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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매일 글을 쓰고 있어

너무 힘들면 그것도 안 나와

by 기품있는그녀

한동안 너무 힘들어서 죽은 듯이 지냈어. 어떤 상실감은 나를 지우게 만들어. '나'라는 존재 자체를 '세상'에서 지우고, '존재하지 않는 듯' 살아가는 거지. 그렇게 나는 나를 죽인 채로 지냈어.


숨이 막힐 것 같았어. 나는 마치 수중생물처럼, 공기 중에서 숨을 못 쉬는 물고기가 된 기분이야. 하지만 나는 물에 들어가면 익사할 텐데. 그래서 가만히 물을 바라보며 고향을 찾았어. 존재하지 않는 그것을.


그러다가 나를 다시 찾았어. 아, 맞아! 나는 고향을 찾고 있던 게 아닌 거야! 나는 잃어버린 나를 찾고 있었던 거야. 저 까만 물속에 잠긴 채로 눈을 감고 있던 나를 결국 찾아냈어.


많이 울었어. 내가 많이 아파하고 있었거든. 그동안 나를 죽인 채로 살아와서, 나는 나를 죽이고 사는 것이 쉬웠던 거야. 그런데 내가 만난 나는, 너무 아팠대. 그래서 많이 울었어. 그 아이와 함께 슬픔을 나누어야 했거든.


그래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어. 단 한 자도 쓸 수 없는 상태였는데, 글이 나오기 시작했어. 그리고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어. 마치 말을 잃은 아이가 말을 내뱉듯이, 막힌 분수가 터진 듯이.


그래서 나는 요즘 매일 글을 쓰고 있어. 내가 글을 쓸 수 있게 되어 감사해. 친구야, 보고 있니?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는 것도, 한 때는 기적일 수도 있었어.


너무 슬플 때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그리고 나는 지금 글을 쓰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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