분 만에 단톡방에 초대됐다. 그곳에는 서른 여명의 사람들과 두 명의 관리자가 있었는데, 관리자는 구글시트 링크를 보내주며 업무를 설명해주었다. 사전 질문도, 통성명도 없이 급하게 전달받은 문서에는 이런 문장이 쓰여있었다.


"배달 리뷰 작성 1건 1,000원. ㅇㅇㅇ해당 지역은 진행하지 않습니다. Xxxx라고 작성해주세요."


뭐라고? 배달 리뷰를 작성하라고? 분명, 내가 지원한 공고에는 <콘텐츠 발행 업무>라고 쓰여있었다. 그리고 건당 천 원이라는 말도 없었는데? 내가 신명 나서 깨춤을 추며 지원한 일이 거짓말로 음식을 먹은 척하고, 맛있다고 별 5개를 주면 대가로 고작 천 원을 주는 일이라니. 더욱 놀랐던 점은,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리뷰를 작성하고 구글시트에 실적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가짜 뉴스가 판을 치는 세상에, 이제는 가짜 리뷰까지 추가된 요지경 세상을 들여다본 뒤, 나는 덤블링 30회, 코끼리코 20회를 막 마친 사람처럼 어질어질해졌다. 들어간 지 5분 만에, 심한 멀미 증상을 호소하며 그 방을 나왔다.


(왼) 내가 상상한 집에서 편하게 돈 버는 모습                                                (오) 집에서 힘들게 돈 버는 현실       


꿀인 줄 알고 호기롭게 덤볐던 나의 몸과 정신은 바닷물에 빠졌다 나온 사람처럼 무겁게 느껴졌지만, 다시 한번 재택알바 재도전에 나섰다. 이번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공고는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무언가 숨기려 하는 뉘앙스가 나는 곳은 지원조차 하지 않았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뒤에 내가 지원하게 된 알바는 다음과 같다.


"네이버 블로그 포스팅 원고 알바"


내 블로그에 원고를 포스팅 하는게 아니라, 메모장에 글만 쓰면 되는 일이었다. 한건당 4,000원이라는 명확한 숫자도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평균 하루에 10건을 작성한다고 쓰여있었다. 보자 보자 계산해보자. 하루에 10건이면 40,000원. 일주일이면 20, 주 4면 80. 만약 내가 노하우를 터득하여 키보드위를 날아다닌다면 2배의 수입을 얻을 수 있겠다. 그럼 160? 흐어억. 집에 앉아서 160이라니. 무엇보다 맛집 포스팅이 아니라 정보성 글을 작성한다는 상세한 공고내용에 마음을 훅 뺏겼다. 이번에도 서둘러 지원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역시나 곧바로 카톡이 왔다. 이런 아르바이트를 해본 적이 있느냐, 자신 있느냐, 하루만 하고 그만두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렇다는 이야기를 듣다가 다음날부터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날, 오전 10시. 땡 하는 카톡 알람음에 눈이 절로 떠졌다. 세수도 하지 않고 컴퓨터 앞에 앉아 머리를 질끈 묶고 카톡을 열었다.



"엔진오일 교체 시기에 대해 1,800자 내외로 써주세요. 사진은 제공해드린 것 써주시면 됩니다. 오늘은 첫날이시니까 하실 수 있는 만큼만 해주시면 됩니다. 글은 메모장에 쓰시면 되고요. 타 블로그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오시면 절대 안 됩니다. 주의해주세요."


카톡으로 받은 문장을 몇 번이고 읽었다. 엔진오일? 엔. 진. 오. 일. 엔진오일? 엔진오일이니까~의 그 엔진오일? 1,800자로 엔진오일 교체시기에 대한 글을 쓰라고? 엔진오일이 어디에 들어가는 오일인지조차 모르는 무면허자는 엉엉 울고 싶었다. 그래도 인터넷을 쥐 잡듯이 뒤지고 볶고 해서 결국 하나의 글을 완성했다. 4,000원짜리 원고. 그러니까 4,000원을 벌기 위해 3시간을 소비하였다는 말씀.


첫 번째 원고를 보내고 바로 두 번째 주제를 받았다. 이번에는 남성이 꼭 먹어야 할 영양제에 관한 것이었다. 영양제라. 영양제라 하면 어릴 때 즐겨먹었던 "노마 골드" 뿐인데, 그것도 남성이 챙겨 먹어야 할 영양제라.. 묶은 머리를 풀었다가 다시 묶었다가, 상투 돌리기를 했다가 쥐어뜯었다가를 반복하다 겨우 글을 완성했다.


이번에도 3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6시간 만에 컴퓨터 의자에서 일어났다. 오랜만에 걷는 것도 아닌데 무릎이 시큰했다. 무릎을 감싸며 그대로 주저앉아 방바닥에 누워 눈을 질끈 감았다. 그때 작은 방에는 누군가의 절규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물론 나다.


"이거 진짜 할 수 있겠냐? 어? 아니 진짜 할 수 있겠어?"


5분쯤 흘렀을까. 힘없이 퍼져있던 몸을 폴더폰처럼 접으며 바닥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아니 못해. 아 못하겠다. "


이건 단순한 포기가 아니었다. 32년간 축적된 데이터베이스가 이 값을 오류라고 온몸으로 말해주고 있었다. 차라리 엔진오일이 바디오일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이야기를 쓰라면 쓰겠는데, 알지도 못하는 정보를 전문가인척 쓰는 짓은 내게는 정말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일이었다.


무슨 일이든 쉬운 일은 없다. 그리고 쉽다고 말하는  치고 쉬운 일을  봤다. 쉬운데  많이 준다는  치고, 쉽고 돈도 많이 주는 일을  봤다. 이제는 쉬운 일만 찾으려 애쓰지 않는다. 하지만 남들에게는 어려워도, 내게는  먹는 것처럼 쉬운 , 내게  어울리는 일은 분명 있다고 !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연사 자신 있게 외치는 바이다. 탕탕!




@unplash_Soundtr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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