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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품있는그녀 Feb 26. 2024

나는 요즘 매일 글을 쓰고 있어

너무 힘들면 그것도 안 나와

한동안 너무 힘들어서 죽은 듯이 지냈어. 어떤 상실감은 나를 지우게 만들어. '나'라는 존재 자체를 '세상'에서 지우고, '존재하지 않는 듯' 살아가는 거지. 그렇게 나는 나를 죽인 채로 지냈어.


숨이 막힐 것 같았어. 나는 마치 수중생물처럼, 공기 중에서 숨을 못 쉬는 물고기가 된 기분이야. 하지만 나는 물에 들어가면 익사할 텐데. 그래서 가만히 물을 바라보며 고향을 찾았어. 존재하지 않는 그것을.


그러다가 나를 다시 찾았어. 아, 맞아! 나는 고향을 찾고 있던 게 아닌 거야! 나는 잃어버린 나를 찾고 있었던 거야. 저 까만 물속에 잠긴 채로 눈을 감고 있던 나를 결국 찾아냈어.


많이 울었어. 내가 많이 아파하고 있었거든. 그동안 나를 죽인 채로 살아서, 나는 나 죽이고 사는 것이 쉬웠던 거야. 그런데 내가 만난 나는, 너무 아팠대. 그래서 많이 울었어. 그 아이와 함께 슬픔을 나누어야 했거든.


그래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어. 단 한 자도 쓸 수 없는 상태였는데, 글이 나오기 시작했어. 그리고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어. 마치 말을 잃은 아이가 말을 내뱉듯이, 막힌 분수가 터진 듯이.


그래서 나는 요즘 매일 글을 쓰고 있어. 내가 글을 쓸 수 있게 되어 감사해. 친구야, 보고 있니?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는 것도, 한 때는 기적일 수도 있었어.


너무 슬플 때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그리고 나는 지금 글을 쓰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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