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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품있는그녀 Mar 04. 2024

일도 내 자식이 되어버렸다

그만두겠다고 했는데요

방학이 끝났다. 그런데 방학 동안 너무 힘들었다. 아이들의 아침밥부터 점심과 저녁밥까지 챙겨야 하는 방학이다. 그런데 나는 직장맘이다. 게다가 일이 많다. 일이 안 끝난다. 해도 해도 쌓이는 보고서들 덕에 나는 여전히 야근 중이다.


작년에는 이 시기에 모든 서류를 들고 집에 가서 일했다. 사무실 컴퓨터까지 떼어갔다. 파일 옮기고 선별할 시간에 일을 더 하자 싶었다. 그것은 매우 효율적이었다.


사무실 전화는 폰으로 받고, 모든 사무업무는 집에서 해결했다. 아이들에게 밥을 해줘 가며, 중요한 약속이 있을 때만 출근을 했다. 어떻게든 기한 내에 업무를 마칠 수 있었다.


전년도 보고서를 끝낸 게 작년에는 2월 중순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1월 중순까지 마치란다. 그렇게는 어렵다며 1월 말까지 마쳤다. 그런데 덕분에 밀린 보고서가 내 발목을 잡았다. 차라리 전년도 마감 보고를 2월까지 미룰 것을 그랬다.

모두가 하나같이, 어떻게 이 많은 일을 혼자 했느냐며 놀랐다.  질문에 나의 밤샘 작업들과 나의 방치되었던 아이들과 남편의 쌀쌀한 낯빛이 떠올랐다. 자연스레 우울해졌다. 하지만 우울증 약 덕분인지 기분이 수직하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우울증 약은 정말 대단하다. 일도 잘하게 만들었다. 기분이 저조하고 꿀꿀하면 일이 손에 안 잡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약 덕분인지, 나는 어떻게든 밀린 업무를 하나하나 해결해나가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 나는 도움을 받지 않고 가정을 돌봤다. 그리고 결국 이런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직장인 엄마는, 부모님의 도움 없이는 일과 양육과 가사를 병행하기 힘든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그런데 퇴근 후 아이들을 봐줄 남편도 없다. 오롯이 혼자인데 나의 직장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직장도 내 자식이 된 듯 굴었다.


사직을 청하고 그만두겠다고 했는데도, 아직도 나는 야근을 한다. 막달인데도 나는 신입사원 같은 강열정으로 추가수당도 없는 야근과 주말 출근을 한다. 결국 아이들은 부모님께 맡겨졌고, 엄마는 아이들을 보며 좌절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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