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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품있는그녀 May 21. 2024

언젠가 웃을 수 있다면

그건 아마도 당신 덕분일 거야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어울리지 않은 복장을 갖춘 듯, 우린 그렇게 어울림이 없는 사이었나 봐. 겉으로 보기엔 썩 잘 어울려서, 한쌍의 바퀴벌레 같다고 하였는데, 어느새 우리는 N극과 S극처럼 서로를 밀어내네.


나는 '희생'과 '인내'를 택했는데, 당신은 '현실'과 '행복'을 택했어.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을 거야. 오히려 내가 당신 같은, 당신이 나 같은 선택을 한 것을 보고, 아는 사람들은 적잖이 놀랐어. 그래서인지 오히려 나를 설득하려 들었지, 어이없게도.


우리 처음에는 정말 완벽했고, 행복한 가정이었는데. 나는 내가 꿈꾸던 가정을 이루었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고부터 우리 가정은 점점 위태로워졌지.


아이가 한 두 군데 아픈 것으로 우리는 병원을 쫓아다니기 시작했고, 우리 가정은 안으로 멍들기 시작했나 봐.


첫째의 ADHD를 겪으며 우리는 한계까지 몰렸고, 둘째마저 ADHD라는 결과에 우리의 한계는 폭탄이 터지듯 터져버린 것 같아.


행복을 꿈꾸던 가정은 잦은 사건과 사고로 살얼음판 같이 변했고, 잦은 훈육으로 인한 잔소리와 나쁜 감정들이 찌꺼기처럼 남아서 우리 가정은 안에서부터 여기저기 멍들어버렸어.


그렇게 멍든 채로 우린 견디기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해. 이런 상황에서 희생과 인내가 없다면 우린, 가정을 유지할 수 없었다고 생각해. 당신이 희생이 아닌 피해를 보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우리는 견디기 어려웠을 거야. 이건 보통의 길과 다르거든.


내가 언젠가 웃을 수 있다면, 그것을 당신 덕분이라고 생각할 거야. 당신이 나를 지금 놓아준 덕분이라고, 그렇게 생각할 거야. 그 덕에 내가 아이들만 보며, 아이들의 어려움에 가까이 다가가 도와줄 수 있어서, 그래서 내가 지금 이렇게 웃을 수 있게 되었다고, 그렇게 말해줄 거야. 그러니 지금 힘든 것은 아무것도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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