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준비로 한창이었다. 이사가 코앞이라 매일 청소하고 짐을 버렸다. 큰 집에서 작은 집으로 이사 가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었다. 짐을 줄이고 줄이고, 줄자를 이리저리 대어봐도 답이 안 나와 당근, 당근, 당근행이었다.
그런데 큰 행사를 준비해야 했다. 행정 업무와 온갖 결제, 회의 업무와 업무 인수인계를 하며 동시에 행사 준비까지 하는 것은 감당하기 벅찼다. 하지만 나는 책임을 다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사 갈 집에 이전설치 일로 몇 시간을 추위에 떨며 기다리는 동안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가끔씩 약 부작용으로 구토 증세를 일으키며 소화 불량을 겪는 첫째가 이 날도 점심도 못 먹고 아프다며 담임 선생님께서 직접 전화를 해오신 것이다. 나는 당장 갈 수 없었다. 결국 아이는 혼자 조퇴를 하였다.
그런데 행사 준비 관련하여 상사로부터 태클이 들어왔다. 그리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지적질이 들어왔다. 전면 재 조정을 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태클이 들어온 시간이 저녁 7시, 재조정 명령이 떨어진 게 8시였다. 아이는 아침 8시 이후로 12시간째 아무것도 못 먹고 있었다.
"엄마, 언제 와?"
나는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가는 길 차 안에서 서럽게도 엉엉 목 놓아 울었다. 잘 살려고 그만두는 직장이다. 아이들이 방치되고, 남편이 등 돌리고, 그래도 잘해보려고, 잘 나가던 직장도 그만두게 된 것이다. 모두가 서운해하고, 나조차도 발이 떨어지지 않는 그 아픈 마음에 서러운 눈물이 점점이 찍혔다.
아이 때문에 빨리 가야 하는데, 눈물 때문에 갈 수가 없었다. 서러움과 억울함과, 이혼의 아픔과 아이의 아픔, 이사의 힘겨움과 직장에서의 몰아붙임이 결국 나를 무너지게 했다. 짱짱하게 버티던 실이 '팅'하고 끊어지며 힘을 잃었다.
누구도 내 아픈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모두가 자신이 궁지로 몰릴 땐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물어뜯을 대상을 찾는다. 나는 그저 잘 살고 싶었는데, 왜 나는 이렇게 슬픈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