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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품있는그녀 May 28. 2024

나를 용서하기

나는 실패자가 아니야

이혼에서 가장 큰 상처는 역시 '이별'에 대한 슬픔이다. 어떻게 된 모습이든 이혼은 상대방으로부터 '거절'당했다는 결론을 지었고, 그것은 나로 하여금 스스로를 '실패자'로 여기게 만들었다.


그것은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쳤다. 의욕이 사라지고, 상실감과 무력감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무엇을 해도 의미 없게 여겨지는 시간 속에서 하루하루는 마치 사형선고 같았다. 하루. 그 단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이렇게도 힘들 줄이야.


그 과정에서 없던 인내심은 바닥을 쳤고, 아이들의 일탈은 모두 나에 대한 도전으로 여겨졌다. 나의 생각은 자동적으로 '아이들이 나를 괴롭게 하려고 한다'로 귀결되었다. 그것은 자연스레 나를 방어적이며 공격적으로 만들었고, 입에서는 쓴소리가 나왔고, 얼굴은 화가 난 표정으로 다정함이란 찾아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게 사는 것이 괴로웠다.


이것은 우울증과 달랐다. 오히려 이 생각들이 나를 자꾸만 더 우울하게 만들었으며, 우울증으로부터 나를 끄집어내도, 나는 자꾸만 다시 늪지대로 걸어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이 생각의 틀을 깨지 않으면, 나는 이 가정을 지킬 수 없게 될 것이라는 불안이 고개를 들었다.


정신 차리자!


나는 나를 다시 찾기로 했다.



1. 나 자신과 화해

나는 은연중에 나를 미워했나 보다. 자꾸만 스스로를 실패자라고 공격하는 나의 자아는 나에게 계속 원망만 늘어놨고, 과거에 내 행동에 대한 후회와 그것에 대한 탓을 하기 바빠서, 나는 제대로 된 변명조차 할 수 없었다.


"나는 최선의 선택을 했고, 그 결정 과정이 온전히 나만의 의견도 아니었으며, 나는 상대방을 충분히 설득했음에도 상대가 나와 의견을 달리했어. 나는 이 이혼의 과정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이제는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해.


과거의 잘못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며, 상대와 내가 함께 서로 작용해서 한 것이었어. 그것이 이혼사유가 되지는 않아.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지만. 그러니 자꾸 이 이혼의 원인과 잘못이 나에게 있다고 나를 공격하지 마. 나는 최선을 다해 노력해 왔잖아? 나의 노력을 잊어버리는 거야? 난 정말 열심히 살았잖아."


"나를 자꾸 공격해서 미안해. 너가 잘못했다고 느끼며, 좌절하기를 바랐어. 그래야 이 모든 것이 이해가 가고,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너무 힘들고 아팠지? 그래서 누군가를 공격해야만 했던 거야. 그리고 만만한 대상이 나 자신이었어. 이제 나를 탓하고 미워하는 것은 그만하자. 이미 벌어진 사건이고, 나는 이 상황에 맞춰서 우리에게 가장 좋은 최선을 선택하고 있어.


비록 그것이 잘못되었다 할지라도, 나는 나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힘이 있어. 그러니 내가 한 최선의 선택을 자꾸 비난하지 말자. 오히려 내가 할 수 있음을 믿어주자!"


2. 프 용서

상황이 이렇게 된 것에 분개해서, 그 분노가 나를 향했다. 이런 상황을 만든 나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자꾸만 더 나를 공격했고, 나는 점점 내 안에서 '쓸모없는 인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더 좋은 상황을 만들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안락한 삶이 아니어서 미안해. 혼자 고민하고, 혼자 불안에 떨어야 해서, 그래서 많이 무서웠지? 그래서 어떻게든 나를 탓하고 나를 미워해야만 했어. 용서가 안 됐어. 지금 이 상황들을 내가 견딜 수 없어서.. 그래서 나는 나를 미워했던 거야.


지금 이 상황이 나쁘다고 해서, 영원히 이렇게 되진 않아. 나는 이 생활에 적응해 나갈 것이고, 우린 화목한 가정을 만들 수 있어. 나는 혼자서 가정을 꾸려나가는 일을 처음 시작하는 햇병아리야. 그러니 부족할 수 있어. 하지만 우린 적응해 나갈 거야.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며, 사랑하는 내가 사랑하는 내 자녀와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나갈 거야. 내가 나를 사랑하니까, 나는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거야! 그러니까 나를 미워하지 마.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어쨌든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며, 나는 앞으로를 책임지며 살아갈 거니까. 그러니까 나는 나와 우리 가정을 잘 이끌어나갈 나를 믿고, 온전히 사랑해! 나는 사랑하는 나 자신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야! 나는 다 해낼 거야!"


3. Love myself

"많이 불안하고 힘들었을 나. 나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해서 미안해. 혼자라는 것이 많이 불안하고 무서웠지? 그래, 나 혼자 아이 둘을 키워나갈 미래가 불안한 건 너무 당연해! 나의 불안은 당연한 거야. 그래서 무서움을 느끼는 것도 너무 당연해!


불안하고 무서워하는 나를 지키는 것은 나 자신이야.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나는 나를 지키며 우리 가정을 위험에 빠트리지 않을 거야. 포기하지 않을 거야. 내가 나를 지킬 거야! 나는 엄마니까. 엄마로서 우리 아이들을 지키고, 사랑과 행복을 나누어주며 살아갈 거야! 그러면 어떤 문제도 다 해결될 거야! 미리부터 걱정할 필요 없어.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이렇게 많잖아. 나는 정말 많이 사랑받고 있어. 그리고 그중에 제일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나와 내 아이들이야. 그러니까 아이들을 위해서, 나를 사랑하는 것을 멈추지 말자. 나를 아끼며, 나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자. 나에게 이로운 것들을 해주기 위해 노력하자. 나는 그것들을 해낼 힘을 이미 갖고 있으니, 나를 믿어보자!"



이별과 상실감으로 무기력했던 나 자신과 화해하고, 용서하며, 스스로를 사랑하기 위한 어느 날의 몸부림.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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