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품있는그녀 Mar 05. 2024

내 딸이 너무 안쓰러 눈물이 난다는 어머니

엄마, 내가 정말 미안해...


친정 엄마는 작은 사업을 하셨다. 그것이 작년에는 잘 되어 무척 바쁘셨고, 겨울에는 휴식기를 가지셨다. 아버지는 엄마가 아니면 살 수가 없다. 엄마가 벌어온 돈으로 는 분이다.


엄마는 암을 극복한 사람인데도, 빚을 갚겠다고 억척스럽게 일하셨다. 체력이 달려 힘들어도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은 부모 마음이셨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런 게 잘 안 되는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나도 정이 없다.


그렇게 바빠도 손주들은 그렇게 보고 싶어 하셨다. 하지만 오래 있진 못했다. ADHD 손주 둘은 나이 드신 부모님께는 재앙이다. 온 집안이 난리가 나고, 예쁜 손주들을 혼을 내고서, 뒤돌아 눈물 흘리시는 것이다.


엄마는 그동안 날 모른체했지만,  이혼 소식을 듣고 신 딸이 힘들까 봐 손주들을 보살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시어머님과 마찬가지로 2개월을 못 채우셨다. 양가 부모님이 내 아이들을 힘들어하시고 병이 나신다. 나는 죄인이 되기도, 서운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할머니 말을 하도 안 들어서 결국 속이 상해 아이들을 다그치며 우셨다. 그 말에 나는 "엄마 미안해. 엄마 너무 고생했어." 그 말 밖에 할 말이 없었다. 엄마는 전화 너머로 흐느끼시며 이 아이들을 데리고 살아갈 나를 걱정하셨다. 그리고 이제는 남이 될 사위를 러 따지겠다고 하셨다.


"엄마, 난 괜찮아. 그래도 애들이 내 말은 잘 들어. 그러니까 걱정 마. 나는 정말 괜찮아."


너무 슬프고 우울했지만, 그리 슬프지 않았다. 우울증 약은 슬픔도 조절해 주는 걸까?


"○서방 불러서 뭐하게. 그런다고 뭐가 달라져. 내 흉만 더 늘지... 이미 돌이킬 수 없어. 엄마가 하소연한다고 돌이킬 사람이었으면, 내가 설득 했겠지... 시어머님도 못이기셔서 그 난리가 났는데.. 그런데 엄마가 불러다 말하면, 엄마 속만 상하지 뭐..."


엄마는 슬프게 우셨다. 엄마 앞에서 우는 모습을 보이면 우리 엄마 속상해서 어쩌나 싶어, 같이 울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 참았다.


아이들을 키울 땐 어떻게 해야 한다는 그런 좋은 말들을 종종 보내곤 하시던 엄마는 더는 내게 그런 것을 보내지 않았다. 멀리서 지켜보는 양육방식은 마음에 안 들었을지 몰라도, 막상 가까이서 겪어 아이들 현실 고통이었다. 나의 방식이 먹힌다는 것을, 자신의 충고가 부질없었음을, 자신도 본인의 충고대로 되지 않음을 느끼셨으리라. 나는 그런 힘든 삶을 살고 있다.



이전 20화 일도 내 자식이 되어버렸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