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나는 그런대로 잘 살았나 봐. 내 곁엔 좋은 사람들이 많아.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나를 아껴주고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많아. 우리 부모님도, 나를 원망하지 않으셔. 예전 같았으면 알지? 내 탓이라며 나를 비난하고, 정신 차리라고 막 화내셨을 텐데, 이번엔 아니야. 나를 이해해 주시고, 내가 그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음을 이해해 주셔. 내가 그동안 가족을 위해 애써왔던 것을 알고 그러시는 거 아닐까?
너와 우리 친구들 모임에서도, 모두 다 내편이어서 감사했어. 위로하려고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진심으로 나의 편이 되어서 나보다 더 분개하는 모습을 보면서 위로가 되었어. 나만 화나는 게 아니구나. 내가 화날만한 상황들이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
직장에 사직서 낸 것이 알려져서 교류하던 직원들이 알게 되었어. 다들 내 일처럼 안타까워해서 고맙기도 했어. 친하지 않은 동료들까지도 모두 내 안부를 물어봐줄 정도라서, 내가 그동안 열심히 잘 지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러니까 걱정 마. 내가 떠나는 길이 무척 외롭다거나, 너무 힘들다거나 그렇진 않을 거야. 내 곁엔 작지만 좋은 인연이 이렇게나 많잖아. 물론 너만 할 수는 없지. 어려서부터 단짝으로 지냈던 너라서, 네가 마음이 제일 쓰여.
한 달간 매일 정리를 하고 있어. 떠나가고 남을 자리에 나의 흔적을 지우려고 노력하며, 또 나 없이도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남기면서 말이야. 이 과정에서도 좋은 사람을 만났어.
사람들이 다들 그래. 뭘 해도 잘 해낼 거라고. 그래, 아마도 그 말이 맞나 봐.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으니 나도 기운이 나고 맑아지고 있어. 참 다행이지? 그래서 좌절할 틈이 안 나. 어쩐지 더더더 많이 힘들어해야 할 것 같은데 말야, 너와 멀어진다는게 너무 슬픈 것 말고는, 나는 그리 힘들진 않아. 그만큼 너의 존재가 나에게 컸나봐. 그러니까 우리 서로 걱정하지 말고, 서로 위로하며, 기운 북돋워주며 살자! 나는 그렇게 살기로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