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아이들을 떠넘기고 가버린 남편이 못내 원망스러웠다. 차라리 돈이 편하지 않은가. 매일 아침 전쟁이 아이들 눈 뜨기 전 출근하는 그에게는 스킵이었고 그 몫은 온전히 나였기에, 그는 나의 그 고통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젠 내 행복을 찾아서'떠나겠다는 그의 결심이 그렇게 확고할 수가 있을까.
일이 조금도 늦게 끝나면 안 됐다. 그럴 때면 양가 부모님에 친구에게까지 부탁을 하였어도, 남편에게만큼은 부탁할 수 없었다. 출근 시간보다 더 늦은 퇴근시간 때문이다. 매일 저녁 아이들 끼니 챙기느라 분주한 내 마음과, 하루를 정리하기까지의 고단한 전쟁 같은 시간들이, 그가 보기에 나는 아주 잘 처리하는 것처럼 보였나 보다. 그러니까 그렇게 쉽게 집을 나가지.
돈이 참 좋다. 법적으로 정해진 양육비 몇 푼에 부모 구실이 끝나니. 그 속에서 겪게 될 어떤 운명도 이제 상대의 그것이 아니다. 그래서 그가 가는 길은 꽃길처럼 보였다.
멜로가 체질은 명대사가 참 많지만, 어쩜 이런 대사가 나에게 위로가 될까. 그의 꽃길이 사실은 꽃만 있는 것이 아니라, 비포장도로라는 사실이 나에게 소소한 위로가 될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