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모든 감정을 정리하는 것이다. 헤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정은 미움과 원망, 분노 같은 것들이었다. 그런 감정이 찌꺼기로 남아 상대를 향하는 게 아니라 나를 향했다. 그것은 나를 아프게 했다.
원망도 미움도 모두 쏟아내야 했다. 그것을 갖고 있으면 나의 안에서부터 썩어 들어가니까. 그러니 끊임없이 미워하고 원망하고 욕해야 했다. 상대가 미운만큼 충분히...
그렇게 상대의 잘못을 상대방 거라고 모두 미워하고 났더니, 더는 미워할 게 없어져버렸다. 서운했던 감정도, 서러웠던 기억도, 속상했던 마음도.. 모두 털어버리고 나니 더는 미워할 이유가 없어졌다. 그의 잘못에 대해 나는 그를 용서할 수 있었고, 이제는 그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고 나니 고마운 마음이 남았다. 그동안 나와 잘 지내주었던 어떤 기억나는 날들, 나를 위해 애써주었던 시간들, 어여쁜 아이들의 아빠가 되어주었던 것들, 서로를 위해 노력했던 시간들, 어른스럽지 못했던 나를 이해해 주던 모습들.. 그동안 나에게 주었던 그 모든 것들이 고마웠다.
미운 마음이 사라지고, 미련이 아닌 고마운 마음이 남게 되니, 이제는 내 마음에서도 그를 떠나보낼 수 있게 되었다.
고마워. 그동안 고마웠어. 잘 지내!
헤어지는 길의 끝에, 그가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이 든다는 것이 감사했다.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살게 되든 그 모습이 행복한 모습이길 바라는 이 마음이 감사했다. 우리의 끝이 미움과 저주가 아닌, 상대의 행복을 바라는 축복으로 끝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