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엉 울만큼 간절한 일이 있나? 있었나?

아 있었다! 그건 바로 퇴사!

by 프니

"책 사고 싶어 엉 어흐어엉 엉엉"

주말 오전, 부지런히 일어나 동네 서점에 들렀다. 책 하나를 들고 계산대로 가려던 순간, 아이의 울음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봤다. 5살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엄마에게 책 하나를 더 사달라고 떼를 쓰고 있었다. 아이는 본인이 아직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돈이 없기 때문에, 그것을 얻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을 택했다. 그건 울음이었을 것이다. 꽤 오랜 시간 반복된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나의 눈물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봤다.

최초의 큰 울음은 친할머니 환갑잔치였다. 그 시절에는 환갑이면, 성대하게 잔치를 벌였었기에 손녀들인 우리도 한복까지 맞춰 입어야 했다. 손님들도 많이 오셨고, 고운 한복을 입은 할머니가 드라마에나 나오는 사람들처럼 행복해 보이셨다. 문제는 사진 촬영이었다. 엄마품에 안겨 무대로 나간 4살의 나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나를 헤치러 온 악당들처럼 보였다. 순간 장내는 기똥찬 울음소리가 가득했고, 엄마는 나를 어르고 달래고 온 짓을 다했지만 결국 혼자 울고 있는 가족사진이 남았다. 어쩌면, 태어나서 처음으로 강렬히 무언가를 원했던 날이었다.


친인척들 앞에서 슈퍼 울보임을 발표했던 4살의 나는 수능을 앞두고는 작가가 되고 싶어 문예창작학과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너보다 잘 쓰는 애가 얼마나 많은지 모르냐며 결사반대를 했던 엄마와의 첫 대립에서도 난 울지 않았다. 대신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정말 작가가 되고 싶은 건 맞나?" 맞긴 맞는데 미칠 만큼 되고 싶은 건 아니었는지, 엄마 몰래 수시로 쓴 원서가 떨어진 나는 금세 나의 운명을 받아들였다.(이때는 울지 않음) 생각해보면 난 엄마의 반대를 무릎 쓸 만큼 간절하지 않았다.



그렇게 무사히 10대의 터널을 지나고, 20대가 되었다. 아니 이게 웬걸, 20대가 되니 울 일이 더 많지 않은가. 4년을 다닌 첫 회사, 출근할 때, 퇴근하는 길에서, 집으로 돌아와서,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울고 또 울었다. 내일이 오는 게 무섭고, 그냥 지구가 멸망해버리는 게 더 행복할 지경이었던 그 당시, 지겹던 울음을 멈춘 것은 역시 퇴사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우, 그렇게 울 시간에 그냥 뛰쳐나오면 되지 싶지만 그때의 나는 안정적인 이 곳을 빠져나가면 내 인생이 수렁에 빠질 것이라 착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엉엉 울다보니 문득 해결책이 떠올랐다. 가만, 이게 운다고 달라질 건 아니지않나? 흐트러져있던 이성을 바로잡고 내가 이렇게 힘든데도 바로 퇴사를 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했고, 나의 불안을 작게 만들기 위한 플랜을 짜기 시작했다. 그렇게 안정적인(?)상황을 만들고 퇴사를 한 순간, 그 날의 가슴벅참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잔칫날 대성통곡을 했던 4살부터 회사를 다니며 눈물을 쏟았던 27살의 나, 그 눈물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냥 싫어서였다. 사진이 찍기 싫어서, 회사에 다니기 싫어서.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사진 찍지 않는 것을 원해서, 퇴사를 원해서 그렇게 눈물을 쏙 뺐나 보다.




나이를 먹으며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 수는 없고, 남들이 다 하는 걸 하기 싫다 하면 나약한 사람으로 손지검 받기도 하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도 때로는 그것을 원하지 못하기도 한 세상을 살아가며 나는 또 몇 번의 울음을 터트리게 될까.


눈물을 흘린다는 게 그저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간절히 원하고 바라는 마음이 있다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니까.그러니까 울었다는 사실에 집중 하기보다, 엉엉 울만큼 간절한 일이 있는지 생각해봐야겠다. 그리고 이왕이면 오래오래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울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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