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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수의 왕 Nov 13. 2019

응답하라 60s

<오스틴 파워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0년대 후반부터 영국에는 베이비붐이 찾아옵니다. 전쟁터로 떠났던 남편과 연인들이 돌아오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잔혹한 전쟁이 끝난 것을 축하하며 새로이 찾아온 평화 아래 경제 재건을 위한 에너지가 한참일 때였습니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은 전쟁 중의 어수선함으로 인해 보수적이고 전체주의적이던 이전 세대의 사회 분위기에 비해 훨씬 자유스럽고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독특한 개성을 지닌 새로운 세대로 성장해 나가 그들이 20대 전후가 되던 1960년대 런던은 완전히 새로운 Young culture가 꽃 피게 됩니다.


바로 세계의 pop (대중) 문화를 들썩였던 swing 60s의 시작입니다.



 Beatles로 대표되던 British POP Music과 Band들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갔으며,

비틀스


전 세계 주요 도시의 젊은 여성들에게 Mary Quant의 미니 스커트로 대변되는 British Look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하고


Jean Shrimton와 Twiggy의 헤어스타일은 헤어업계의 주류로 British style이 지금까지 최강의 자리를 유지하게 되는 신호탄이었습니다.







이런 영국 문화의 유행은 북미대륙을 기점으로 전 세계의 대중문화를 휩쓸기 시작하며, 영국 국기인 유니언 잭 또한 새로운 디자인 아이콘으로 등극하기 시작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대중문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60년대 가구의 특징은 무엇이었을까요?


이 시기를 배경으로 탄생한 스파이 코미디물 <오스틴 파워스>를 통해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영화 속 가구를 보기에 앞서 먼저  60년대에 유럽에서 유행했던 가구와 인테리어 스타일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드리겠습니다. 


 60년대의 유럽은 급속한 변화 속에 살고 있었습니다. 베를린 장벽이 세워지면서 미국과 소련으로 대변되는 이념의 경쟁이 관념적 대립에서 머무르지 않고 확실한 물리적 기호를 갖게 되었고, 인류 최초로 달에 사람이 가는 역사적인 순간을 통해 우주에 대한 관심이 극도로 높아졌습니다. 여기에 2차 대전과 한국전쟁 등을 통해 경제적인 부흥을 맞고 있는 미국이라는 거대 시장 덕에 유럽의 문화 상품들이 새로운 출구를 찾아 나서게 됩니다.


이러한 사회 상황 속에서 유럽의 가구 시장 역시 변모하기 시작합니다. 그 변화하는 특징들을 살펴보면


 첫 번째로 기능성 디자인과 신소재입니다.



팬톤의 이 유명한 의자가 그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합니다. 플라스틱과 강렬한 색감, 그리고 우주를 연상케 하는 신비한 곡선들. 이런 요소들이 당시 대중을 사로잡던 다양한 문화코드에 대한 가구업계의 재해석이었고, 또한 대량생산이 가능한 이런 신소재는 대중에 다가갈 수 있는 가격대의 가구 생산을 가능케 합니다.


 두 번째로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도들의 등장입니다.



새로운 문화에 경도된 당시의 젊은 세대들은 이전 세대의 상품과는 차별화된 새로운 콘셉트와 디자인의 제품에 목말라 있었고, 가구업계 역시 이에 맞추어 다양한 시도를 시작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마약 의자라고 불리는 빈백 소파들이 바로 이 60년대의 산물이며, 최초의 빈백은 소파를 제작하고 남은 자투리 가죽을 둥글게 엮어서 채워 넣은 제품이었습니다.


 세 번째로 미래(우주) 디자인입니다.



우주로 로켓들이 쏘아 올려지면서 인류 역사상 지구 밖의 외계에 관한 대중의 관심이 가장 높던 시대였습니다. 우주시대의 산물인 미래를 의미하는 가구의 디자인은 원형 즉 라운드 형태가 많아지고,  화이트 실버 등 반짝 거리는 색상, 그리고 당시로 혁신적이 었던 다양한 플라스틱 등 신소재에 대한 관심으로 압축됩니다.


Ball, Tulip and egg chair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1960년대의 문화 아이콘 요소들을 짬뽕시킨  <오스틴 파워스> 시리즈에 어떤 가구들이 등장하고 있는지 보겠습니다.



첫 번째로 Dr. Evil이 앉아 있는 Ox chair입니다. Hans Wegner의 기념비적인 이 의자는 1960년에 디자인되지만 헤드 부분의 가죽 마감에 대한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2년 남짓 생산되었다가 생산을 중단하고 1980년대 후반에 와서야 본격적으로 대량생산이 시작됩니다.


Wishbone chair by Hans Wegner


위의 사진에 등장한 Hans Wegner를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Danish 스타일인 Wishbone 의자를 고급스러운 라운지체어로 재해석한 의자가 ox chair인데, 영화에서 Ox-chair는 우두머리라는 상징을 나타내는 기호로 사용되고 있으며,  오스틴 파워가 패러디하고 있는 <007 시리즈>에 대한 오마쥬 이기도 합니다.


 

Blofeld  in '007  You Only Live Twice'



주인공 오스틴 파워스의 캐릭터는 67년작 <007 You only Live Twice>에 등장하는 악당 Blofeld를 패러디하고 있는데 이 악당이 당시 영화에서 앉아 있던 영국 G-Plan사의 의자의 디자인과 ox chair의 디자인이 많이 흡사해 보입니다.




두 번째로는  Bocca Lip Sofa입니다.


 이 소파는 살바도르 달리가 여배우 Mae West의 얼굴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한 1937년 조각 작품 (입술 모양을 딴 나무 조각에 벨벳 소파)을 바탕으로 Studio 65라는 이태리 가구 회사에서 디자인되었습니다.

The Mae West Room - Savador Dali

60년대가 아니라 1970년에 제작되었지만, 60년에 불기 시작한 신소재 열풍 덕에 제작에 성공한 소파이며, 60년대의 펑키하고 힙한 문화 코드와 잘 어울리는 디자인입니다.


세 번째는 Knoll에서 출시된 튤립 테이블입니다.


이 테이블들은 위에서 보여드린 미래라는 코드를 담은 의자 중 튤립 의자와 세트인데요,

이 제품들은 디자이너 Eero Saarinen의 수년간의 연구 끝에 완성된 기존 가구에 필수였던 4개의 다리를 없애는 새로운 식탁 및 의자 기둥에 대한 보고서입니다.



1957년에 완성된 이 스타일은 가구 디자인에 새 장을 열어, 많은 디자이너들이 이런 새로운 디자인 개념을 토대로 많은 가구를 탄생시키게 됩니다.


영화 오스틴 파워스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가구들을 살펴보았는데, 패러디 형식의 코미디물인 까닭에 가구의 사용이 여타 다른 영화에 등장하는 가구들처럼, 영화의 서사적 구조나 등장인물의 캐릭터 설명을 위한 보조 도구로 사용되기보다는 영화가 그려내고 있는 60년대의 풍요로운 문화에 대한 기억을 소환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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