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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품있는그녀 May 12. 2024

이혼했지만 주말부부입니다

주말마다 집에 오는 남편

우리의 면접교섭은 매주 일요일이었다. 각자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매주 일요일 보는 것으로 하였는데, 남편은 늘 언제나 같은 시간에 와서 같은 시간에 갔다. 마치 주말부부 같았다.


그래서 아이들이 친구랑 놀러 가고 싶다고 해도 아빠 만나는 날은 피하도록 했다. 그렇게 '주말은 아빠 오는 날'이 되어 아이들에게 특별한 이벤트가 되었다.


매일 무서운 분위기를 잡던 아빠는 사라지고, 주말이면 어딘가로 놀러 가주거나 맛난 것을 사주는 아빠로 다시 나타났다. 아이들의 아빠에 대한 어렵고 무서운 마음은 사라지고 점차 그리움과 사랑이 커가는 게 보였다. 나의 남편 눈치보기도 사라져서 아이들이 편한 일상생활을 하니, '차라리 우리는 헤어지는 게 맞았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다, 같이 잘 사는 게 가장 옳지. 하지만 헤어졌으니 이 길을 잘 닦아나가는 것이다.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 그래서 후회는 접어두었다. 나는 자녀와 가정을 위해서 아름답게 헤어지는 것이다.


이 면접교섭을 잘해주어야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자랄 것이라는 믿음으로, 비록 헤어졌지만 아이들의 성장에는 꼭 필요한 부모로서의 역할을 나뿐 아니라 남편도 해내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므로 아이들 앞에서 남편을 흉보거나 헐뜯지 말아야 한다. 빼앗겼다는 생각도 해서는 안 된다. 잠시 맡겨놓고, 나는 그동안 자유시간을 누린다고 생각해야 한다.


사람은 생각한 대로 흘러간다. 나의 그릇을 미움으로 더럽힐 필요는 없다. 그래서 '용서'가, '고마움'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기꺼이 아이들을 내어줄 수 있었고, 기꺼이 남편을 맞이했으며, 기꺼이 남편과 아이들의 일정을 계획했다.


아이들은 해맑았다. 나의 아픔을 아이들에게 대물림하지 않을 수 있다는 희망이 보였다. 아빠와 엄마가 이혼을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 그것은 아이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가 언제나 똑같이 아껴주고 사랑하고 있음을 확신하면 됐다. 그러니 아이들은 불안하지 않았고, 정기적으로 오는 아빠를 환영했으며, 헤어질 때도 기꺼이 인사해 주었다. 다음 주에 또 만날 것을 약속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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