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보다 더 힘든 사람도 살아요

그래서요..?

직장을 그만두는 과정에서 나는 내 사정이 좋지 않음을 설명했다. 자랑도 아니지만 감출 것도 없다 생각하기에, 이렇게 글도 쓰고 있는 것이다. 감추고 피할수록 그것은 약점이 된다. 드러내고 당당할수록 그것은 강점이 된다. 나의 지론이다.

그런데 어디 한 번 얘기해 보라는 듯이 내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상대방은 "더 힘든 사람도 살아요."라고 했다.

그래서요...?

더 힘든 사람도 당연히 살겠지. 덜 힘든 사람도 힘든 점은 분명 있듯이. 누가 누구보다 더 힘들고 덜 힘들고, 그래서 누구는 잘 살고 누구는 못 살고 그러는 것일까?

누구에게나 아픔은 아픈 것이다. 그리고 아픔을 느끼면 아파할 자격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런데 상대의 그 한마디로 내 아픔은 아무것도 아닌 취급을 받아버렸다. 나는 상대에게 더는 나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신은 견딜 수 있는 만큼의 고통만 준다고 했던가? 아니다. 견뎌야 하니까 견디는 거다. 그리고 견디어 내니까 성장하는 거다. 견뎌내지 않으면 포기하는 밖엔 방법이 없다. 포기하면 또 거기서 살아갈 방도가 나오는 것이 인생사다. 그러니 아픔을 비교할 것 없다. 나보다 더 힘들어 보여서 안쓰러워할 필요도, 나보다 덜 힘들어 보여서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 들여다보면 그 속은 매한가지로 시커멓거나, 또는 핑크빛으로 행복하겠지. 지금 힘든 나도, 언젠가는 핑크핑크한 날이 올지 모를 일 아닌가.

다만 아무것도 아닌 취급은 사양하고 싶다. 공감은 못해줄지언정, 내 것이 당신 것만 못하다 하여, 그것이 별거 아니라는 취급을 당하기엔, 내 아픔도 적지 않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