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아, 나는 요새 잠이 오지 않아. 잠이 와서 잠을 잤어. 그런데 얼마 후에 잠에서 깼어. 너무 새벽이라 일어날 수도 없는데, 그런데 다시 잠이 오지 않아 불을 켰어. 그리고 집을 정리했어.
그렇게 하루를 보냈어. 잠을 덜 자서 정신이 멍한데도, 피곤하지 않아서 참 다행이지 뭐야?! 그런데 그것이 매일같이 반복되었어. 점점 미쳐가는 게 아닌가 싶었어.
그러다 하루는 너무 피곤했는지 일찍 잠들었고, 아침까지 잠을 잤어. 그런데 단 한숨도 잔 것 같지 않았어. 온갖 걱정 속에 잠이 들었는데, 잠자는 내내 그 생각을 멈추지 않고, 아침이 될 때까지 걱정을 하다가, 그대로 잠에서 깼어. 그게 어떤 기분이냐면 말이야, 무척 허탈했어. 잠을 잤는데 잔 것 같지 않으니, 이게 뭔가 싶고, 시간낭비 같고, 뭔가 무척이나 허탈해진 거야.
그 후로 다시 일중독자처럼 지냈어. 차라리 늦게까지 일하면 지쳐 잠들 것 같아서. 그렇게 졸려서 잠들면, 하루에 3시간을 잘 수 있었어. 그래도 자는 것 같이 자니까 좋았지만, 점점 이게 반복되니 힘들더라.
그때 마침 병원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고, 그제야 내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이해가 갔어. 수면 유도제를 먹으며, 잠에 빠져드는 순간이 행복했어. 다시 생각의 꼬리를 잡는 수면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말이야.
민아, 이건 아마도 일시적인 거겠지? 이런 일이 반복되니 불안해. 내가 아이들을 지키지 못할까 봐. 그런데 함부로 걱정도 못하겠어. 걱정을 하고 잠들면, 꿈에서는 걱정이 현실이 되어 나타나거든. 그건 무척 괴로운 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