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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품있는그녀 May 19. 2024

교통사고도 혼자 처리 못하는

혼자는 아직 어려울까요?

차가 무척 막히는 구간이었다. 오가는 차량들이 모두 서행하고 있었다. 나는 첫째를 축구교실에 보내두고, 둘째를 다시 데리러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쾅"하고 천둥 같은 소리가 차에서 났고, 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나는 분명 천천히 서행하고 있었고, 길에 차는 많았고, 발은 브레이크에 올려두고 가는 중이라 몸이 밀려서 브레이크가 콱 밟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사이드미러로 뒤차가 보였다. 내가 받친 것이다. 나는 얼른 비상신호를 켜고 허둥지둥 차에서 내렸다. 손이 떨려 잘 열리지 않았다. 자연스레 목뒤로 손이 갔다. 목이 묵직했다.


상대방 운전자는 괜찮냐면서 자신이 브레이크를 못 밟았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나도 상대방의 안위를 살피고 차를 살피고 머리가 멍해졌다. 이런 큰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더라? 남편한테 전화를 해야 돼! 그런데 나는 남편이 없는데? 어쩌지?


"이..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해요?"

나는 상대방 남자분께 어떡해야 하는지 물었다. 일단 옆으로 차를 빼자고 했다. 나는 얼른 차량의 상태를 사진으로 남기고 갓길로 차를 옮겼다. 소리는 컸는데 차는 많이 부서지지 않아서 당장 고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우리는 번호를 주고받고 사고처리를 하기로 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렇게 놀라고 무서울 때는 남편한테 전화해야 했다. 그 든든한 목소리, 침착한 목소리를 들어야 안심이 될 것 같았다. 역시나 남편은 사고와 관련해서 물어보고는 어떻게 어떻게 하면 된다며 자기가 보러 갈 테니 집으로 가라고 했다.


남편이 족쇄라도 풀어준 듯, 나는 그렇게 그 자리를 뜰 수 있었다. 집으로 운전해 오는 길도 길과 나만 보였다. 작은 사고인데도 충격에 놀란 마음이 진정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앞으로 나 혼자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빼꼼 고개를 들었다. 내가 무기력했다.


이렇게 작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가며, 혼자에 적응해 나가는 것이다. 너무 큰 일도 아닌데 나 혼자 너무 호들갑 떨었나 보다. 익숙하지 않아서 잠시 사고가 정지했다. 아이들 없이 나 혼자 사고가 나서 다행이었다. 내 앞차 없이 나만 사고가 나서 다행이었다. 큰 사고가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감사한 일을 찾다 보면 큰일이 나도 담대해진다. 그렇게 나는 한 단계 성장하 중일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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